기사입력시간 16.09.14 06:21최종 업데이트 20.06.2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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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은 기혼 남의에게 어떤 의미일까

유부남 의사들의 다양한 '추석 나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외래가 없고 수술을 안 하니 홀가분하긴 합니다만, 연휴가 길다고 남들처럼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가족의 의무는 해야 하니…"

대학병원에서 임상교수로 근무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L씨.

그는 예년보다 긴 5일간의 이번 추석 연휴 동안, 후배 전임의와 번갈아가며 응급실 환자 호출을 해결해야 한다.

명절 동안 L씨는 전공의 스스로 해결이 안 되는 응급실 환자를 담당한다.

물론 응급 수술까지 포함해.

후배 전임의가 명절 당일과 다음날 응급실 호출을 맡기로 한 덕분에, L씨는 이번 추석엔 걱정 없이 처가인 부산을 다녀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작년엔 그렇지 못했다고.

"우리 과가 응급수술이 많진 않지만, 비출혈(코피)이 비강 후방에서 발생한 환자처럼 전신마취 하고 수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년에 그랬죠."

작년 추석, 부산 처가댁을 방문해 1박까지 할 예정이던 L씨는 새벽에 걸려온 응급실 호출에 급하게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당시 L씨는 부산에서 3시간을 운전해, 병원에 도착 후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가 있었다.

"다음날 장인어른께서 무슨 코피 하나 때문에 새벽에 급하게 움직여 수술까지 하느냐고 묻더라고요.(웃음)"

L씨가 근무하는 병원은 공휴일 당직 수술에 한해, 수술한 의사에게 20%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한다.

그 인센티브라고 해봐야 많은 것도 아니지만…

"전신마취 수술을 해도 (후방 비출혈 수술) 수가가 10만원 정도밖에 안 돼요. 20%인 2만원을 집도의에게 주는데, 인센티브 기본급 3만원보다 적어 저는 3만원을 받았죠. 부산에서 이동한 기름값이나 됐을까요?"

그는 이번 연휴 동안 본가와 처가를 차례로 다녀온 후, 준비하던 논문을 정리할 계획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모든 의사가 L씨처럼 긴장 상태에서 명절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 진료를 직접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입원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과는 사정이 좀 낫다.

지방에서 봉직의로 근무하는 K씨가 그런 경우.

K씨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약 700명의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중 한 명으로, 자녀 셋을 둔 외벌이 가장이다. 

그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지만, 급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지방까지 번거로움을 마다치 않고 출퇴근하고 있다. 

K씨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됐지만, 모든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K씨와 같은 상황은 아니라고.

"저는 운이 좋아 명절 3일을 가족과 함께 있지만, 인근 병원의 (직업환경의학과) 지인은 단 하루만 쉬더라고요. 수익 때문에 연휴 3일 중 이틀 동안 외래를 열고 심지어 검진까지 하는 병원이죠."

근로기준법에 따라 해당 봉직의는 공휴일 근무에 따른 추가 수당을 받아야 하지만, 실제 그런 규정이 지켜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명절은 의사들에게 잠깐이나마 여유를 준다. (물론 다른 직종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지만.)

하지만, 개원의는 예외다. 

개원의 역시 연휴 핑계로 의원을 쉬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간당간당하게 수입을 봉직의 수준에 맞추거나, 그에도 못 미치는 개원의들은 더욱 그렇다. 

"예전에는 연휴 때에 문 열면 그나마 환자들이 좀 와 줬지만, 요즘은 거의 오지도 않아요. 그래서 공휴일은 확실히 쉬기로 했습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개원의 S씨의 말이다. 

"공휴일 진료하면 직원 급여를 가산해줘야 하는데, 진료 수입이 직원 수당보다 못할 때가 많고, 공휴일 진료하자고 하면 그러잖아도 간신히 붙들어 매고 있는 직원들 다 그만둘 겁니다."

S씨는 3일 연휴 동안 지방 본가에 다녀온 후, 토요일은 여느 때처럼 진료할 예정이다. 


"저희는 토요일 진료도 그냥 쉬기로 했어요."

평소 하던 토요일 진료를 포기했다는 다른 개원의 C씨.

그는 연휴 5일을 다 쉬면서, 이번 주 의원 수입에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C씨가 염려하는 건 정작 다른 데 있다. 

"명절날 애들 데리고 지방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막내 아이 체온이 벌써 39도여서 움직일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요."

여느 가정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의사라고 비껴가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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