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국의 2차 병원이 의원급 의료기관을 제치고 최대 34%까지 만성질환 환자들의 게이트키퍼(Gate keeper) 역할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의원급 의료기관이 담당해야 할 1차의료 문지기 역할을 두고 의원과 병원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서울의대, 울산의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1차의료에서 의원과 병원 간 중복 역할 증거(Evidence of Overlapping Roles Between Clinics and Hospitals in Primary Care)' 연구를 대한의학회지(JKMS)를 통해 공개했다.
이변 연구는 1차 의료 제공에 있어 다양한 의료기관 시설의 중복 역할을 탐구한 최초의 연구다.
우리나라는 1차 의료에 필수적인 게이트키핑 메커니즘이 부족하고 다양한 유형의 의료기관 간에 명확한 기능적 구분이 없다. 이 때문에 1~3차 의료기관 사이 무제한적인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행정·재정적 비효율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따라 연구팀은 대표적인 1차 만성질환인 고혈압과 당뇨를 처음 진단 받은 환자들이 어떤 의료기관을 이용했는지 조사했다. 연구를 위해 고혈압 환자 660만 명, 당뇨 환자 317만 명의 의료보험 청구 데이터가 활용됐다.
사진=Evidence of Overlapping Roles Between Clinics and Hospitals in Primary Care, JKMS.
연구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고혈압의 82.5%, 당뇨의 66.6%를 처음 진단한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은 각각 고혈압 17.5%, 당뇨 33.4%를 새로 진단했다.
특히 젊은 환자,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 수도권 외곽에 거주하는 환자일수록 의원 보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에 비해 의원을 찾는 환자는 총 의료비는 더 발생하는 대신 의료기관을 더 자주 방문하고 치료의 연속성 측면에서 장점을 보였다.
다만 당뇨 환자의 치료 연속성은 병원을 처음 방문한 군에서 더 높았는데, 이는 여러 합병증에 대한 정기적이고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한 당뇨 치료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병원급에서 고혈압과 당뇨 환자의 진단에 있어 각각 18%, 34%의 의원급과의 접점이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병원이 최대 18~34% 까지 1차 의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 수치는 주치의가 일반적으로 1차 의료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국가에선 드문 케이스"라고 전했다.
이어 연구팀은 "특히 당뇨의 경우 2차 병원이 의원 보다 의사당 더 많은 수의 새로운 환자 진단을 하고 있었다. 이는 의원이 지역사회 내에서 경미한 질병 상태를 관리하도록 장려하는 정부 정책을 고려했을 때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이런 중복 현상은 환자가 선호하는 의료 제공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의료기관 사이에 명확히 정의된 역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에서 의원으로 환자 흐름을 전환하는 표적 정책 규현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강력히 1차 의료 시스템을 장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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