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2.29 09:51최종 업데이트 21.12.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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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허가초과 사용: 의학적으로 타당하고 환자의 기대 이득이 위험보다 큰 경우에만 고려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약사법 제31조(제조업 허가 등)와 제42조(의약품등의 수입허가 등)에 따라 의약품 제조업자가 그 제조한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수입하려는 경우 품목별로 식약처의 제조판매 또는 수입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참고문헌 1) 따라서 의약품을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품목허가가 선행돼야 하나, 예외적으로 품목허가 이전이라도 임상시험이나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을 통해 개발중인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품목허가된 의약품을 허가된 사항 이외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를 ‘의약품 허가초과 사용(off-label drug use)’이라 하는데 규제기관이 승인해 해당 의약품의 제품에 고지하는 효능∙효과, 용법∙용량 및 사용상 주의사항 이외의 사용으로 정의한다.(2) 넓은 의미로는 허가된 사용 적응증, 용량, 요법, 투약경로, 금기사항을 벗어난 모든 경우를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허가된 사용 적응증을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칼럼은 의약품의 허가초과 사용과 관련한 기준과 절차를 설명한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요양급여기준) 제5조(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따르면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은 보건복지부가 정하여 고시한다.(3) 하지만 중증 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은 (암)중증질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정해 공고한다.(3) 의약품의 허가초과 사용을 위한 절차도 일반적인 요양급여 절차와 유사하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 1]인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 제3호(약제의 지급)에 따라 의약품은 허가된 사항(효능∙효과 및 용법∙용량 등)의 범위 안에서 환자의 증상 등에 따라 적절하게 처방∙투여해야 한다.(4) 다만, 진료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가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 허가된 사항의 범위를 초과해 처방∙투여할 수 있으며, 중증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의 경우 심평원이 공고한 범위 안에서 허가초과 사용이 가능하다.(4) 중증 환자의 경우 현재 암질환 분야에서만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절차를 설명한다. 먼저 적용 대상은(제2조) 허가를 받은 약제 중 요양급여대상으로 급여목록표에 고시돼 있는 약제를 허가 범위를 벗어나 처방∙투여하고자 하는 경우(허가초과 사용)로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증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는 제외한다(중증질환심의위원회에서 별도로 심의).(5)
 
- 대체가능한 약제가 없는 경우
- 대체가능한 약제가 있으나 투여 금기 등으로 투여를 할 수 없는 경우
- 대체가능한 약제의 투여나 대체치료법보다 비용효과적이거나 부작용이 적고 임상적으로 치료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허가초과 사용승인 신청은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된 요양기관만 가능하나 심평원이 예외적으로 인정한 약제에 대해서는 일반 요양기관에서도 허가초과 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제3조).(5) 이 경우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또는 의료법 제77조 제4항에 따른 전문과목별 관련 학회는 심평원에 특정 약제의 허가초과 사용에 대해 일반 요양기관도 사용승인 신청이 가능하도록 확대를 요청할 수 있다(제3조의2).(5) 확대 요청이 승인되면 일반 요양기관도 허가초과 사용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요양기관이 임상시험실시기관인 경우 허가초과 사용승인 절차를 간단히 요약한다(제4조).(5)
 
1. 허가초과 사용승인을 받으려는 요양기관은 요양기관에 설치된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의 심사를 거쳐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심사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심평원에 신청서와 근거 자료를 첨부해 승인을 신청한다.
2. 심평원은 신청이 의학적 근거의 범위 및 기준에 적합하고 약제의 허가초과 사용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이를 승인할 수 있다. 이때 심의를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 내용이 의학적 근거의 범위 및 기준에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다.
3. 심평원은 평가 결과를 신청한 요양기관에 통보한다. 요양기관은 심평원의 사용승인 후 허가초과 약제를 사용할 수 있으나 IRB 심사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신청한 경우 심평원의 승인 통보 전이라도 신청 약제를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위 기준 및 절차의 [별표]에 ‘의학적 근거의 범위 및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의학적 근거의 범위는 교과서, 국내∙외 임상진료지침, 공인된 학술지에 게재된 임상연구문헌, 제외국의 약제 허가사항 등으로 했다.(6) 의학적 근거수준의 기준은 무작위 대조군 시험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 무작위 대조군 시험 또는 분석적 관찰연구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 이상으로 제시했다.(6) 다만, 희귀질환에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이보다는 근거수준을 완화했다.

마지막으로 요양기관의 의무사항(제5조)은 환자에게 해당 처방∙투약이 허가된 사항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투약 계획 및 소요 비용, 예상되는 부작용의 종류 및 부작용 발생시 대응 계획, 대체가능한 치료법 유무에 대해 설명해야 하며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투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5)

또한 요양기관은 매년 3월 말까지 전년도에 사용한 해당 약제의 사용 내역을 이상사례∙약물이상반응 보고서와 함께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심평원은 보고받은 비급여 사용 내역을 평가하여 안전성∙유효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요양기관에 승인 결정을 취소할 수 있고, 요양급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건복지부에 요양급여를 요청할 수 있다.(5) 

항암제에 대해서는 심평원 공고인 ‘항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과 이의 [별표]인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항암요법 사용 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를 참고한다. 전반적인 절차는 일반약제와 유사하나 IRB 역할을 다학제적위원회가, 식약처 역할을 암질환심의위원회가 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허가초과 항암요법의 인정되는, 검토중인 및 인정되지 않는 요법과 허가초과 일반약제의 불승인 사례는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약회사는 약물의 기전∙특성, 의학적 미충족 수요 및 비즈니스 전략 등을 고려해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신약을 개발한다. 임상시험에서는 의약품의 효과는 늘리고, 부작용은 줄이기 위해 엄격한 포함∙제외기준을 바탕으로 대상자를 등록하므로 의약품이 허가되더라도 실제 사용될 수 있는 환자군(적응증)은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의약품의 입증된 효능에 더해 다양한 연구 결과와 의사의 실제 사용 경험을 통해 의약품의 잠재적 효능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 있고,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특수한 상황에서 허가초과 사용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허가초과 사용은 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담당의사는 의학적으로 타당하고 환자의 기대 이득이 위험보다 큰 경우에만 고려해야 한다. 제약회사는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된 허가사항을 바탕으로 의약품을 판매해야 하므로 허가초과 사용을 판촉할 수 없고, 의사에게 허가초과 사용을 유도해서도 안 된다. 그러므로 요양기관의 담당의사가 허가초과 사용을 직접 신청하는 것이다.

*감사의글: 본 칼럼을 위해 자료를 제공하고 조언해주신 이지은님께 감사드립니다.
 
참고문헌 
1. 약사법. 제31조, 제42조. 2021. 4. 08.
2. 이상무. 바람직한 의약품 허가초과사용. J Korean Med Assoc 2018 March;61(3):140-146. 
3.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2021. 4. 1.
4.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별표1]. 2021. 3. 26.
5.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2020. 7. 1
6. 허가초과 사용약제의 비급여 사용승인을 위한 의학적 근거의 범위 및 기준. 허가 또는 신고범위 초과 약제 비급여 사용승인에 관한 기준 및 절차 [별표]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바이엘코리아나 KRPIA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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