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1.18 06:07최종 업데이트 19.01.18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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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가체계 개편 "의협이 반대 안해" vs "원점에서 재검토" 누구 말이 맞나

협의체 관계자들 "의협, 실무 분과회의 먼저 요청해 용어 변경 등 요청

의료계, "의료비 절감 지불제도 개편 우려…의협은 엄중히 대응해야"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고려대 윤석준 교수 연구보고서 

정부가 3월부터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해 임상진료지침에 근거한 심사평가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의협이 그동안 실제로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반대하지 않은 채 실무회의에서 적극적인 의견조율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18일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의협 관계자는 지난해 열린 협의체 1차와 2차 회의에 모두 퇴장하고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과 달리 6차례 실무 분과회의에 모두 참석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심사체계개편 협의체 관계자는 “의협 측에서 먼저 실무 분과회의를 요청했다. 협의체 위원 전체가 모여 논의하면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정적인 용어 등에 대한 변경 요청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협의체 다른 관계자는 “의협은 가입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TRC(Top Review Committee, 심사제도운영위원회)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TRC 위원을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의료인으로 변경했고 이에 대해 의협이 동의한 부분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의협, 심사평가체계 개편 실무회의에 참석해 주로 용어변경 요청 

심사평가체계 개편 협의체는 지난해 9월 19일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10월 5일 제2차 회의, 12월 19일 제3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의협은 정부의 일방적인 심사평가체계 개편안 추진과 시범사업 철회를 요청하면서 퇴장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의협은 11월에서 12월까지 2달간 6차례에 걸쳐 실무회의에 참석해 의견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동료의사 심사와 질환별 시범사업 지표 전문, 의학적 표준근거 중심 전문가심사제도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시도의사회장단에 보고된 회의록에 따르면  의협 관계자는 회의에서 주로 용어 변경을 요청했다. 당시 의협 관계자는 “동료의사평가라는 용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우선 피어리뷰(peer review)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전문가협의심사제’ 등 적절한 용어로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또한 “TRC의 존재가 불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위원회 구성에서 제외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유지한다면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TRC에 가입자가 참여하는 것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협의체 관계자는 “의협이 심사체계 개편안에서 일부 반대하는 측면이 있지만 개편안 전체를 반대하진 않았다. 문구나 단어, 명칭 등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명칭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의학적 근거 기준으로 전문가와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의 명칭이 경향심사에서 동료의사 심사제도, 의학적 표준근거 중심 전문가심사제도 등으로 끊임없이 변경됐다. TRC에는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의료인으로 정해지기도 했다.  

의료계, 의료비 절감하는 지불제도 개편 우려…의협, "반대 입장 분명"  

이번 개편안은 의료의 질과 비용을 결합해 효율성을 평가하고 궁극적으로 가치기반 심사평가 체계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편안은 환자 중심, 의학적 타당성 중심, 참여적 운영방식 중심, 질 향상 중심의 가치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현행 건별로 분절적으로 판단하는 심사 방식을 환자 중심의 에피소드 단위로 개편하고 주요 진료정보를 지표화해 청구현황, 기관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분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월 중 이번 심사평가 개편 시범사업 지침을 만들고 지표와 기준선을 설정한다고 밝혔다. 의협과 대한병원협회, 전문학회 등과 의학적 심사에 관여하는 전문가심사위원회 구성을 검토하고 분석시스템을 개발한다. 3월부터 고혈압,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 만성질환부터 시작해서 급성기(슬관절치환술),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초음파 등 전체 7개 항목의 심사체계 개편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의 심사는 지역단위 전문가 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PRC)와  전문분과 심의위원회 (Special Review Committee, SRC) 심의를 거친다. 상위기구인 TRC(Top Review Committee, 사회적 논의기구 또는 심사제도 운영위원회)는 심사에는 관여하지 않고 심사체계만 관여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개편안으로 의학적인 기준으로 심사하고 문제로 지적됐던 잘못된 삭감을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의료비를 줄이겠다는 의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의협이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다른 관계자도 "심평원은 전문학회와 논의를 해서 심사평가체계에 필요한 지표를 개발한다고 한다. 또한 병협이 개편안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다"라며 "의협이 그동안 개편안을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그러지 못했다. 결국 문재인 케어에 이어 심사체계 개편안도 정부의 의도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번 심사평가체계 개편안은 의료계를 옥죄는 심각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정부도 그렇지만 의협에도 기대할 수 없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협은 원칙적으로 원점에서 재검토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심사체계 개편안은 분명한 반대 입장이며 어떤 의견도 타협하지 않고 있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은 처음부터 변함이 없었다"고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의협 주무이사인 변형규 보험이사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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