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지난해 11월 20일 보건복지부가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발표한 이후 방문의료에 대한 논의가 계속 되고 있다. 대한가정의학회는 방문의료 대상자와 진료 내용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7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커뮤니티케어에서 방문의료 모델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방문의료가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방문의료를 위한 협력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케어 코디네이터의 필요성과 복지 시스템에 대한 의료인의 이해도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커뮤니티케어 작동 위해서 협력 시스템 먼저 구축돼야
건국대병원 예방의학과 이건세 교수는 일본의 커뮤니티케어 제도를 그대로 가져온다고 해서 바로 한국 사회에서 시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퇴원 후 연계 진료와 방문 의료 등 커뮤니티케어가 작동하려면 이를 받쳐주는 협력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고령사회가 배경이다. 7~8년이 지나면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된다. 커뮤니티케어는 급성기 병원과 요양병원 밖에 없는 의료시스템으로 국가가 고령사회의 건강 문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 이를 지역사회에서 극복하자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여러가지 뒷받침 되어야할 것들이 많다. 커뮤니티케어를 하려면 지역사회가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면에서 경험이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중앙의 권한이 강하다"며 "일본은 시군구가 주체가 되어 커뮤니티케어를 실시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시군구에 보험 메커니즘이 들어올 겨를이 없다. 지자체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당장 80대 치매 노인이 병원을 퇴원해도 돌볼 사람이 마땅하지 않다. 등급 받아서 재가서비스를 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일본은 현재 커뮤니티케어가 가능한 시스템인데 우리는 일본보다 20~30년은 뒤쳐져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취약한 의료 전달 시스템에서 퇴원한 환자들에게 필요한 퇴원 계획을 실제로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며 "예를 들어 서울 암센터에서 치료받은 환자가 전주로 돌아가면 전주에 개업한 의사가 뭘 해줄 수 있겠나. 의사도 쉽지 않은데 읍면동 같은 지역사회에 가면 뭘 해줄 수 있나. 이런 게 당장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가와 재가 서비스를 만들어도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기는 쉽지 않다. 수가 주겠다고 퇴원 계획 수립해도 일본에서 시행하는 퇴원 계획까지 하려면 쉽지 않다. 우리나라는 퇴원 계획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퇴원 계획에는 퇴원한 환자에게 가사돌봄이 일주일에 몇 번 필요한지 등까지 구체적인 안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퇴원 계획 수립을 시작해 현재는 퇴원 지원까지 하고 있다. 일본은 수가를 계속 개정해왔고 회복기, 재활 복귀하면 수가를 지급한다. 그래서 병원에서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퇴원 계획을 세운다. 환자를 스크리닝하는 일에도 가산이 있고 지역 개원의, 간호사와 함께 하면 또 가산이 된다. 일본은 이런 방식으로 환자가 입원부터 퇴원 준비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지난 1992년 법개정을 통해 재택 의료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왕진 개념하고 다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일본 제도를 벤치마킹해서 가져온다고 해도 제도를 작동하도록 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시스템으로는 수가를 5배 인상해도 시행하지 못한다. 커뮤니티케어의 시행은 수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협력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케어 코디네이터에 대한 지향성과 트레이닝이 잘된 가정의학과가 문을 여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원활한 방문의료 위해서 환자 입원시부터 퇴원 계획 수립해야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지난 2016년부터 2년간 건국대병원이 진행한 시범사업인 '퇴원환자 연계진료 시스템'을 소개하며 방문의료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동기 부여, 협력 시스템 구축, 케어 코디네이터, 복지 시스템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효율적인 커뮤니티케어를 위해서는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퇴원 이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보건복지부가 건국대병원에 수주한 연구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건국대병원은 2016~2018년에 노인환자들을 대상으로 '48/6 모델 기반 시니어친화병원 프로세스'라는 병원 연계 적용 체계를 만들었다. 병원의 EMR 시스템 적용해서 노인 환자가 입원하면 프로세스에 따라 접근하고 항목 별로 결과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80대 기침을 하는 환자가 호흡기 내과에 입원했다. 진료 프로세스 외에 노인에게 필요한 10가지 사항을 살펴보니 8가지 사항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병과 같이 치료를 병행했다. 요실금을 제외한 5가지 사항은 병원 입원중에 컨트롤이 됐다. 하지만 8가지 중 3가지 문제는 병원에서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환자는 퇴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에 따라 입원한 병원과는 환경이 완전히 다른 집이나 요양시설 등에서는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프로세스를 건국대병원이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건대병원은 광진구 보건소와 연계해서 퇴원 환자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환자는 건대병원 퇴원환자 중 광진구에 거주 중인 환자들로 선정했다. 병원내 의료인이 퇴원 계획 등 프로세스를 설계하도록 했다. 이를 보건소와 연계해 방문간호사들이 재택 방문해 관리하도록 시스템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병원 내에서 환자들을 발굴하고 대상 환자의 내용을 정리해서 각 보건소에 담당자에게 연결하기 까지 여러 프로세스가 있다. 기본적인 틀 뿐 아니라 수가 등을 실제로 적용해봤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힘들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병원 내에서 이 프로세스가 필요한지 설득하기도 어려웠고 방문 간호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콘텐츠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콘텐츠가 만들어져도 이 프로세스를 돌리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커뮤니티케어를 실제로 돌아가게 하려면 결국 사람이 가서 각 분야 인력에게 인식시키고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환자의 상태와 치료 변화에 따라 퇴원 전까지 계속 이 프로세스를 돌아가게 하려면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왜 이 프로세스를 해야 하는지 설득하기도 힘들었다. 동기화 부터가 어려웠다. 따라서 커뮤니티케어도 시행할 때 그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퇴원 이후 치료 계획을 환자가 입원한 때부터 잡아야 한다. 커뮤니티케어의 목표는 환자를 잘 치료해 퇴원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가 퇴원 이후 돌아갈 곳을 입원 당시부터 고려해야 입원 기간 동안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시범 사업을 하면서 가족과 간병인이 국가사업의 일환으로 무상으로 해준다는 데도 거절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커뮤니티케어를 가족과 간병인이 모두 원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사람들마다 원하는 것이 조금씩 다 달랐다. 환자 가족을 대상으로도 교육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광진구 보건소와 커뮤니케이션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의료만 되는게 아니라 보건과 복지가 환자가 거주하는 삶의 현장에서 고려되어야 하는데 병원에서는 이를 알지 못해서 소통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케어를 제공하는 팀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케어는 퇴원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며 "복지와 병원과 연계 시스템 만들때는 더 배울 필요가 있다. 학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