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02 13:25최종 업데이트 23.10.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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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가능 사망률 30%→10% 줄인 '권역외상센터'…돌아오는 건 보상 아닌 질타, 당직 과부하

[필수의료 특별기획]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떠나는 의사 잡을 길 없어…고된 업무강도에 적절한 보상 필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김영대 센터장.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 세계 응급실·중환자실을 가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병원들의 필수의료 중심인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어떤 모습이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메디게이트뉴스는 일본과 미국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두루 탐방한 다음 국내 필수의료 정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연속적인 기획 시리즈를 이어갑니다.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①응급·중환자 살리는 도쿄대병원의 ‘마지막 요새’
②도쿄대병원 간호사 1인당 환자 1명에 1인실 100% 
③팬데믹∙의사근로시간 규제로 변하는 일본 집중치료체계 

④일본은 응급실 '뺑뺑이' 어떻게 대응하나
⑤.미국 응급의료는 적정수가 보상·과밀화 방지 최우선 
⑥미국 필수의료 대책 의대정원 확대 아닌 근무 유인책 제공
⑦LA할리우드 차병원이 매출 6000억원, LA 최대 종합병원된 사연은?
⑧대한민국 응급의료, 의사에게 책임 묻는 관행 '문제'
⑨필수의료 간호사들도 위험 상황 '부담감‧압박감'에 사직 러시
⑩권역외상센터 예방가능 사망률 성과에 보상 아닌 질타, 당직 과부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추락사고 및 각종 산업재해는 응급 중증이면서 다발성 외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일반 응급의료센터와 구분해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 다학제 중증외상팀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를 사태에 대비해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곳이 있어 안심할 수 있으니, 그곳은 바로 권역외상센터다.

특히 부산대병원은 2008년 보건복지부가 지방 국립대병원 특화‧육성 사업을 추진할 당시 ‘외상전문질환센터’ 사업계획을 승인받아 ‘외상센터’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지역외상센터’로써 역할을 했다. 2011년 석해균 선장 사건 이후 정부가 중증외상센터 설치 계획을 구상할 당시 참여해 현재의 ‘권역외상센터’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중증, 응급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부의 각종 대책 발표에도 의료 현장은 줄어드는 의료진과 늘어나는 업무 강도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대병원이 국내 최초 외상전문질환센터를 건립할 당시 건립추진본부장을 맡았던 김영대 현 권역외상센터장을 만나 우리나라 중증 응급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권역외상센터’의 역할과 필수의료인 중증 응급의료를 소생할 대책은 무엇일지 들어봤다.
 
중증외상 선도한 부산대병원, 예방 가능 사망률 6.16% 달성…재활로 지역사회 복귀까지
 
사진=부산대병원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형 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병원 도착 즉시 응급소생, 혈관조영시술, 응급수술 및 중환자실 치료가 가능 세계적인 규모의 외상전문시설이다.
 
직접 방문한 센터 1층에는 구급차 출입구가 있어 보행자는 출입할 수 없도록 돼 있으며, 곧바로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치료를 제공할 소생처치실과 12병상으로 구성된 응급진료구역이 있었다.
 
2층에는 외상센터 외래가 있고, 3층과 5층에는 총 50병상의 외상중환자실이, 4층에는 6개의 수술실이 있으며, 6층에는 교육을 위한 시뮬레이션센터가 8~9층은 80병상의 외상전용병동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구상을 진행하기 훨씬 전인 2007년부터 국내 최초 중증외상팀을 결성한 부산대병원은 현재의 ‘권역외상센터’ 형태로 진료를 개시한 이래로 대량 수혈 프로토콜, 사전 활성화 시스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진료시스템을 발전시켰으며, 매년 권역외상센터 최고등급을 받아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 역시 해외 유수 외상센터에 견줄 수 있는 6.16%(2022년)를 달성했다.
 
김영대 센터장은 “우리 권역외상센터는 부산 시민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암과 같은 질환은 분초를 다투는 질환은 아니기에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갈 수 있지만, 중증외상환자는 빠른 처치가 중요하기에 지역 안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따라서 외상센터의 유무는 지역의 안전 척도가 된다”며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료 지역 체계를 선도하며 공공의료를 협조하기도 하고 외상 인력을 양성, 교육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응급의학과 등 전담전문의 17명,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지원전문의 24명, 전담간호사 157명, 운영지원팀 8명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토대로 부산대병원 활성화팀의 도착 완료 평균 소요시간은 6.59분으로 개소 기관 평균 13.4분에 비해 월등히 빠르다.
 
중증외상구성비율도 40% 이상으로 개소 기관 평균 25.62%와 비교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상소생구역 평균 재실시간은 80.32분으로 개소 기관 평균 211분에 비해 130분 빠르게 신속한 진료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중증 외상 치료 이후 지역으로 환자들을 잘 퇴원시키기 위해 재활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치료도 중요시하고 있다. 이에 재활팀이 입원부터 매일 회진을 돌며 조기 퇴원을 돕고 있다. 원래 정신건강의학과도 함께 PTSD 치료를 함께했는데 결원이 발생해 충원이 안 되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강도 높은 업무에 결원 발생, 보상 안 되니 충원 안 돼…투자 비해 높은 성과에도 채찍만
 
사진=부산대병원

이처럼 국내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 모범적으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는 부산대병원이지만 이곳도 고민은 있다. 역시나 '인력' 문제다. 
 
김 센터장은 “가장 큰 고민은 인력이다. 인력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앞으로 함께 할 후배가 안 보인다. 그렇다 보니 이 센터가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센터를 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힘들어서다. 중증외상환자는 다른 환자를 진료하는 데 드는 시간과 강도가 일반 환자보다 훨씬 강하다. 대형 사고로 동시에 중증외상환자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 정말 감당이 안 될 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일이 힘들다 보니 센터를 나가는 의사들이 생기는데, 언제부턴가 결원이 채워지지 않는다. 365일 24시간 체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당직이 필수인데, 인력이 하나, 둘 빠지면서 당직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당직에 대한 부담으로 센터를 나가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는 의사가 3일에 한 번 당직을 서야 하는데, 적어도 4일에 한 번으로 바뀌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일할 의사를 구하려면 고된 업무 강도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정부 보조도 있고 병원도 지원해 주지만 의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대병원에서 외상외과를 지원하는 외상 전임의는 단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센터장은 이런 현실에서 올해 초 ‘대구 뺑뺑이’ 사건으로 응급의료 종사자를 비롯한 의료진이 문제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사실 권역외상센터가 생긴 이래로 우리나라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이 2010년 35%에서 10%대로 줄었다. 우리 병원은 6%대다. 애초 정부는 2025년에 10%를 달성할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미 2022년에 달생했다”며 “우리나라 의료비 수준에서 이러한 성과는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사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문제는 이렇게 의료진의 노력으로 90%의 국민을 살린 것을 잘했다고 칭찬하는 게 아니라, 나머지 놓친 10%만을 보고 나무라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모든 환자를 살리려면 현재 국민이 지출하는 의료비의 2배를 지출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외상센터 중증도에 따라 나눠 전국 5개 중증외상센터에 인력 집중, 인력에 보상해야
 
헬리패드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그렇다면 김영대 센터장이 보는 해결책은 무엇일까.
 
김 센터장은 “중증 응급의료를 하는 의사를 늘리는 문제는 단순한 제도 하나로 해결할 수 없다. 의료 전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일 간단한 게 ‘돈’인 것은 사실이다. 전체 의료비를 2~3배 늘려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현명하게 쓰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상센터 설립 초창기 구상 때부터 함께했지만 초창기 계획과 많이 달라졌다. 정치인들이 개입하면서 애초 중증외상환자만을 돌보는 전국 5개의 ‘권역외상센터’를 세우기로 했던 계획이 전국 17개로 쪼개졌다”며 “그러다 보니 예산 지원도 감소하고 의료인력도 분산됐다. 정말 집약적인 케어가 필요한 중증외상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게 됐고, 일부 센터는 경증 환자를 보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권역외상센터를 중증도에 따라 레벨을 나눠 전국 5개에 의료인과 지원을 집중시키고, 나머지 외상센터는 레벨2~3의 환자들을 보면서 보조역할을 하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센터장은 이처럼 열악한 현실에서도 버티고 있는 외상센터 의료진을 향해 “우리 의료진은 지금도 열심히 잘 버텨주고 있다. 외상센터장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대우도 잘해주고 싶고, 여유를 갖고 연구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라며 “이러한 문제는 개별 병원이 해결할 수 없는 만큼 국가가 나서야 하며, 지자체 역시 지역의 외상환자를 책임지는 외상센터에 직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외상은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른다. 사고는 누구에게 올지도 모른다. 평소 외상센터에 투자해 놓으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외상센터가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해 내 가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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