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8.28 07:39최종 업데이트 20.08.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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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업무개시명령 위반 전공의 고발 보류했지만 재개 가능성...전공의들 76% 사직서 제출

전공의들 "전공의 색출하고 명단 내놓으라고 교수들까지 협박하고...공권력으로 청년들 겁박 말라"

복지부가 수련병원 교수나 직원들에게 작성하도록 한 전공의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 확인서. 사진=제보자 제공 

보건복지부가 27일 수도권 20개 수련병원 응급실, 중환자실 휴진에 참여중인 전공의 358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발부했다. 그리고 이를 위반한 전공의에 대해 경찰 고발 조치할 예정이었다가 보류했다. 하지만 추후 다시 고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전공의들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자체가 신뢰를 깬 행동이라고 반발해 사직서 제출로 응수했다. 이번 경찰 고발 예정 조치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전공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조사결과 27일 전국 165개 전공의 수련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 8825명 중 68.8%인 6070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 이유는 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반대해서다.  

복지부는 중환자와 응급환자 진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26일 오전 8시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같은 날 수도권 20개 수련병원을 방문해 휴진 전공의 명단을 확보했다. 복지부는 응급실·중환자실 휴진 전공의 총 358명에 대해 개별적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휴진 전공의에 대해 조사당일 1시간 이내, 중환자실 전공의는 27일 오전 9시까지 업무현장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 

복지부는 다음날인 27일 이들 병원을 재방문해 휴진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확인한 뒤 고발자 명단을 확정했다. 수령 거부 또는 전달 거부 등을 막기 위해 교수나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개시명령 불이행 확인서'까지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나서 복지부는 27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이들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이를 보류했다. 보류 이유는 병원장 등 주요 의료계 원로들이 고발을 만류한 탓이다. 이날 오후 2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영모 인하대의료원장,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 윤동섭 연세대의료원장 등 주요 대형병원 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복지부는 “복지부는 장관과 병원장 간담회 등 다양한 경로로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상황으로 업무개시 명령을 위반한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 제출 일정은 추후 공지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업무개시 명령에 따른 고발 재개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상황이 되면 휴가를 가거나 외출을 나갔던 군인들도 군대로 돌아와 총을 잡는다”라며 “지금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현장 떠난다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거꾸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재차 복귀를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의료계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수용하지 않고 단체 사직서 제출 방안을 준비하고 있고 코로나19에 한해 복귀했던 진료마저 자원봉사 형식으로 전환한다고 한다"라며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다. 의료 비상시국에 국민의 생명과 환자들을 볼모로 삼아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무책임과 집단 이기주의로 여겨질 뿐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까지 반복적으로 의료계 파업은 법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업의 명분이 없고 국민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강경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업무개시 명령과 고발 예정 조치로 정부에 대한 전공의들의 반응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27일 오후 12시 기준 전공의 76%가 사직서를 작성했고 실제로 이 비율은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26일 병원으로부터 업무개시 명령서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나도 사직서 작성을 마쳤다"라며 "나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젊은의사들이 현재 상황에서 의사의 길을 걷는 것이 맞는지 결정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사직서를 작성하는 5차 단체행동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전협은 성명서를 통해 “8월 7일과 14일, 두 차례의 단체행동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도, 근본적 문제에 대한 고찰도 없이 무작정 추진되고 있는 이 정책들은 의료의 공산화와 질 저하를 유발할 실책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라고 했다. 

대전협은 “8월 26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발동시켜 전공의들을 색출하고 잡아들이고 있다. 병원마다 찾아가 빠져나간 전공의 명단을 내놓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업무정지를 시키겠다며 우리의 스승님들을 협박하고 있다”라며 “문자를 통해 명령서를 발송해 무심코 열어본 순진한 전공의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려고 하며, 형사처벌도 서슴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27일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및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 명단을 요청했다”라며 “이를 대비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8월 1일 긴급대의원총회를 통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를 분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어 나가기로 한 지 고작 며칠이 지났다. 합리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다음 대화 날짜를 잡기도 전에 간신히 쌓은 상호 간의 신뢰가 그대로 깨져 버렸다. 20-30대 어린 의사들을 향해 거대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한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협박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라며 "이를 당장 멈출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정부가 공권력을 이용해 젊은 청년들을 겁박하는 행위는 비단 의료계뿐 아니라 온 국민이 분노할 행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3만2787곳 개원가의 파업 참여율은 파업 첫날인 26일 10.8%(3549곳)에 이어 파업 둘째 날인 27일에는 8.9%(2926곳)으로 파악됐다.   

#파업 # 의사 파업 # 전국의사 총파업 # 젊은의사 단체행동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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