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상황에 따라 비만 관리에 대한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7일 오후 대한비만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부회장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에서 비만에 대해 많은 사업을 시행했고 그 중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 것도 적지 않다. 일례로 정부는 2019년 비만대사수술을 보험 적용해 관련 환자수가 2020년 6만1879명에서 2022년 7만303명까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외 여타 비만 관련 정책이 지지부진하고 비만 유병률을 낮추려는 시도 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김경곤 부회장은 "아직은 한국 정부와 보건 당국에서 비만의 우선순위는 상당히 낮기 때문에 지속적인 비만 관리 사업이 실시되지 않은 것 같다"며 "비만을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기 보단 미용의 문제이거나 개인이 스스로 싸워 내야하는 의지력으로 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만의 유병률은 국가나 지역의 차원을 넘어서 전세계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 유병률은 성인과 소아청소년 모두에서 늘어나고 있다.
19세 이상 남성 비만 유병률은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11.2%p 증가했고 중·고등학생은 2.6배, 여학생도 2.2배 증가했다.
비만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이에 따른 합병증인 고혈압, 2형당뇨병, 심혈관 질환, 뇌졸중, 골관절염, 폐쇄성 수면 무호흡 등 역시 유병률이 함께 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비만은 만성적이고 재발을 잘하며 계속 진행하는 특성을 가진 질병이다. 비만의 발생은 유전적인 요소가 매우 강하게 관여하고 있다"며 "식욕 중추에는 많은 종류의 호르몬들이 관여하고 있고 비만으로 되기 이전에 예방이 돼야 관리와 치료가 수월해 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가 아직까지 다른 국가보다 비만 유병률이 낮은 이유는 건강한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젠 개인적 노력에만 기대지 말고 그 사람들이 그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소아청소년에서의 비만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대한비만학회 소아청소년위원회 홍용희 이사(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만한 소아청소년은 높은 확률로 비만한 성인이 되고 20-30대 젊은 연령, 심지어 10대에서 이미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알콜성간질환 등이 동반된다"며 "열등감, 우울증 등의 정신심리적 문제, 교우 관계 문제도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홍 이사는 "청소년 연령이나 젊은 청년에서 비만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면 굉장히 긴 시간을 합병증을 갖은 채로 살아가야 하고 이로 인해 국가 의료비 증가는 저명하다"며 "사회경제적 손실을 감안했을 때 지체하지 않고 환자 중심의 영양, 신체활동 등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건강 체중의 소아청소년에서도 비만 예방 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지만 그 외 비만 환자의 진료와 합병증 평가를 위한 검사, 교육, 약물 치료는 모두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비만대사 수술의 경우 일부 병원에서만 많은 수술이 이뤄지다 보니 지역적 접근성의 차이도 심각한 상태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김경곤 부회장은 "농촌과 도시 지역 또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의료 사용의 접근성의 차이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다른 건강 추구 행동과 지출을 초래할 것"이라며 "따라서 개인과 인구 집단 양쪽의 측면에서 비만인에서의 체중 감량과 합병증 개선에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한 비용과 접근성 측면에서 불평등을 개선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정연희 건강증진과 과장은 "비만이 보험 급여가 되기 위해선 단계적으로 우선순위가 있는 것부터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