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13 06:16최종 업데이트 23.08.1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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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도 물가 인상도 반영 안되는 '협상 없는 수가협상'…의료계 분노 "이제는 바꿔야"

밴드 규모 설정해 공급자단체에 투명하게 공개해야…수가협상 탈법적 요소도 지적

대한개원의협의회가  '불합리한 수가협상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의료계가 이름만 ‘협상’인 불합리한 수가협상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물가인상률과 최저임금 등 객관적 상황을 고려한 기본 밴드 규모를 설정해 공급자단체에 미리 공개해야 해 기존의 '깜깜이 협상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12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불합리한 수가협상 개선 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참여한 패널들이 한목소리로 현 수가협상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 2024년도 평균인상률은 1.98%에 병원 1.9%, 치과 3.2%, 한의 3.6%, 조산원 4.5%, 보건기관 2.7%로 5개 유형이 타결됐고, 의원은 1.6%, 약국 17.7%를 제시받아 결렬됐다. 

특히 의원 유형 수가 계약 협상은 2008년 유형별 수가 계약이 시행된 이후 17회 중 10회가 결렬돼 건보공단이 일방적으로 수가 인상률을 결정해 사실상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된 상황이다.

1조 상한선, 매년 2% 이내 통제…유형별로 나눠 먹기 협상 유도하는 구조 '본말 전도'

대한의사협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우리나라 수가계약제도의 첫 번째 문제로 '공정하지 못한 깜깜이 협상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가계약은 공단 이사장이 계약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내용에 따라 협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결정한 밴드 내에서 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각 유형별 순위 및 재정 증가 폭을 결정해 공급자에게 통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보험이사는 "협상이란 상호의견을 조율하고 협의를 이루는 과정이 필요하나 공급자단체 입장에서는 공단에서 제시한 최종 인상률의 수용 여부만을 결정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단이 매년 수가 협상 시 이용하는 SGR 모형의 한계로 실제 도출된 결과를 협상에서 그대로 활용하지 못해 이용공급자뿐 아니라 가입자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라며 "공단 재정위의 밴드 결정 또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되기보단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1조라는 심리적 상한선을 감안해 매년 2% 이내 수준에서 통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조 보험이사는 중재 기구의 부재, 건정심의 불공정한 논의 과정, 수가협상 기한을 넘어 버티기식 협상으로 이어지는 비효율적인 협상 방식 등도 문제로 지적했다.

조 보험이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 재정운영위에 공급자 위원의 참여를 보장하고, 물가인상률과 최저임금 등 객관적 상황을 감안한 기본 밴딩 규모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엇보다 재정운영위는 협상 전 밴드 규모 및 결정 근거를 공급자에게 선 공개해 공정한 협상 구조를 마련해야 하고, 건보공단이 재정운영위 전달자가 아닌 실제 수가협상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부여하고, 별도의 중재기구가 신설돼야 한다. 그래야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 중재기구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며 "불합리한 페널티 구조를 개선하고, 합리적 운영방식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협 장성환 법제이사 역시 "현행 수가계약제는 계약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계약이란 당사자의 의사 합치를 의미하며 계약 체결 여부와 그 내용을 양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면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없으므로 계약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귀결돼야 계약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급여는 필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요양급여에 편입되면 원가를 분석해 그에 상응하는 요양급여비용을 책정하는 게 적절한 수가 결정 순서다. 재정위에서 결정한 수가 인상분을 한도로 유형별로 나눠 먹기 협상을 유도해 수가를 결정하는 현재의 구조는 수가 결정의 순서가 잘못돼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장 법제이사는 "계약의 본질에 부합하도록 건보법 개정이 필요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당사자의 의사 합치가 없으므로 계약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귀결돼야 계약의 본질에 부합하다"며 "요양급여비용은 원가에 적정이윤을 부가한 것으로 산정해야 하며 이미 원가 이하의 저수가로 고착된 기존 요양급여비용을 토대로 인상해봐야 저수가 문제 탈피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정운영위 구성이 주로 가입자로 이뤄진 운영위원은 전문성이 떨어지고 공급자와 이해가 상반되기에 계약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편향된 자료를 보고 그대로 결정하는 구조이므로 거수기 기능만 하는 가입자단체는 인원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진료비 증가율 5등 굴레에 의원유형 좌절…필수의료 강화 외치면서 저수가 개선 외면

이어 2024년 의원급 수가협상에 직접 참여한 김봉천 부회장은 역대 최저 수가 인상률을 받은 배경에 대해 "의원 유형은 SGR 모형을 비롯한 5개 모형 중 총 진료비 증가율 최하위를 차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진료비 증가율이 22.6%였다. 그 액수는 약 4조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급여 증가분, 초음파 증가분 등을 제외해도 14% 정도가 인상됐다. 그럼에도 순위에서 5등으로 꼴등이었기 때문에 협상단장으로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진료비 증가율이 5등이다보니 5등이 4등의 수치를 넘어갈 수 없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병원급이 1.9% 인상분을 받았기 때문에 저희는 1.9%를 무조건 받을 수 없는 구조가 된다"며 "마지막까지 버텨 최대한 수가인상분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밤샘 협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결론부터 말하면 협상은 없었다"며 "수가협상 후에 나온 건보공단의 지속 가능성 언급과 건보료율의 동결 가능성 보도는 한마디로 말해 건강보험 재정의 투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또 한번 이런 의지를 보여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 정부는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남아있는 20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왜곡된 현장 상황을 바로잡겠다고 여러번 공언했다. 필수의료는 외치면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저수가 개선은 외면하고 있다"며 "총진료비 100조원 시대에 1%에 해당되는 수가 인상으로 세계와 경쟁하는 한국의료의 사기를 한없이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개협 민승기 보험이사는 "진료비 증가율만으로 수가협상 순위가 결정되는 불합리한 구조에 더해 비용 증가는 고려하지 않는 수가협상이 큰 문제다. 매년 인건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전혀 반영하지 못현 수가협상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구조다"라고 말했다.

그는 "SGR 모형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를 유지한다면 시작부터 수가협상을 거부해야 하지 않나 싶다"며 "지금까지 하고 있던 방법이 탈법적 요소가 많은 만큼 거부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소한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위유형별 차등 조정, 의료계 집안 싸움 조장…"기본 진찰료 인상이 필수의료 살리는 길"

대한내과의사협회 강창원 보험 부회장은 "직접 의협 수가협상에 참여해보니 수가협상 대표는 꼭두각시라는 것을 깨달았다. 수가협상 과정에서 협상대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사실 수가 인상 총액은 공단 재정위에서 다 정해져 오고, 단체별 순위도 이미 SGR 모형에 따라 다 정해져 있다"고 비판했다.

강 보험부회장은 또 정부가 공단 환산지수 협상을 통해 행위유형별로 차등 조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엄연히 건정심 산하에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이 있고, 기존의 상대가치 조정을 통한 행위유형 간 불균형 조정 기능이 있는데 굳이 공단의 고유 기능인 환산지수 조정 과정에서 상대가치운영기획단의 고유 기능인 상대가치조정까지 관여하는 것은 명백한 공단의 월권행위"라며 "수술, 처치료 인상은 다른 행위유형을 건드리지 않는 순증이어야지 다른 행위유형을 빼앗아 수술, 처치료를 올려 주는 것은 의료계 집안 싸움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안영진 보험부회장 역시 "기본 진찰료의 원가 보상율이 제일 낮다는 부분에 대해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있고,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러기에 이번 3차 상대가치 개정 기획 단계에서도 기본 진찰료 조정을 기치로 삼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완료되는 시점에서 얘기를 보면, 가산 조정을 통한 상급종합병원와 종합병원 수가 인상 및 검체, 영상 수가 인하분은 활용한 수술, 처치 수가 인상 방안만 있을 뿐 기본 진찰료 인상과 관련된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상대가치 워크샵에서도 복지부의 답변은 기본 진찰료 규모가 워낙 커서 인상이 쉽지 않다는 기본 주장만 되풀이됐는데 그 논리대로라면 1차 의료가 붕괴돼 진찰료의 비중이 줄어들때까지는 기본 진찰료의 인상은 이뤄질 수 없다"며 "필수의료 살리기가 화두인데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외래 진찰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안 부회장은 "이러한 진찰료를 원가 이하로 방치해놓은 채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진찰료 인상이 어려우니 만성질환관리제, 외과계교육상담료·심층진찰료, 소아 심층 진찰료 등 다양한 방법의 진찰료 원가 보전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 진찰료 인상에 비해 효율성도 떨어지고 의료계 내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고식지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대개협이 심포지움의 토론자로 초청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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