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17 10:31최종 업데이트 24.06.1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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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최하위권의 변호사 수와 의대 증원 정책의 궤변

의사 파업도 기본권 아닌 불법으로 간주해 형사처벌과 면허취소만 운운하는 정부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무모하면서도 즉흥적인 밀어내기식 의과대학의 정원 증원 문제는 이제 다 정리됐다는 정부, 원점에서 믿을 만한 추계를 바탕으로 재검토하자고 주장하는 전공의와 의료계. 양측의 대치 상황은 언제 폭발할지 모를 긴장감 속에서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나라는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의료계는 정책적 합리성과 투명한 절차가 결여된 채로 밀어붙이기 방식을 취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면 언제든 악마도 활용하는 정권  

정부는 법학전문대학원 총정원 책정에서 보여준 변호사 증원 사례를 들며 공공의 복리를 위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 집단을 ‘악마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성공 사례로 예를 든 변호사 증원도 실제로 국제적인 통계치를 보면, 이스라엘이 인구 10만 당 694명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데 이어 다음으로는 이태리 403명, 그리스 385명, 캐나다 254명, 영국 226명 등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5200만 명에 약 3만5000명의 변호사 시대로 인구 10만명 당 70명 정도에 불과해 선진국들과는 심각한 격차를 보인다. 

미국은 인구 250명 당 변호사가 1명으로 2021년 기준으로 보면 등록된 활동 변호사 수는 총 135만2027명이다. 미국은 인구 3억4000명이 채 되지 않는 나라로 우리나라와 인구수를 단순 비교해보면 법학 교육을 미국식으로 전환한 우리나라는 미국 기준으로 약 20만 명의 변호사가 필요한데, 이제 겨우 3만5000명 수준의 매우 작은 규모의 변호사 풀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 논리라면 변호사 수 지금보다 5배 이상 늘려야 

우리나라가 대륙법을 따르기에 변호사가 적다고 하나 대륙법의 원조인 독일은 인구 550명, 프랑스는 1000명당 변호사 1인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자료는 더 많은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영미법을 따르는 영국은 400명, 호주는 350명, 캐나다는 450명당 1명의 변호사가 있다. 이 같은 통계 수치를 미뤄볼 때 어느 법체계를 따르든지 간에 선진국의 법률 서비스 수요가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런데 일본은 2022년 기준 1억2400만명 규모의 인구에 변호사는 4만4101명 수준인데, 이는 일본은 인구 2800명 당 변호사 1인 정도다. 우리나라는 변호사 1인이 담당하는 인구 규모는 대략 1500명이 조금 안 된다. 그나마 우리나라 변호사의 75%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변호사가 활동하지 않는 속칭 ‘무변촌’도 53곳에 이른다고 한다.  

무변촌 등 수요 대비 변호사 수 저개발국 수준

2007년 교육부는 변호사 증원의 근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평균 자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전체 변호사가 포함된 한국 자료와 그렇지 못한 외국 자료를 단순 비교하고 왜곡해 우리나라의 목표치를 설정한 것이 타당하지 못하다고 강력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한 국가의 변호사 수 대비 인구 비율은 법률 시스템,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 사회경제적 조건 등의 차이를 반영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 서비스 수요가 높은 선진국에서는 인구 250~300명 당 변호사 1명이 필요한 반면에, 법률 서비스 수요가 낮거나 ‘대체 분쟁’ 해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인구 500명 당 변호사 1명이 적정 변호사 수로 가늠해볼 수 있다. 

한 나라의 적정한 의사 수도 명확하게 규명하기가 쉽지 않듯이 이상적인 변호사 대 인구 비율은 나라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진국의 변호사 수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그 숫자가 너무나 적고 아마도 최빈국이나 개발도상국 수준과 형편이 비슷하다. 

문턱 높은 법조계, 변호사 수 감축 논리로 맞서 

정부는 법학전문대학원 체제의 전환과 변호사 증원이 성공적이었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국제적 수준에도 현저히 낮아 보이는 우리나라 변호사 수에도 벌써 변호사 배출을 이제 조절해 거꾸로 줄여야 한다는 법조인들의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정부가 의사 증원의 가장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는 OECD 평균치를 근거로 제시하는 진정한 법조인 양성 수요는 왜 소극적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대통령, 총리, 그리고 상당수 정부 요직의 관리나 국회의원은 법학 전공자들이다. 

의사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의대 정원 증원에 저항한다는 논리라면 한국과 일본의 세계 하위권의 변호사 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법조계야말로 밥그릇과 권력 지키기에 가장 철저한 집단으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다는 주장도 가능해 보인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는의 주장을 그저 사악한 이익 집단의 밥그릇 타령으로 폄훼했다. 반면에 정작 변호사 수는 선진국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의료 접근성 세계 최고 VS 법률 서비스 수준 오리무중

우리나라 의료의 접근성과 수진율은 세계 1위인데 우리나라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이용률은 과연 국제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인구 대비 변호사 수가 아주 적은 나라인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전과자 비율은 세계 최고라는 사실도 경악스럽기만 하다. 물론 전과자의 70% 이상이 행정처분에 의한 전과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사법 체계에 대한 후진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행정 처분이든 형사 처분이던 전과자는 전과자다. 우리나라의 전과자 1000만 명 시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약 3분의 1이 전과자라는 사실도 적절한 소명이 불가능해 보인다.

여하튼 이 나라는 다수의 전과자를 양산하는 ‘검찰 공화국’을 넘어 ‘법조 군주국’으로 변해가는 모양이다. 정작 이 사회에서 공권력의 남용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를 보호할 적절한 법체계는 갖추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가장 뒤떨어진 정치 역량 ‘겁박’으로 일관   

검사 1인당 사건 건수는 아마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짐작되는데 우려 사항은 검찰 조사의 질적 수준에 대한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변호사 자격이 전제조건인 판, 검사의 사건에 대한 양적 부담을 완화시키고 판단의 질적 향상과 재판 지연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증원이 필수로 보이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 방식대로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입학정원 증가 행정명령이라도 내려야 할 것 같다. 의사의 입장에서 의료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의 정확한 통계 자료 조차 생성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입건 후 기소가 됐는지 그리고 확정판결은 어떻게 됐는지 도무지 관련된 데이터와 자료를 구할 수 없다. 

의사의 책임에 대한 법적 행정적 책임은 형사, 민사, 자율징계의 3원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타국에서 볼 수 없는 의료형사범죄화와 관료 중심의 의사 행정처분 제도로 우리나라 의료는 좋아지는 방향이 아닌 나쁜 의료로의 질주가 가속화하고 있다. 

자율권 이양은 거부, 공포의 행정명령은 수시 작동
 

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났는지,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과 계도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법원에 있는 사람이나 의료계의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의사 처벌로 끝나지 않고 의료를 좋게 하기 위한 어떤 연결고리도 없이 기계적 처분이나 비전문적 판단에 의한 처벌로 전문직 자율에 대한 존중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의사 집단은 자율 불가능한 집단으로 설정하고 공무원이나 판사의 재량에 따른 의료사건의 단순히 ‘공포의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 

엄격한 법률로 의료가 좋아진다는 망상은 많은 정치인들이 탈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듯이 의료도 의사의 안전을 위한 방어 의료와 탈법으로 낮은 수준의 의료에 대한 면죄부로 전체적 의료수준의 질적인 저하를 가져온다. 

잘못 설계된 사회 정의 제도가 내포하고 있는 큰 원인에서 곧바로 정의를 지켜야 하는 후진적 사법 체계가 큰 문제로 보인다. 이런 문제는 아마도 법조인 양성을 위한 법학 교육부터 근원을 따져보아야 할 것 같다. 

선진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인구 대비 극히 적은 수의 변호사를 두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쌍둥이 현상은 결국 사법제도 속에 깊이 박혀있는 후진 식민문화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권력은 생물, 국민 기본권은 법상 박제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문제점으로 무엇보다도 검찰 권력의 비대화와 정치적 영향,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 수호보다는 표현의 자유나 집회결사의 자유인 기본권 제약으로 집단문화에 근거를 둔 전체주의를 옹호하고 있다. 

군사독재를 비롯해 이 나라의 전체주의와 독재가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법제도가 있기에 가능했다. 착한 국민은 그래도 이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러나 MZ세대도 이를 얼마나 수용할지는 정말 궁금하다. 

자유민주주의나 평등민주주의로 포장된 전체주의의 체제 수호는 불필요하게 국민을 전과자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인간의 기본권으로 존중받는 의사 파업도 불법으로 간주해 언제든지 단체행동에 형사처벌과 면허취소도 가능하다. 

의료도 강간, 성추행, 마약, 불법 처방 등 분명한 형사처벌 영역이 존재하나 불확실성이 특성인 현대의 의료를 형사범죄화해 오늘날의 필수 의료 붕괴에 막대한 지렛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과도한 형사법이 불필요하게 국민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그 사정이나 내막을 잘 모르는 국민의 일부는 정부나 정권의 선동에 이끌려 다른 국민의 기본권 제약에 대한 바보스러운 지지를 보내고 있다. 

파업한 의사들을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자단체도 있다. 이것이 진정 환자 이득의 대변인지 매우 우려스럽다. 현 상황에서 대의 민주주의 이후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에 꽃을 피워 정착이 가능한 것인지 심한 자괴감마저 든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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