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에 대한 의료과실은 부정…비응급 수술 당일 결정에 따른 자기결정권 침해만 인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백내장 수술 이후 사실상 시력을 상실한 환자가 의사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법원이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수술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백내장 수술 때문에 시신경 손상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첫 내원 당일 비응급인 백내장 수술을 진행한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21일 광주지방법원은 최근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5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A씨가 애초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1억원이었다.
A씨는 2022년 3월 24일 병원에 내원해 이틀에 걸쳐 B씨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이후 안압 상승과 눈 통증, 심한 두통이 발생했고 약 5개월이 지나도록 증상이 개선되지 않자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 결과 양쪽 눈의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과 황반부종을 진단받았다.
A씨는 백내장 수술 당시 B씨의 과실로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발생했으며 수술에 관한 설명도 충분히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법원은 백내장 수술 과정에서 B씨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체감정의는 백내장 수술 후 황반부종이 드물지 않게 동반될 수 있으며, 황반부종이 수술 자체의 문제로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2022년 당시 황반부종에 대한 B씨 측의 진료와 처치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A씨가 수술 전부터 녹내장을 앓고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감정의는 2022년 8월 시행한 OCT 검사에서 이미 양쪽 눈의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확인됐다며 이전부터 녹내장이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의심된다고 밝혔다. 다만 수술 후 약 5개월간 안압이 불안정했던 만큼 수술 전 녹내장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백내장 수술 이후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과 황반부종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수술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수술 과정에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가 수술에 필요한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백내장 수술이 시급성을 요구하는 수술이 아닌데도 B씨가 A씨의 병원 첫 방문 당일 곧바로 수술을 시행한 점을 문제 삼았다. 수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고 수술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환자에게 제공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수술 이후의 진료 경과도 설명의무 위반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A씨가 수술 후 안압 상승 등 불편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했고 B씨가 두 차례 녹내장 관련 검사를 시행했지만, 적절한 진단과 체계적인 안압 관리를 충분히 하지 못해 녹내장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감정의가 2025년 2월 기준 A씨의 양쪽 눈, 특히 오른쪽 눈이 심각한 녹내장에 이른 것과 관련해 B씨 측의 처치나 관리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현재 A씨의 오른쪽 눈은 시력을 거의 완전히 잃은 상태이며 왼쪽 눈 역시 시야 일부가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다만 설명의무 위반과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수술과 시신경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은 만큼 설명이 부족했다는 이유만으로 시력 손상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봤다.
결국 법원이 인정한 손해는 시력 손상에 따른 손해가 아니라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손해였다.
재판부는 “피고가 수술에 필요한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해 원고의 백내장 수술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했다”며 환자의 나이와 수술 과정, 수술 이후 경과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500만원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