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의협 1차 수가협상…"절대적 금액 원가 이하, 구조 개선 없는 환산지수 쪼개기는 '땜질식 임시방편' 불과"
15일 건보공단과 대한의사협회의 2026년도 유형별 1차 수가협상이 개최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건보공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저평가 분야의 보상을 인상하기 위해 '병·의원 환산지수 차등지급'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실제로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오히려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처럼 정부가 시장 수용성을 결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더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건보 지출 증가의 원흉으로 낙인찍으면서 만성적인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의원급에 최소 5억원 이상의 신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5일 당산 국민건강보험공단 영등포지사 대회의실에서 건보공단과 대한의사협회의 2026년도 유형별 1차 수가협상이 개최됐다.
'환산지수 쪼개기'로 저평가 항목 인상?…현실은, 필수의료 의원 대부분 손해 막심
박근태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의협 수가협상단장을 맡은 박근태 단장(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이날 공단이 지난 협상에서 강행한 '환산지수 차등지급' 일명 '환산지수 쪼개기'에 대해 큰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정부는 병·의원의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키로 하였던 재정 규모의 범위에서 ▲일부 재정은 환산지수 인상으로, ▲일부 재정은 저평가 행위의 상대가치점수를 집중 인상하기로 일방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25년 의원 유형은 1.9% 인상률이 적용됐지만, 환산지수 쪼개기로 인해 0.5%는 환산지수 인상에 사용하고, 나머지 1.4%는 진찰료 인상에 사용했다.
의협은 이로 인해 진찰료 의존도가 높은 진료과조차 환산 지수 차등을 적용하지 않은 1.9% 전체 인상에 비해, 실질 인상률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였다고 설명했다.
박 단장은 "특정 진료과는 1개 의료기관당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저평가 분야의 보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이 방식은 극히 일부 진료과에만 국한된 인상일 뿐이었다"며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원은 물론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은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 수가 구조에서 환산지수 차등 적용이 의원급 의료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정 항목을 임의로 조정하면 의료 서비스가 왜곡될 위험이 크며 필수 의료 분야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절대적 금액 자체가 원가 이하인 상황에서 구조 개선 없는 차등 인상은 결국 밑돌 빼서 윗돌 개는 식의 땜질식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더욱이 그 추가 재정조차 상급종합병원 기능 전환 지원 사업으로 전용됐고, 정작 의원 유형은 가장 낮은 인상률을 배정받는 결과를 낳았다"며 "행위별 차등화는 상대가치 점수를 통해 조정해야 되며, 환산 지수는 원칙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환산지수 차등지급을 강행한다면, 최소한 국책 연구기관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련 연구가 마무리된 후 근거 있는 자료에 기반한 정책으로 같이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원' 건보재정 갉아먹는 원흉 낙인?…"진료비 점유율 20% 불과, 폐업 수 연간 170건 달해"
의협은 이처럼 잘못된 정책으로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왜곡과 1차 의료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최근 대형병원 중심 구조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의료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정책적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운영이 불가능한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2024년 기준 의원 이용의 진료비 점유율은 20.7%, 폐업 수는 연간 170건 이상, 특히 대구 최초 소아과와 같은 상징적인 의원들이 30년 만에 속속 폐업하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그는 "중소병원과 1차 의료기관이 지역 기반에서 무너지고 있으며, 이것이 곧바로 의료 접근성 저하, 국민 불편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은 더 이상 수치로만 보아서는 안 되며,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해야 직시해야 할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건보재정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운영의 책임을 매년 의원급 의료기관에만 전가하는 구조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그 재정의 어려움이나 부족분을 매년 의원급에 전가하는 구조는 제도 설계 실패를 공급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라고 분노했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 증가 및 건보 지출 증가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상승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등 의원급 의료기관을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 원흉으로 낙인찍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20%대에 불과하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붕괴는 건보 재정 지속 가능성의 최대 리스크다. 이제는 오히려 의원급의 최소 5천억 원 이상의 신규 재원 지정이 지원이 필요하며 지금의 1차 의료 붕괴 속도를 그나마 늦출 수 있을 정도로 위기 상황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는 "박 단장은 만성적인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하는 의원들은 속출하고 있다. 폐업은 단지 개원의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민의 진료 기권권이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공단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원한다면 지속 가능한 일차 의료 체계가 복원되도록 합리적인 수가 인상안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 수가협상단은 수가 밴드 사전 공개, 재정 운영위원회 공급자 대표 참여, SGR 방식 중단 또는 별도 산식 적용도 함께 요구했다.
공단 "2024년도 상급종병 진료 실적만 대폭 감소, 건보 재정 부담 커…환산지수 차등지급 계속돼야"
김남훈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
이어 건보공단 김남훈 급여상임이사는 "필수·지역 의료 회복을 위해서는 1차 의료 활성화와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공단의 수가 협상을 진두 지휘하는 수가 협상 단장으로서 금년도 수가 협상의 환경은 과거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어려운, 녹록치 않은 상황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상임이사는 "우선 공단의 현재 수가 산정 방식은 2024년도 진료 실적을 토대로 2025년도에 유형별 협상을 통해서 2026년도 수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모든 유형이 동일하게 진료 실적이 줄어들었던 것과 달리 2024년도에는 전공의 집단 행동의 영향으로 인해서 상급종합병원 진료 실적만 대폭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각 단체별로 처해진 의료 현장의 고충을 충실히 반영해 유형별 균형을 어떻게 잡아나가야 할지가 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또 공단은 2년 연속 건강보험료가 동결되고 경기 침체로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 상황, 정부의 비상진료체계지원에 이어서 필수의료정책 추진에 따른 대규모 건보 재정 투입 등의 현실로 건보 재정 부담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공단은 의협 협상단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단 환산지수 차등 지급에 대해서도 계속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상임이사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라 전년과 동일하게 병원, 의원 유형 중심으로 저평가된 행위 항목을 환산 지수와 상대가치 점수를 연계해 불균형한 보상 수준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금년도 수가 협상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하지만 가입자 중심의 재정 소위원회와 공급자단체, 공단이 필수 의료 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 따른 가입자의 부담 수준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상호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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