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환산지수 차등 적용 유지…상급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부족한 재정 충원에 방점 찍힐 듯
2026년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협상을 책임질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정책단이 지속 가능한 의료 수가 모델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재정 순증을 위한 협력 거버넌스를 확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올해 수가협상이 녹록친 않아 보인다. 사진은 대한개원의협의회 보험정책단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6년도 수가협상을 두 달여 앞두고 올해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협상이 역대급으로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정갈등 등 상황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은 데다, 병원계 적자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가 인상 비중이 병원협회 쪽으로 쏠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상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료계 입장에선 부정적인 면이다.
공단 올해 수가협상 기조, 환산지수 차등 적용 유지 방침…"올해도 협상 쉽지 않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앞서 2024년도 수가협상에서 의원급 수가협상은 최종 결정됐고 당시 건보공단이 제시한 수가 인상률은 1.6%였다. 이는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치다.
물가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인상이 계속되자 올해는 높은 수가 인상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2026년도 수가협상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은 건보공단의 협상 기조다.
지난 2월 20일 건보공단 정례 보고시 정기석 이사장은 지난해 주요 추진 성과로 환산지수 최초 차등 적용을 꼽았다. 또한 수가 적용을 일괄적 적용이 아닌 차등 적용함으로써 기본의료 쪽, 필수의료 쪽에 수가가 좀 더 갈 수 있도록 해 상대가치점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공단은 환산지수 차등 적용으로 저평가된 의료 분야에 수가를 상향함으로써 수가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금액들이 상급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및 부족한 재정을 메꾸는 데 사용됨으로써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은 더욱더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즉 의정갈등 상황에서 대형병원 적자가 줄곧 누적되면서 병원계 현실을 반영한 환산지수 인상이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정갈등 상황을 겪으며 대형병원 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전국 11개 국립대병원에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전체 손실액은 5662억 7898만원으로 의정 갈등 이전인 2023년 손실액(2847억 3561만원)보다 2배 가량 불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병원협회는 최근 상명대학교 글로벌금융경영학과 오동일 교수팀에 병원급 환잔지수 산출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지난 1년 간 병원 경영난에 대한 보상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석 이사장은 "지난해에는 의료공백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지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의료개혁에도 5년 간 10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2조원이 투입됐다. 비상진료체계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건보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건보료율이 단 0.1%만이라도 인상됐으면 좋았겠지만 2년 연속 동결되면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원급 수가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개원의협의회 강창원 보험정책단장은 "올해 의원급 수가협상이 역대급으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병원 경영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보니 보험재정 지출 파이를 병원계가 많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단장은 "공단은 2025년도 수가협상에서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병의원 행위유형별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수가 인상분을 환산지수와 초·재진료로 쪼개어 적용키로 함으로써 전례나 법령상 근거도 없는 정책을 강행했고 현행 수가제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대개협 강창원 보험정책단장.
실효성 논란 많은데, 올해도 SGR 모형 유지될 듯
의료계가 산출 결과에 대한 실효성에 이의를 제기해왔던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진료비 증가율) 모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수가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다.
현재의 수가협상에서 사용되는 SGR 모형은 산출 결과에 대한 실효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적용 기준 시점이나 사용된 거시자료 등에 따라 목표 진료비 산출 방식의 타당성 문제, 거시적 진료비 관리 기능의 미흡 등 논란이 많다.
보험정책단 최경섭 간사(대개협 보험이사)는 "수가를 구성하는 제일 중요한 환산지수를 산출하는 근거가 돼온 SGR 모형의 한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돼 왔다. SGR 모형은 미국에서 급증하는 진료비를 관리하기 위한 목표 예산 모형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환산지수 삭감 신호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미국 의회에서 매년 적용 유예를 위해 법안을 수정해야 했기에, 이제는 다른 모델로 전환해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간사는 "따라서 모든 의료서비스 행위가 저수가인 현 우리나라 의료 구조에서는 SGR 모형은 환산지수 정체가 당연한 결과이고, 기존 SGR 모형을 개선한 새로운 모형의 도입 역시 미봉책에 불과한 결과를 예측해 볼 수 있다"며 " 현 의료 상황은 수가가 지속적으로 낮게 인상됨으로 인해 행위량의 증가를 유도하는 기형적인 의료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수가 모델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제언했다.
강창원 단장은 "올해도 공단에서 똑같이 해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소위 말해 환산지수 쪼개기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힘든 협상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며 "다만 대개협 보험정책단은 앞으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등과 함께 자료조사 및 분석을 통해 원가 이하 수가의 문제점과 적절한 수가정책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재정 순증을 위한 협력 거버넌스를 확립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대개협 보험정책단은 오는 22일 '2026년도 수가협상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선 건보공단 환산지수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진현 교수가 발제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