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직군의 다보험 요구도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아...병의협, 강제가입제·강제지정제 문제 제기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 의무가입으로 단일 공보험 제도가 유지되고 있다. 가입자 필수의료가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선에서 복수의 보험자 경쟁 체제를 만들 필요는 없을까. 가입자의 가입·탈퇴와 보험상품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보험 제도가 필요하진 않을까.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비의료인 보건의료종사자, 비보건의료 종사자 등 1013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31일 공개했다. 성별로는 여성(49.7%)과 남성(50.3%)의 비율은 거의 같았고 연령별로는 30대(34.8%), 40대(35%), 50대(20.3%) 등 중장년층의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또한 직종별로는 의사(55.6%)와 비보건의료 종사자(32.6%), 의사를 제외한 의료인 및 보건의료 종사자 11%가 참여했다.
병의협은 현재 건강보험 제도를 탈피한 새로운 보험제도가 필요한지 여부를 질문했다. 병의협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은 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수년 내에 OECD 평균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라며 "하지만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고, 보험 상품의 선택권도 없는 현재의 건강보험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해 보험료 이중 지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현재 건강보험과 같이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는 보험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이 51.8%, ‘가입자의 가입 및 탈퇴와 보험상품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보험 제도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41.7%로 나타나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자는 답변이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었다.
응답자 중 의사 직군의 경우 ‘현재 건강보험과 같이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는 보험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이 34.8%, ‘가입자의 가입 및 탈퇴와 보험상품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보험 제도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56.9%로 새로운 보험 제도에 대한 요구가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비의사 조사 참여자의 경우는 ‘현재 건강보험과 같이 가입과 탈퇴의 자유가 없는 보험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이 73.3%, ‘가입자의 가입 및 탈퇴와 보험상품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새로운 보험 제도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22.7%로 기존 건강보험 제도 유지 의견이 현격히 높았다.
병의협은 “사실상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박탈하는 강제가입제와 강제지정제는 타 선진국에서는 위헌 소지가 높아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나,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 구조에 수 십 년 동안 적응해 오면서 큰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라며 "몇 차례의 강제지정제 및 강제가입제 위헌 소송에도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현재의 강제 구조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특히 타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국민들은 자부심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지금의 이중 지출 구조로 인해 국민들의 부담은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지출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의 개선이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은 지속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4명 중에 1명꼴로 의사가 아닌 국민들도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차기 정부와 국회에서는 철옹성 같았던 건강보험 옹호 여론에도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정확히 파악하고, 의료계와 함께 앞으로 지속 가능한 새로운 보험 제도로의 변화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단일 공보험 제도 유지 여부를 문는 질문에서는 ‘가입자 필수의료가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선에서 복수의 보험자 경쟁 체제를 만들어 보험 체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답변이 54.2%, ‘현재의 건강보험과 같이 단일 공보험 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40.9%로 나와 다(多)보험자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과반 이상으로 나왔다.
의사 직군의 경우에는 ‘가입자 필수의료가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선에서 복수의 보험자 경쟁 체제를 만들어 보험 체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답변이 74.8%, ‘현재의 건강보험과 같이 단일 공보험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이 20.2%로 나와 다보험자 경쟁 체제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의사 조사 참여자의 결과를 보면 ‘가입자 필수의료가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선에서 복수의 보험자 경쟁 체제를 만들어 보험 체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답변이 28.5%, ‘현재의 건강보험과 같이 단일 공보험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이 67%로 나와 현재의 단일 공보험 제도 유지를 더 선호했다.
병의협은 “비의사 조사 참여자들 중에서 새로운 보험 제도에 대한 요구보다 다보험 경쟁 체제에 대한 요구가 더 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라며 “30%에 가까운 일반 국민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면 이는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봐야하고,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까지 포함해서 생각해 보면 더 큰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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