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중증암환자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면역항암제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낮은 가운데, 일부 환자는 개구충제까지 복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늘리고 혁신신약에 대해 신속 등재제도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금화를 통해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강진형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 17일 암환자 사각지대 해소 온라인 정책토론회에서 이 같이 제안했다.
강 교수는 "암 발생률이 매년 8%씩 증가하고 있다. 연간 암 진단자는 경기도 하남시 인구와 비슷한 23만 2000명에 달한다"면서 "다행히도 혁신신약들의 등장으로 암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 신약 치료시 급성전골수세포백혈병은 205%, 만성골수성백혈병은 266%, 위장관기질종양은 233%, 비호지킨씨림프종 70%의 생존율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의 병용치료는 특정 암종에서 사망위험을 44%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면역항암제의 경우 기존 치료 대비 부작용이 낮으면서 삶의 질도 대폭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증질환 대비 중증질환의 보장성이 낮은 상황이며, 지난 10년간 의약품 지출에서 혁신신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강 교수는 "혁신신약 도입 개수를 보면 미국은 179개, 일본 162개, 독일 149개, 영국 148개, 이탈리아 125개며 OECD 20개국 평균 가 119개다. 한국은 109개로 하위권에 그친다"면서 "신약의 글로벌 허가 후 보험급여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미국은 252일, 독일 299일, 영국 317일, 일본 344일, OECD 평균 519일이나 한국은 823일에 달했다"고 했다.
또한 "전문의약품 중 항암제 및 면역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호주 5%, 이탈리아 3%, 일본 2.8%, 미국 2.7%, 영국 2.6%인 반면 한국은 1.2%에 그친다"면서 "더욱이 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약 16조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강 교수는 "신약 항암제에 대해서 보다 유연한 신속허가제도를 적용하고, 보험 등재시 경제성 평가의 척도인 ICER 임계값을 상향해야 한다"면서 "건강보험의 국고 지원 비율을 보다 높이고 재정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기금 도입 등 암환자를 위한 별도의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암 관리기금을 신설하고 암 치료 지원, 연구사업 수행, 건강보험 급여화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암관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 의원은 "최근 몇 년간 해외에서 치료효과가 탁월한 혁신적 신약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제대로 급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중증암환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폐암환자들의 개 구충제 복용 논란도 비용부담으로 파생된 문제"라며 "정부-제약사가 재정을 이유로 항암제 급여화를 두고 수년째 줄다리기 하는 상황에서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 위해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이미 암 관련 보장률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기금 도입에 대해서는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송준헌 과장은 "암 보장률이 낮다고 지적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지난 2004년 5%에서 2018년 80%까지 보장률이 올라갔다. 같은 기간 전체 환자 보장성은 30%P증가하는 데 그쳤다"면서도, "기금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과장은 "현재 영국, 캐나다 등 기금이 있는 국가들의 사례를 검토하고, 다른 의료보장체계에서 어떤 의미인지도 파악해 제도화를 고민하겠다"면서 "특히 올해말 암관리 관련 4차 5개년 종합대책을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기금 도입 내용이 담긴 암관리법 개정안도 같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전략실 박종헌 실장 역시 보장성 데이터상 오류를 지적하면서 동시에 기금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박 실장은 "영국과 대만 등이 현재 기금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 역시 해당 법안과 관련 제도 개정 과정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있을 것인데, 그 과정에 공단도 함께 참여해 재정을 넓히는 방향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다만 호서대 제약공학과 이종혁 교수는 "급여범위 확대 속도가 적응증 추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암 기금 조성과 같은 새로운 제도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행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위험분담제도(RSA)를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금 도입시 질환 형평성과 재원 마련 방법, 지원대상 선정 기준 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기금을 도입하더라도 RSA에 조건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적응증별로 가격을 다르게 선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면서 "동시에 ICER값 탄력 적용을 실시하면 접근성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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