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1.17 07:04최종 업데이트 21.11.1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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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정착하려면…정부의 제도 개선과 의료계 역할 중요"

국회 토론회서 주치의제 강화로 비대면진료 보완 역할, 질환 특성 고려 3차병원 허용 제안 등 나와

사진=벤처기업협회 유튜브 채널 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면서 비대면 진료 도입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과 의료계의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주치의제를 통한 비대면 진료의 활용이 관련 우려들을 불식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성남시의료원 공공의료연구소 김종명 소장은 그간 산업계가 ‘편의성’을 내세우며 비대면 진료를 대면 진료의 대체수단으로서 논의해 온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국민건강을 위해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의료 분야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였다는 것이다.

'주치의제'로 대면진료 강화비대면진료는 보완 역할...중증희귀질환 환자∙3차 병원도 필요

이에 김 소장은 비대면 진료가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선 ‘주치의제’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면 진료를 강화하는 주치의제를 시행하면서 비대면 진료가 보완적 역할을 하면 안전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치의제는 기본적으로 대면 진료를 강화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대면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며 “이는 현행 진료량 중심의 지불체계를 미국의 ACO처럼 질∙가치∙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로 전환하는 작업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치의제 하에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면 동네의원에서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대면 진료를 줄이고 대신 꼭 필요한 대면 진료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시의료원 공공의료연구소 김종명 소장,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


환우회에서는 현재 비대면 진료 논의가 환자 거주지 근방의 일차의료기관, 고혈압∙당뇨 중심의 만성질환에만 국한돼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의료접근성이 높은 국내의 경우, 동네의원을 다니는 만성질환자들보다 오히려 불가피하게 원거리에 위치한 3차 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일부 중증∙희귀질환자들의 비대면 진료 필요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안상호 대표는 “선천성심장병을 예로 들면 국내에서 복잡심기형을 치료하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이런 환아들은 대도시에 살아도  격오지에 사는 환자들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안 대표는 “물론 선천성심장병에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순 없다. 하지만 단순히 항생제 처방이나 소견서를 받아야 하는 경우, 신속히 병원을 가야하는지 판단해야 하는 경우, 수술후 진료와 진료 사이에 교육 등이 필요한 경우 등 다양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희귀난치질환자에게도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3차 의료기관도 비대면 진료에서 제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준환 교수 역시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공감했다. 원격모니터링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더라도 장기적으론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주치의들이 일부 환자들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문을 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최근 논의에서는 의료전달체계 이슈로 인해 대형병원들이 제외되고 있는데 단순히 지역적 측면만이 아니라 환자 중증도에 따라 오히려 비대면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환자들 중에 원치 않아도 퇴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환아나 고령의 환자들은 장시간 대기를 거쳐 진료를 받고 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 같은 상황들을 보완하기 위해 해당 환자를 잘 아는 주치의인 담당 교수가 비대면 진료를 한다는 개념으로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사는 지역 근처의 일차 의료기관과는 협력∙보완하는 관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일본이 방문간호사, 대학병원의 비대면진료, 재택의료 3가지를 통해 에크모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사례를 참고해볼만하다”고 덧붙였다.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배민철 사무국장,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

일본 일차의료학회,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 제시...부작용 최소화위해 의료계 역할 중요

대한가정의학회 최환석 이사장도 “양질의 일차의료 제공을 위해선 주치의에 의한 방문진료와, 비대면 진료는 허용돼야 한다”며 “물론 안전성 문제가 중요한데 이미 30년 전 관련 논문에도 주치의에 의한 비대면 진료는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와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주치의와 환자가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다보니 오해가 많은 상황인데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안전성 문제와 관련해 일본 의료계가 나서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사례도 소개했다.

일본은 기존에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비대면 진료의 폭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넓어졌다. 지난해 4월부터 초진에서의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으며, 화상진료뿐 아니라 전화진료도 허용됐다.

이에 일본 일차의료학회(JPCA)는 지난해 5월 비대면 진료 가이드북을 발행했다. ▲환자와 의사 관계 성립 ▲원격진료 접속 지원 ▲환자 등록 ▲초진∙재진 여부 ▲환자 중상의 중증도 등 비대면 진료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초진은 주치의의 대면 진료를 권고했으며, 대면 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증상의 리스트, 처방하지 말아야 할 약품에 대한 리스트를 발표했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배민철 사무국장도 비대면 진료 도입 과정에서 일본 일차의료학회와 같은 의료계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 국장은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서는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며 컨센서스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지금 상황은 걸음마도 못하고 있는데 걷다가 다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치마킹할 수 있는 해외 사례들도 늘고, 우리나라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은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제도화 필요하지만 의료계와 논의 선행돼야"

보건복지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는 팬데믹 상황에 따른 한시적 허용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제도화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정부에서도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보완하고 의료취약지 및 취약계층 등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의료계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이 되면 이후에 가이드라인과 수가 문제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과장은 내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될 예정인 만성질환관리제에서도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해당 사업에서 일차의료기관들이 고혈압, 당뇨병 환자들 대상 모니터링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고 과장은 “만관제와 관련해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비대면 진료의 대상과 범위에 대해 해외 사례들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 과장은 끝으로 “선천성심장질환자 문제는 의료전달체계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하는 사안이라고 본다. 추후에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 발전방향을 살펴보겠다”며 “비대면 진료를 시작할 땐 제한적으로 추진하는 게 효과성∙안전성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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