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한의사의 뇌파계 진단기기 사용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데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이 "대한민국 면허제도를 무너뜨리고 의료의 근간을 뿌리째 뽑아버리며 글로벌 상식마저 무시한 국제적 망신의 참사라 아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대개협은 "모든 질병은 진단 과정이 중요하고 빠르게 진단할수록 치료 결과가 좋아진다"며 "이는 대한민국의료의 근간이기도 하지만 의료의 글로벌 상식이기도 하다. 의료기기는 환자의 목숨을 구하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지 사용할 줄도 모르며 병원 장식이나 환자 유인을 목적으로 자랑을 위한 장신구나 집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협회는 "대법원은 다시 관련 세계 학회의 의견은 물론 수많은 과학적 설명을 무시하고 허무맹랑한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그 의학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하며 앞으로 이 나라에서 무자격자들의 의료기기 사용으로 벌어질 무서운 일들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수려한 언어나 문구, 적당히 나눠 주기식 판결로는 절대 구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한의사들이 모든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착각할 경우 의료 근간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개협은 "최상의 치료법을 찾으려면 그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최고의 전문가가 아니면 애초에 불가능하다. 뇌파의 시그널에서 뇌신경의 문제를 찾아내는 것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의학의 기준에 따라 교육과 훈련을 받은 신경과 의사에 의해서 행해질 때에만 가능하다. 문제가 된 한의사가 과연 그러한 자신이 있었는지 식약처 허가도 되지 않은 뇌파계의 자동판독 기능이 훈련받은 신경과 의사를 대신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할 문제이다"라며 "이는 최상의 치료를 위한 것이기 보다 환자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악세서리 역할을 현대 의료기기가 한 것이고 대법원은 이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협회는 대법원 판결문에서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대개협은 "한의학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파킨슨병을 뇌파계의 어떤 부분이 한의학적 원리와 관계가 있어서 진단하고 치료에 적응할 수 있는지 그 근거를 묻고 싶다. 유수의 해외 의학회에서도, 뇌파 검사가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쓰이지 않으며, 뇌파 검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신경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대한민국 대법원에 제출했다는데 이 마저도 깡끄리 무시된 것이다"라며 "우리나라 대법원의 한방 신뢰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그런데 치매와 파킨슨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을 한방에서 뇌파 검사를 받을 대법관이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개협은 "의학적인 특성과 의료윤리의 고민 없는 대법원의 판단은 한방과 의학을 구분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며 이로 인한 국민 건강의 위해는 누구의 책임인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밥그릇 싸움으로 매도시키는 혼탁한 대한민국에서 이제 국민들은 각자도생의 마음으로 의사, 한의사를 구분하여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한의계를 향해 "한의사들은 자신들도 의학교육을 받으므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들이 받는 의학교육이 최선의 치료법을 찾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일까? 최근 한의사 국가시험을 보면 현대 의료기기가 관련된 문항을 보면 한방 질환이 아닌 단순 진단명의 퀴즈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이 마저도 틀린 진단명이 해답으로 나오는 문제가 다수"라고 비판했다.
대개협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향후 초음파와 뇌파장비를 한의사가 사용하다가 질병의 조기진단에 실패해 병의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 한의사가 초음파와 뇌파장비를 사용해도 된다고 법적으로 허용한 대법관들도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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