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명확한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를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 전공의와 교수를 피의자로 몰아 수사를 종결한다면 사건의 진짜 원인과 진짜 책임자가 드러나지 않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14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전공의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기에 앞서 정확한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의 병원 내 감염관리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집단 사망했다. 올해 1월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이들의 사망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망 전 신생아 3명의 혈액에서 채취한 세균과 이들에게 투여된 지질영양주사제에서 발견된 세균이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사제 오염과 취급 과정에서 오염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제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후 오염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신생아 중환자실 싱크대에서 같은 균이 검출되는 등 중환자실 전반의 관리감독 문제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감염경로를 정확히 밝히는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안 회장은 “사건 당시 전공의는 병원에서 상주하면서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었다”라며 “경찰은 보호자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저녁 9시쯤 4번째로 심정지가 발생한 환아의 심폐소생술 도중 신생아 중환자실로 무작정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경찰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감염 예방을 위해 손을 씻거나 가운을 입는 등의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했다”라며 “경찰은 영장 없이 진료기록지를 강압적으로 요구했고, 현장을 심하게 훼손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조차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의무기록이 심폐소생술 도중에 허겁지겁 기록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안 회장은 “질병관리본부는 사건 현장이 훼손된 이후인 다음날 정오에서야 현장에 역학조사를 하러 나타났다”라며 “이대목동병원은 이때 제출한 의무기록은 임의로 제출한 기록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 의무기록을 토대로 전공의를 과실치사혐의 주의관리감독의무 위반이라며 피의자로 지목했다”고 밝혔다.
해당 전공의는 피의자 신분으로 1월 16일 10시간 이상 강제 소환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1월 19일 전공의가 거주하는 당직실, 자택, 핸드폰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전공의를 상대로 신생아에게 지질영양주사제 500ml를 나눠 투여하고 100ml씩 5병의 건강보험을 청구했다는 사기 혐의 적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회장은 “전공의는 감염경로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라며 “전공의는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정당하게 조사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이미 현장을 오염시키고 신생아 중환자실의 다른 신생아들을 감염위험에 빠트렸다”라며 “질병관리본부는 다음 날 오염된 현장에 나타난 이후 감염경로를 파악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밝혔다.
특히 전공의는 자신이 출입하지 못하는 조제실의 감염관리 감독 의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경찰에 ‘상급종합병원에서 감염관리위원회와 감염관리실이 설치돼 있어도 개별 진료과 간호사에 대한 진료보조행위와 관련된 감염감독의무는 감염관리실이 아닌 주치의와 전공의에게 있다‘는 내용을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가 지질영양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됐더라도 의사의 책임이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안 회장은 “유가족들이 얼마 전 국회 토론회에서 말한 것처럼 이 사건은 흐지부지 잊혀져선 안 된다”라며 “경찰은 사건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고 그에 걸맞도록 정당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외부에 보여주기만을 위해 의료인을 제물로 바치기식으로 조사를 해선 안 된다. 이 사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라며 “복지부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을 돌보는 전공의에 대한 감염관리 업무 범위과 책임을 규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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