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6.04 11:14최종 업데이트 21.06.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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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제주처럼 지역인재 선발 어려운 지역 많은데… 30%→40% 의무 상향이라니"

교육부 방침에 의료계 우려..."정량적 의무 선발 강조하다 역효과에 졸업 후 지역에 남지도 않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지방의대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대폭 강화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지역인재 30% 선발 권고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량적인 40% 의무 충족만 강조하다 보면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교육부는 2일 지방대학 의·약·간호계열의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기존 권고비율 30%에서 의무 비율 40%로 상향하도록 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7월 12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지방대학 의·약·간호계열의 지역인재 선발제도가 2015학년도부터 권고 사항으로 실시돼 왔지만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하고 선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일선 현장과의 의견 교류 없이 급작스럽게 발표된 이번 시행령에 의료계는 적지 않게 당황한 눈치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한희철 이사장은 "지역인재 의무 선발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의료계와 어떤 논의도 없었다. 의대 관계자들도 어제 언론보도를 통해 입법 예고 내용을 접했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도 "의협과도 별도의 상의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현재 의료계 내 각 단체별로 의견 수렴 중에 있다"며 "장단점이 존재하는 정책인 만큼 신중한 이견 조율을 통해 입장을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계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일부 지역인재 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지역의 의대들이다.
 
현행 지방대육성법 시행 이후 30% 지역인재 비율 권고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학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대학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지역인재 비율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갑작스럽게 의무 비율 40%를 맞추다 보면 시행초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게 의료계의 견해다.
 
실제로 교육부의 최근 5년간 지방대 의·약 계열 지역인재 선발 권고 비율 이행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지역인재 권고 비율을 충족하지 못 한 학과가 39개 중 12개 학과나 된다.
 
구체적으로  2020년 기준, 한림대 의예과는 전체 정원 78명 중 단 3명만을 지역인재로 선발했다. 울산대 의예과도 상황은 비슷하다. 울산의대도 40명 의대 신입 정원 중 단 5명만을 지역인재로 뽑았다. 비율로 따져봤을 때 40%에 훨씬 못 미치는 3%, 12%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지역인재 선발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의대도 존재한다. 2020년 기준 경북의대는 69.1%, 동아의대는 83.7%, 전북의대는 66.9%, 전남의대도 66.4%를 지역인재로 선발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지역인재 선발에 있어 의대들 간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지역인재를 선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인재풀을 가지고 있는 권역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일부 권역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방의대 교수 A씨는 "지방의 권역 수도 역할을 하는 지역의 의대는 지역인재풀도 많고 수요도 많다"며 "그러나 대표적으로 강원도와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권역은 우수한 지역인재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떨어지는 의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급작스럽게 정량적으로 40% 지역인재 선발을 강제화하다 보면 일부 권역은 필요로 하는 역량 이하의 학생들이 선발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인재 미충족 학과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방대학의 의·약계열 지역인재 모집현황을 년도 별로 보면 미충족 학과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2017년 9개 학과, 2018년 8개 학과, 2019년과 2020년 12개 학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이유로 강원과 제주권역은 이번 시행령에서도 의무 선발 40%가 아닌 20% 그쳤지만 일부 권역의 경우도 일괄적인 40% 정량을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시행령이 의과학자 양성에 힘쓰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희철 이사장은 "현재 정부 정책은 우수한 의사 인재들을 연구 분야로 많이 이끌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지방에 비해 수도권 지역 학생들의 성적이 높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성적과 무관하게 지역인재 선발이 늘어나게 되면 아무래도 지금 보다 전체적인 성적 분포가 떨어지고 우수한 의과학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모순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역인재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지역에 남을 가능성도 많지 않다"며 "의사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지역사회에 남아 있을 수 있는 기전을 고려하지 않고 지역인재 전형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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