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조직화를 위해 학회·상급종합병원 등 만나는 과정…필수평점 제도는 회원들을 위해 개선할 것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만성질환관리, 경향심사 등 각종 정부 정책에 협조하면서 투쟁보단 협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듯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실리를 위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하고 있으며, 협상을 하면서도 투쟁을 위해 조직화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의협 박종혁 홍보이사 겸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총파업의 구체적인 계획은 언제 나오나. 투쟁보다 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어 보인다.
"투쟁과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 투쟁 준비를 하면서 협상을 아예 끊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협상으로 의료계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투쟁을 통해 실리를 찾아야 한다.
일단 의정협상에서 12월 말까지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복지부도 저수가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다만 실제로 저수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고자 한다.
투쟁의 가장 기본은 조직화다. 투쟁을 해본 사람들은 투쟁의 동력,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투쟁은 말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총파업도 마찬가지다. 13만명을 움직이는 총파업인데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다.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의협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조직화하고 있다. 특히 대한의학회나 상급종합병원과 정례적으로 간담회를 하면서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만나다 보면 많은 회원들이 의협의 진정성을 알고 의료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모아질 것이다."
-의협은 내년부터 시행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했다. 만성질환 관리 반대에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인가.
"복지부는 시범사업 논의구조에 의협을 패싱하지 않고 의료계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 의협은 만성질환관리 패러다임을 잘 만들어보자고 했고 시도의사회 등과 이를 논의했다. 복지부와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 복지부 역시 의료계에 돈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면서도 재정을 효율적으로 쓰길 원하다. 이는 의료계는 물론 환자, 국민들도 모두 바라는 것이다.
만성질환관리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인 제도로 갈 수 있는지에 있었다. 우선 개원가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만성질환 관리 프로토콜을 반영하도록 했다. 환자교육을 할 때 200가지의 프로토콜이 필요하다거나 의사 1명이 365일 교육을 할 수는 없다. 현장과 행정의 간극을 좁혀 접점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건의했고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
개원가의 환자는 대학병원과 다르다. 교과서대로 또는 대학병원 중심이 돼선 안 된다. 실제 일차의료기관의 교육을 위한 프로토콜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 시범사업을 통해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을 어떻게 교육할지 논의해야 한다. 시범사업에서 교육 프로토콜을 잘 짜보는데 주력하겠다.
그리고 의료계의 요구로 환자의 본인부담률을 20~30%에서 10%까지 낮췄다. 환자들의 부담이 적어야 만성질환 관리 시스템에 많이 참여할 수 있다. 본인부담률을 낮추거나 아니면 아예 환자들에게 비용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성 있는 방향이다. 시범사업에서 환자들의 참여도가 높아야 본사업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만성질환 교육을 할 수 있는 케어코디네이터라는 개념도 시범사업에서 정하기 나름이라고 본다. 의사가 환자를 위한 교육을 가장 잘 할 것이라는 의견에 이견은 없지만, 각자의 영역과 경제적인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에 케어코디네이터 인건비의 50% 지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한 지역사회센터를 설치하고 지역의사회에 예산을 주는 모델도 빠졌다."
-만성질환관리 제도는 신규 개원의들의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주치의등록제와 같은 개념과는 다르다. 만성질환 전체를 묶어버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환자가 하기 싫다고 하면 강제적으로 참여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관리가 잘 되는 환자들도 참여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잘 되는 의료기관이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영세한 곳이 오히려 의지를 갖고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원래 신규 개원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힘들었다. 만성질환 관리의 별도 교육 프로토콜이 없었을 때도 환자들이 계속 우리 병원에 다니게 하기 위해 열심히 진료했다. 만성질환 관리제의 프로토콜을 하나 추가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하루에 환자를 30~40명 정도 보는 영세한 의원에서 의사가 직접 만성질환을 교육하는 프로토콜로 진행할 수 있다. 환자가 100~200명에 이르는 의원은 시범사업 구조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이라면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결국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본사업에서 반영할 수 있다.
만성질환 관리가 잘 이뤄지면 결국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국민건강이나 효율성에서 좋은 제도로 보여진다면 대대적으로 예산을 쏟을 수 있다. 현재로선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료기관이 많다. 3개월쯤 지나면 일부 회원들의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본다."
-건강보험 심사체계 개편안에 경향심사가 나왔다. 의학적 근거 중심으로 전문가들이 심사하는 제도로 변경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찬성인가 반대인가.
"경향심사는 심사체계 개편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연구에서 나왔던 경향심사와 실제가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단 의료계는 심사체계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시도의사회장단은 심사체계 개편 논의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최선의 제도를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해보자고 했다.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경향심사를 논의할 때 용어의 변경이 아닌 실제 내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견을 잘 반영해서 앞으로 심사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 구조에 참여할지를 정하겠다."
-영리병원은 왜 반대하는 것인가. 94%의 의료기관이 민간 의료기관이고 영리병원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의협은 이전부터 영리병원 반대 기조를 유지해왔다. 우선순위의 문제일 것이다. 영리병원 설립보다 건강보험 내실화가 우선이다.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만약 녹지국제병원에서 맞을 수 있다면 국내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법적으로 건강보험제도가 내실화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필수평점 2평점 이수 의무화와 온라인 평점을 이수할 때 1평점에 11만원이 책정됐다. 의협이 회원을 대상으로 필수평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온라인 필수 평점의 회비 납부자는 무료인데 회비 미납자는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에 개발비가 많이 든다. 그리고 납부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있어서 일종의 개발비를 지불해야 한다. 이렇게 받아도 운영상 적자다. 그럼에도 최대집 회장은 온라인 평점 교육의 비용을 줄이고 가급적 무료로 풀고 싶어한다.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필수평점을 없애는 방안도 고려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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