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2020년 8월 ‘전공의 파업’ 사태가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있다는 이유로 8월 26일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모든 전공의·전임의에게 집단행동을 중지하고 진료 업무에 복귀하는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복지부는 28월 27일 전공의·전임의 358명에게 개별적 업무개시 명령을 했다. 다음날인 8월 28일 10명의 전공의를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전공의 파업의 정당성
전공의 파업에 대한 복지부 공권력 행사는 위법하고 업무개시 명령의 근거조항인 의료법 제59조 제1항 내지 3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사회나 타인에게 직접·간접적으로 일정한 ‘피해’를 주지 않는 파업은 없다. 먼저 사용자인 수련병원에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고, 전공의·전임의들의 집단행동과 파업이 환자들의 생명·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파업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전공의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01. 3. 24. 선고 2000다39513 판결).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 3권의 헌법적 의의는 근로자단체라는 사용자에 반대되는 세력의 창출을 가능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균형을 이루어 근로조건에 관한 협상에 있어 노사 간의 실질적 자치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헌법재판소 1998. 2. 27. 94헌바13등). 즉, 국가가 직접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는 대신 근로자에게 근로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보다 좋은 근로조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헌법재판소 1991. 7. 22. 89헌가106).
따라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므로 근로자인 전공의·전임의가 파업해선 안 된다면 모든 근로자의 파업 역시 국민 건강과 국가 경제, 사회안정을 위협하므로 금지돼야 한다. 대다수의 파업은 직·간접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파업, 곧 노동을 중단할 권리는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허용돼야 한다. 전공의가 의사면허를 보유한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단체행동권, 즉 파업할 권리가 금지돼서는 안 된다. 만일 그렇다면 고연봉을 받는 대기업·공공부문 노조,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노조, 의료인인 간호사 파업도 금지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 전공의 단체행동권 침해 및 적법절차의 원리 위반한 위법한 공권력 행사
하지만 헌법 질서와 법 질서를 지키는 법무부는 전공의·전임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복지부가 적법하게 업무개시명령을 할 수 있다고 했다(보건복지부 전공의·전임의 업무개시명령 전국으로 확대 법무부·경찰청, 의사단체 집단휴진 관련, 불법행위 엄정대처, 보도참고자료, 2020. 8. 28). 복지부도 전공의 10명을 업무개시명령 불이행으로 형사 고발했고(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해당 전공의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된다(의료법 제8조 제4호, 제65조 제1항 제1호).
근로자의 '사직의 자유'를 부정한 국가는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국가권력이 근로자인 전공의에게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금지하고 근로계약에 따른 “사직의 자유”를 부정하고 근로자에게 노동을 강제하는 것은 과거 미국의 ‘노예제도’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원리란 ‘정당한 법을 통한 통치’의 원리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하게 ‘법의 지배(rule of law)’의 원리가 아니라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에 의한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제한함으로써 인간 생활의 기초가 되는 자유·평등·정의의 실현을 그 실질적인 내용으로 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은 “누구든지···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의 원칙이 독자적인 헌법 원리의 하나로 수용되고 있으며 이는 형식적인 절차뿐만 아니라 실체적 법률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는 실질적 의미로 확대하여 해석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에서도 이 적법절차의 원칙은 법률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사기준으로서 그 적용대상을 형사소송절차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국가작용 특히 입법 작용 전반에 대하여 문제 된 법률의 실체적 내용이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판시해 적법절차의 개념에 대하여 일관되게 절차적 적법절차와 동시에 실체적 적법절차의 개념으로 확장해 해석하고 있다(헌법재판소 1992. 12. 24. 92헌가8).
2014년 의사 휴업에 대한 공권력 행사, 법원은 위법성 인정
2014년 대한의사협회의 원격의료 휴업 결의가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3호에 위반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사업자의 거래 제한 또는 거절행위 등의 공동행위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은 의료서비스뿐만 아니라 다른 거래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할 뿐만 아니라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거래 제한 또는 거래거절 등의 공동행위로 인한 소비자의 불편은 서비스의 가격, 수량, 품질 기타 거래조건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거래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요소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이어서 소비자의 불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업자의 공동행위에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 않고 거래 제한 또는 거래거절로 인하여 소비자의 불편이 초래된다는 사실만으로 경쟁제한성을 인정하게 된다면, 사업자의 모든 거래 제한 또는 거래 거절행위에 대하여는 경쟁제한성의 유무를 따로 논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게 된다”라고 판시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처분을 취소했다(서울고등법원 2016. 3. 17. 선고 2014누58824 판결).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법원에 상고해 판결이 확정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0년 의사 휴업 사건에서도 대한병원협회에 4대 중앙 일간지에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공표하도록 하는 처분을 내렸고, 대한병원협회는 “법 위반 사실의 공표”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형사재판이 개시되기도 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처분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법 위반을 단정, 그 피의사실을 널리 공표토록 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조치로서 앞서 본 입법목적에 반드시 부합하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점, 재판을 통한 유죄판결을 받기 이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법 위반 사실의 공표를 명령하는 것은, 만약 그 행위가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돼 확정된다면 이는 결국 행위자에게 죄가 되지 아니하는 사실에 대해 죄가 되는 것으로 일반에 공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되어 행위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권리침해를 가져온다는 점 등을 이유로 헌법 제10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과 인격 발현 혹은 사회적 신용 유지를 위해 보호돼야 할 명예권에 대한 침해가 있어 위헌이라 판단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조치 등으로 장차 형사 절차 내에서 진술을 해야 할 행위자에게 사전에 이와 같은 법 위반 사실의 공표를 하게 하는 것은 형사 절차 내에서 법 위반 사실을 부인하고자 하는 행위자의 입장을 모순에 빠뜨려 소송수행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거나, 법원으로 하여금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의 신뢰성 여부에 대한 불합리한 예단을 촉발할 소지가 있고 이는 장차 진행될 형사 절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법 위반 사실의 공표 명령은 공소 제기조차 되지 아니하고 단지 고발만 이루어진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 아직 법원의 유무죄에 대한 판단이 가려지지 아니하였는데도 관련 행위자를 유죄로 추정하는 불이익한 처분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라고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원칙을 위배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02. 1. 31. 2001헌바43 전원재판부).
따라서 2020년 8월 국가권력의 전공의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을 본질적으로 금지한 것이므로 그 내용이 헌법 이념에 합치하지 않아 합리성과 정당성이 없고, 헌법상의 적법절차의 원리에도 반하므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이다.
전공의 근로계약해지권 부정, '양심의 자유' 침해 가능성
국가권력이 근로자인 전공의의 개인적 소신에 따른 근로계약의 해지권을 부정하고 노동을 강제했다는 점에서 ”양심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해서 양심의 자유를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상 보호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을 말한다.
즉, ‘양심상의 결정’이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모든 진지한 윤리적 결정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이러한 결정을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이 없이는 그에 반해 행동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때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이다. 양심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해 판단될 수 없으며, 특히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가, 타당한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도덕률과 일치하는가 하는 관점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4. 8. 26. 2002헌가1; 헌법재판소 2004. 10. 28. 2004헌바61등; 헌법재판소 2011. 8. 30. 2008헌가22등 참조).
양심의 자유 중 양심형성의 자유는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라 할 수 있지만, 양심적 결정을 외부로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권리인 양심실현의 자유는 법질서에 위배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법률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만약 전공의가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우리 법질서를 위배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 법률에 따라 제한된다면 모든 근로자에게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근로자를 보호하는 노동법은 폐지되는 것이 타당하다.
전공의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
전공의도 이제 진정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해야 하고, 의료현장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야만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을 말하면서 거대한 악은 한두 사람의 악인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의 작은 악들이 모인 결과일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 사회체제의 기반이 되는 것은 어떤 주어진 이슈에 관해 결합해 다수자를 형성하도록 하는 그런 ‘중첩된 이해관계’를 파악해 내는 여러 다양한 집단의 능력과 적극성이다.
그렇다면 단체 뒤로 숨는 공동체주의를 지양하고 전공의 각자가 개별적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개인의 이기심은 자신을 위해 진정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반성하게 하는 도덕적 비약의 가능성을 담고 있으므로 이타적인 사회적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