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인식 캠페인]⑥ 많은 환자서 GERD 증상과 유사…주요 증상은 삼킴곤란·흉통·체중감소
메디게이트뉴스 개원가 질환 인식 캠페인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00~8000개의 희귀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로운 희귀질환이 의학계에 계속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료제가 개발된 질환은 전체 질환의 약 6% 남짓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치료제가 있음에도 질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유병률에 따른 예측 환자 수보다 치료받는 환자 수가 현저히 적거나, 진단이 어려워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는 질환도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진단·치료를 받고 건강한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일선 진료현장에서 마주치기 드물고 환자가 내원했을 때 반드시 의심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환자가 치료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호전이 없는 등 처음과는 다른 질환이 의심될 때 떠올릴 수 있는 질환을 알 수 있도록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아칼라지아(식도이완불능증)는 원인은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억제성 신경에 손상이 발생해 하부 식도 근육이 이완되지 않아 음식물이 식도에 쌓이고, 이로 인해 증상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음식물이 식도에서 위로 내려가지 못해 쌓이다보면 역류가 일어나는데, 이를 위산 역류라 생각해 역류성 식도염 또는 위식도역류질환(GERD)으로 진단하고 프로톤펌프억제제(PPI) 계열 약물을 장기간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아칼라지아 환자의 60%에서 위식도역류질환에서 나타나는 가슴쓰림 증상이 나타난다.
아직 손상된 신경세포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아칼라지아라는 병 자체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증상은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식도의 연동 운동이 일부 돌아올 수 있다.
희귀질환 아칼라지아를 연구하는 대한소화기기능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강남세브란스 소화기내과 박효진 교수는 "아칼라지아 환자는 증상이 위식도역류질환 증상과 유사한 사람이 많다. 3개월 이상 PPI 제제를 투약했음에도 반응이 없으면, 해당 환자의 증상은 위산역류에 의한 증상과 다를 수 있다"면서 PPI 제제를 써도 증상 개선이 없고, 삼킴곤란 증상이 있다면 아칼라지아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칼라지아 환자에서는 식도암 발병률이 정상인의 20배 정도 높다. 아칼라지아 치료는 식도 관련 증상을 개선시키는 동시에 식도암도 예방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원까지 평균 증상 기간 2년…10대부터 80대까지 환자 연령대는 다양
Q. 아칼라지아란 어떤 질환인가?
아칼라지아는 음식을 삼킬 때 식도와 위 경계부위인 하부식도괄약근이 불완전하게 이완되는 대표적인 식도 운동성 질환이다. 1672년 식도가 확장돼 있는 환자에게 고래뼈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확장치료한 증례가 최초로 보고됐으나, 19세기에 비로소 협착이 없으면서 식도가 확장된 진정한 의미의 아칼라지아 증례가 보고됐다.
칼라지아(chalasia)는 희랍어로 '이완'이라는 뜻으로 1927년 아서 프레데릭 허스트(Arthur Frederick Hurst)가 이 질환은 하부식도괄약근이 정상적으로 이완하지 못한다고 해 이완불능이란 뜻의 '아칼라지아(achalasia)'라는 용어를 처음 쓰기 시작했다.
아칼라지아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 대부분이지만, 이차적인 어떤 원인질환에 의해 발생한 경우 속발성 아칼라지아라 한다. 알려져 있는 이차적 원인으로는 샤가스(Chagas)병, 유전분증, 유육종증 등 양성 질환과 당뇨병, 가족성 부신피질성 스테로이드 결핍 증후군, 다발성 내분비성 종양 등 전신질환에 의한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악성 종양에 의한 속발성은 드물게 나타나며 악성 종양에 의한 경우를 가성 아칼라지아라고도 부르는데, 이러한 가성 아칼라지아가 전체 아칼라지아의 4%를 차지하고 있다. 가성 아칼라지아의 치료는 특발성과 달리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중요하다.
Q. 아칼라지아의 유병률은 어느 정도이며, 환자의 주요 연령층은 어떻게 되는가?
아칼라지아에 대한 국내 역학 연구상 연간 인구 10만명 당 0.4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연구되지는 않았지만, 영국에서는 인구 10만명 당 7~13명의 유병률을 보고했고, 연간 발생 빈도는 인구 10만명 당 0.5명이었다. 미국 미네소타주 지역 주민 대상 연구에서도 매년 인구 10만명 당 0.6명의 발생 빈도를 보고했고,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고 했다.
질환의 임상 연구상 환자의 연령 분포는 출생후부터 80대까지 다양했고, 14세 미만 소아는 전체 아칼라지아 환자의 약 2%를 차지한다고 보고됐다. 보고된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0세였으며, 40대군이 가장 많았다.
Q. 아칼라지아의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환자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개원가에서는 어떤 임상적 증상에 유의해야 하나?
병원에 내원하기 전 평균 증상 기간은 2년 정도로 보고된다. 주로 호소하는 임상 증상은 고형 및 액상 음식물에 대한 진행성 삼킴곤란이 특징이며, 식도에 고였던 음식물이 아침에 일어나면 입밖으로 흘러나와 있거나, 야간에 역류돼 폐로 흡인돼 폐렴 등 호흡기계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때로는 좁아진 하부식도 상방의 늘어난 식도에 의한 압박감 및 흉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 외국 보고에 따르면 삼킴곤란(97%), 음식 역류(66%), 흉통(42%), 흉부 작열감(42%), 체중 감소(34%) 등의 증상 순서를 보였다. 국내 보고에서는 환자 29명 중 100%에서 삼킴곤란이 나타났고, 역류(48.3%), 체중 감소(27.6%), 삼킴 시 통증(24.1%) 등 순으로 증상이 발현됐다고 한다.
삼킴곤란은 초기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음식의 크기나 성질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삼킴곤란은 천천히 악화되다가 결국 액상 및 밥같은 고형식에 대해 삼킴곤란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환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킴을 반복해서 하기도 하고, 식사를 소량씩 하거나, 식사 시 물을 많이 마신다던가, 또는 식도 배출을 증가시키기 위해 특수한 수기, 즉 식사 후 팔을 머리 위로 올린다거나 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삼킴곤란 증상이 있으면서 PPI에 반응하지 않는 위식도역류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아칼라지아를 의심해볼 수 있다. 아칼라지아는 식도조영술과 식도내압검사로 확진하는데, 이 검사는 상급종합병원에 의뢰해야 한다.
근본적 치료법 없지만 초기에 발견해 진단하면 연동 운동 일부 돌아와
Q. 아칼라지아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
식도 신경 및 근육활동 이상으로 발생하는 아칼라지아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 삼킨 음식물이 식도에서 위로 무리없이 배출되도록 하부식도조임근 압력을 감소시키는 치료법이 주로 사용되는데, 약물요법, 내시경적 치료, 수술요법이 있다.
약물요법은 하부식도 조임근 압력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부분적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부작용을 나타내기에 장기 치료로는 적합하지 못하다. 고령 환자나 동반 중병을 가진 환자에서 보조적 목적으로 사용한다.
성인 아칼라지아 환자 치료에서 비용과 효과면에서 가장 우수해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은 내시경을 활용한 풍선 확장술이다. 내시경의 채널 안으로 풍선 확장기를 통과시킨 후 식도를 넓혀주는 방법이다. 시술 받은 환자의 80~90%가 1년간 재발하지 않고 만족도를 보이고 있으며, 시술 5년째까지도 60% 정도의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내시경을 이용한 다른 치료법으로 보툴리눔 독소(보톡스)를 하부식도 조임근에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보톡스가 주입돼 조임근의 흥분성 신경 작용을 감소시켜 조임근의 압력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치료 직후 약 85~90% 환자에게서 증상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수용체가 재생되면서 6개월 이내에 35~50% 환자가 재발 증상을 겪는다.
최근에는 경구 내시경적 근절개술(per-oral endoscopic myotomy, POEM, 포엠)이 도입되면서 아칼라지아 환자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외국의 동물실험에서 신경줄기세포로 손상된 신경세포를 재생시키려는 시도는 있으나 아직까지 임상에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Q. 아칼라지아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그럼에도 진단이 더 빨리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칼라지아 진단이 늦어져 병이 진행되면 식도 체부가 S자 모양으로 휘어져 시그모이드형 아칼라지아(sigmoid shaped achalasia)가 된다. 그러면 식도내 저류가 많이 돼 시술 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아 시술에 방해를 받게 되고, 시술 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막혀있던 위식도접합부 근육 이완을 풀어주게 돼 연동 운동이 일부 돌아온다. 그러나 진행이 많이 된 경우는 풍선확장술이나 포엠 시술을 하더라도 연동 운동이 잘 돌아오지 않는다.
아칼라지아 환자, 식도암 위험 높아…발병 15년 지나면 매년 내시경검사 필요
Q. 아칼라지아는 치료를 받더라도 증상이 다시 나타나거나 식도암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들었다. 환자들의 경과는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아칼라지아는 식도암의 전암성 병변으로 알려져 잇으며, 아칼라지아를 가진 환자에서 식도암이 발생할 위험은 정상인과 비교할 때 약 7~17배에 이른다고 한다.
아칼라지아에서 식도암의 발생 빈도는 보고자에 따라 2.0%~8.6%로 다양하며, 이러한 발생 빈도 차이는 보고마다 아칼라지아의 추적 기간이 다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아칼라지아에서 식도암의 발생 기전으로는 식도 내용물의 만성적인 저류로 인해 저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식도 점막의 국소적인 자극이 식도점막세포의 이형성 변화를 유발해 암으로까지 진행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식도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환자의 증상과 상관없이 아칼라지아가 발병한지 15년 이상인 경우 매년 내시경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칼라지아 환자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세 가지 생활 속 주의사항
1. 아칼라지아 환자들은 식사 시 정상인보다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씹어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2. 식사 중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방법은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나, 찬물은 식도 기능을 저하시키기에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3. 병원을 찾아 아칼라지아 치료를 받은 환자라면 정상적인 식사를 하되, 식사 후 바로 자리에 눕지 말고 야식은 삼가한다.
Q. 아칼라지아 의심 환자를 1차로 진료하게 될 개원가에서 주의깊게 살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삼킴곤란을 주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에게 우선 식도 폐쇄를 동반한 식도암 등의 기질적인 원인이 있는지, 그리고 호산구 식도염 등의 질환들도 감별해야 한다. PPI에 반응하지 않는 위식도역류질환인 경우, 삼킴곤란을 동반한 경우에는 아칼라지아를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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