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7.18 06:39최종 업데이트 22.07.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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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전공의가 전문의고시 준비에 '몰아치기식 벼랑 끝 학습'을 해야 할까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는 오랜 과거제도의 역사적 전통에 의해 자격시험에 익숙한 나라다. 6.25 전쟁으로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처했던 시기에 전문의제도가 법제화됐다. 그리고 휴전 조인 후 곧바로 인턴, 레지던트의 전공의교육이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가 자부하는 세계 최고의 의료는 결국 세부 전문의 양성에 성공했기 때문이고 전문의고시가 미친 영향도 지대해 보인다. 우리나라 전공의교육은 일본식 의국을 기반으로 외형은 미국식 전공의 교육에 동아시아의 가족적 가치의 도제식 교육이다. 전공의 수련 종료 시점인 2월 말에서 한 달 전인 매년 정월에 전문의고시를 합격해야 공식적 전문의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전공의교육의 바탕은 전문의고시와 연차별 수련계획이다. 전문의고시의 시점은 현재 군의관제도와 맞물려 전문의고시를 위한 행정적 시간적 유연성은 없다. 과거 수석전공의(chief resident)는 마지막 연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임상 직무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면제 받아 전문의고시 준비에 몰입하도록 묵인받기도 했다. 이런 경우 직무 중심의 전공의 교육이 실제로는 3년 반의 수련을 받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임상 근무 예외에 대한 규제가 더욱 까다로워져 대게는 늦가을부터 최종 2~3 개월이 전적으로 전문의고시를 위한 시간이다.  

외국의 경우 전문과목별 시험은 주관 학회나 단체의 방침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의 전문의 시험을 보고 있다. 다단계 시험은 기본이고 실기시험이나 실제 수술실에서 수술에 대한 실시간 평가, 일정 기간 수집한 수술사례에 대한 검토와 일부 사례에 대한 토의와 구두시험도 있다. 그리고 최종 단계의 시험은 통상 전공의교육 수료 이후에 실시한다. 즉 전공의교육 종료 후 2~3 개월 후에 길게는 1년에서 15개월 후에 전문의고시가 완료된다. 이런 제도는 별도의 전문의고시를 위한 준비기간은 설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전공의교육 기간을 보면 통상 의과대학 졸업 후 3년에서 7년이다. 수련을 종료하고 전문의고시 통과가 되지 않아도 전문의로 근무하거나 혹은 세부전문의 교육 입문이 가능하다. 필기시험을 수석 전공의가 되기 전에 미리 시행하는 전문과목도 있다.  

우리나라는 학생의 임상실습이나 인턴교육에서 고등교육의 학습이론과는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의사 예정자나 초급의사로서 주된 직무가 관찰이나 보조 혹은 속칭 단순한 잡일(?) 전담직에 가깝다. 전문직 교육은 최고의 장기간 대학교육을 받은 고등사고 능력자인데도 군대의 병영 문화와 유사하게 마치 이등병 신세와 같다.

학생 임상실습이나 인턴과정의 목적인 보편적 의사 직무교육은 아직 서툴다. 충분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임상역량이 배양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공의 초년차로 진입하는데 '인지던트'라는 비공식적 명칭으로 인턴에서 전공의로 이행하는 기간을 보내기도 한다. 반대로 전공의 1년차는 주치의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너무나 많은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 깊은 성찰이나 학구적 이해보다는 주어진 단순 직무의 완수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바람직한 임상 교육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의 문제해결을 위해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질 때 가장 큰 교육적 효과가 발생한다. 활발한 임상 담화(clinical discourse)는 사회언어학적 상호작용으로 의사로서의 역량이 생성되는 핵심 교육 기전이다. 임상 담화는 전공의에게 임상 상황에 따른 실무와 이론적 지식인 문헌적 탐사를 동반하게 하는 경험 바탕 교육이고 서양의학의 교육적 전통이다. 임상경험이 이론과 실무를 결합해 살아있는 임상 역량 배양을 촉진 시킨다.

그러나 우리 교육문화는 임상에서 교육자와 전공의 사이의 활발한 양방소통이 진행되는 임상 담화는 매우 제한적이다. 대화로서 쉽게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법이 정한 연차별 수련계획서가 있으나 전공의에게 연차별로 적합한 이론과 실기 그리고 실제 임상 상황이 잘 고안된 질적인 전공의 교육과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평소에 임상적 대화나 담화로 실제로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최종 연차에서 몰아치기식 교과서 정독과 전문의고시 기출문제집 해독이다.  

경직된 전문의고시 60점 고정 합격선 설정도 전문의고시 출제에 지극히 보수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 전문의고시 소신 출제에 의한 정당성과 타당성을 상실한 높은 불합격율에 대한 염려는 상존한다. 자연히 기출문항과 암기형 문항도 상당폭을 차지한다. 전문의고시가 역량평가로 전화되어야 하는데 법을 바꾸기는 힘들어 보인다. 교과서 읽기와 기출문항 독해력 평가가 실제 임상역량을 대체하고 있고 이를 위해 별도의 시험준비 시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전공의가 살아있는 지식과 충분한 술기훈련이 부족한 상태로 직무에 투입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은 의료사고의 문제로 연결되기도 한다. 전공의 교육 최종연도에서 얻어진 문헌 지식에서 자신이 수행했던 임상 직무에 대한 학술적 이론이나 배경을 뒤늦게 이해하거나 혹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것은 분명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 안전한 의료를 도모하고 역량 있는 전공의로 양성시키기 위해서는 평소 전공의교육에서 지식과 실무가 결합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유럽은 전공의 근무도 일반 근로자와 동등하다. 당직 등을 포함하면 주 당 50시간대 근무에 연간 4주의 휴가와 추가로 학술 활동을 위한 1~2주 임상 근무 면제도 허락한다. 당연히 우리보다 전공의교육 기간이 연장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제도는 의사 양성에서 지식과 실무능력이 결합된 임상역량의 배양을 위한 교육과정의 설계와 운영에 유연성을 갖는다. 

군의관제도, 전문의고시제도 그리고 전공의교육 수련환경 등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여건이 서로 얽혀 전공의교육이 세밀하지 못하거나 여유가 없는 것은 우리의 전공의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에 선진국에서 전공의교육에 도입되기 시작한 역량바탕의학교육(Competency Based Medical Education)은 전문의고시 준비를 위해 굳이 몰아치기식 벼랑 끝 학습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전공의교육의 도입 역시 극복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복잡하고 많아 보인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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