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병, 급성기관지염, 위식도역류병 순...명확한 가이드라인 개발, 불필요한 진료 증가 규제 등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과 처방 제도에 대해 의료인의 77%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전화상담만으론 환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26일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처방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고대안암병원 내과 유승현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이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건강보험공단 청구자료를 통해 전화상담과 처방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화상담과 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8273개소(12.0%)이고, 60만9500명의 환자가 전화상담과 처방진료를 이용했다. 진료횟수는 91만7813건이었다.
진료과목은 주로 내과(60.2%), 신경과(6.0%), 정신건강의학과(4.8%) 순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초기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된 지역인 대구, 경북, 서울, 경기 지역에서 전화상담과 처방 진료에 참여한 비율이 높았고, 제도 시행 초기 의원급 의료기관의 참여가 낮은 경향을 보이다가 5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상담과 처방을 이용한 환자는 1인당 평균 약 1.5회 이용했으며, 남성보다 여성의 이용률이 높고, 고령 환자의 경우 이용률이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의사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상황과 무관하게 전화상담․처방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77.1%)이라고 응답했으며, 상급종합병원이나 의과대학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다른 직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반면 군대․군병원에 근무하는 군의관과 보건기관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 중 전화상담․처방 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들(1770명, 31.1%)의 과반수 이상은 불만족(59.8%) 한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 ‘환자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83.5%)’을 선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전화상담․처방 진료를 제공하지 않은 의사들(3919명, 68.9%)도 제공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로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70.0%)’과 ‘책임소재 문제에 부담(56.1%)’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전화상담과 처방 이용 환자들의 다빈도 상병을 살펴보면, ‘본태성(원발성)고혈압’, ‘2형 당뇨병’, ‘지질단백질 대사장애 및 기타지질증’, ‘급성기관지염’, ‘위-식도역류병’,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혈관운동성 및 앨러지성비염’, ‘뇌경색증’, ‘협심증’, ‘기타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순으로 이용률이 높았으며, 전체 전화상담과 처방진료의 43.4%를 차지했다.
그러나 환자 1인당 평균 진료횟수는 ‘조현병(3.1회)’,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1.7회)’, ‘수면장애(1.7회)’, ‘우울에피소드(1.6회)’, ‘기타 불안장애(1.6회)’의 순으로 정신과적 질환의 처방 횟수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연구팀은 현재 한시적인 비대면진료를 정부가 제도화 할 경우 의료제공자 측면, 의료 소외계층의 접근성 향상, 보건의료체계의 지속성 측면을 모두 고려한 후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 비대면진료의 추진과 관련한 분명한 원칙 설정, △ 전화진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개발, △ 불필요한 진료 증가 규제, △ 환자 및 의료서비스제공자의 안전성 확보 방안 마련 등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필수적인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유승현 교수는 “정부는 그동안 발표된 전화상담과 처방의 일부 결과만 보고 의료사고와 같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환자의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상이한 이해관계, 법적 책임 범위 규정에 대한 문제, 의료서비스의 복잡성과 다양성, 보상설계와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요인들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환자들의 편의성과 경제적 효용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 혹은 제도화와 연결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라며 “향후 비대면진료 정책 도입 시 규정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내용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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