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5.17 16:47최종 업데이트 25.05.17 18:21

제보

"응급실 뺑뺑이 심각한데 '입틀막''"…작심 발언 정경원 아주대 외상센터장

"표 안 되는 중증외상 환자에 무관심…정치적 이유로 외상센터 늘리는 데 의료계도 기여, 의사의 적은 의사"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정경원 센터장. 사진=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중계 영상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이국종 교수의 1호 제자인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의정 갈등 이후 응급실 뺑뺑이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무관심,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외상센터가 전국에 17개나 설치된 것에 대해선 정치권뿐 아니라 의료계를 향해서도 “의사의 적은 의사”라며 비판했다. 젊은 의사들을 향해서는 외상외과를 추천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17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5 젊은의사 포럼’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우리 센터에 타권역에서 환자 수용 요청이 온 게 143건”이라며 “하나같이 중증이었는데 이 환자들 중 수용한 건 33%(47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받지 못한 환자들은 어디에서 사망했거나 장애가 남았을지 모를 일”이라며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요즘 뉴스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작년에는 구급대원들이 언론에 나와 인터뷰도 했는데, 지금은 (정부에서) ‘입틀막’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해 의정갈등 중에 국회 간담회에 불려가 정치인들에게 들었던 말을 언급하며 씁쓸함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아주대 응급실이 하루 문을 닫는다는 기사가 났었다.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자마자 (정치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외상센터는 언제 문 닫느냐’였다”며 “처음에는 걱정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외상센터가 문 닫고 의료진이 나갈 정도면 응급의료체계는 끝나게 된다. 그때를 기다리는 거냐. 지금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매일 죽어나간다’고 얘기했지만 그 뒤로 아무런 조치도 없었다”며 “정치권에선 이걸 아젠다로 삼고 끌고 가려면 못해도 인터넷 포털에 두 달 정도는 헤드라인에 떠야 한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뺑뺑이에 정치권이 관심을 갖겠나. 환자들은 사회경제적 약자고, 죽은 환자들은 말이 없다”며 “(수용하지 못한) 143건도 그정도는 표에 별 영향도 없다. 그러니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정 센터장은 당초 전국에 6개가 설치된 예정이던 외상센터가 17개로 늘어났던 것에 대해선 정치권과 의료계 일부를 향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정 센터장은 “처음엔 인구에 따라 전국에 외상센터를 대규모로 6개 짓고 환자 이송 체계를 갖추자고 했다. 그러면 전국 중증외상 환자의 80%는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선진국 사례 등도 참고하고 돈을 들여 연구한 결과로 나온 결론이었다”며 “그런데 갑자기 시도단위로 하나씩 17개로 바뀌었다. 정치권의 입김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 탓만 할 순 없다. 지역에 많은 병원장들이 우리도 외상환자를 잘 진료할 수 있다고 해서 17개가 됐다. 일부 유명한 분들의 연구용역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며 “죄송한 표현이지만 의사의 적은 의사”라고 토로했다. 
 
정 센터장은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에게는 외상센터를 추천하지 못 하겠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최근 한 유명 방송에 나가서 외상센터에 후배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방송용이었다”며 “요즘 현실을 보니 하라고 말을 못 하겠다. 외상외과 전담 전문의들조차 모이면 언제 그만두나라는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 전에 전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센터장도 그렇게 말하셨다고 하던데생 각해 보고 아닌 것 같으면 (한국을) 뜨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의료계 선배이자 교수로서 죄송하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