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 저지해 경쟁 제한 vs 특허분쟁 과정서 부당한 합의로 경쟁 제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막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와 알보젠(Alvogen)이 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과징금 26억4500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2일 발표한 가운데, 201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네릭 출시 차단 담합행위로 제재를 받은 GSK(GlaxoSmithKline)와 동아제약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GSK와 동아제약은 특허분쟁 과정에서 이미 출시된 제네릭을 시장에서 철수하고 향후 경쟁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 적발되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1억7300만원을 부과받았다.
두 사건은 제네릭 관련 담합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특허 문제나 합의 내용, 경쟁제한성 판단 등에서 크게 차이가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두 사건의 쟁점은 무엇이고, 공정위가 위법 행위로 판단을 내린 근거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AZ-알보젠, 항암제 3개 제네릭 출시 않는 대신 국내 독점유통권 부여
먼저 이번 사건에서 알보젠은 전립선암이나 유방암의 호르몬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졸라덱스(졸라덱스데포주사, 졸라덱스엘에이데포주사)와 아리미덱스, 카소덱스 3개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국내 독점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제네릭을 생산·출시하기 않기로 아스트라제네카와 합의했다. [관련기사=공정위, 알보젠-아스트라제네카 제네릭 시장 진입 차단 담합행위 적발·제재]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졸라덱스 등 3개 의약품에 대한 판촉·유통의 외주화를 추진하던 2016년 5월 경 알보젠이 국내에서 2014년부터 졸라덱스 제네릭을 개발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 알보젠은 당시 10여개 유럽 국가에서 졸라덱스 제네릭 출시를 발표한 상황이었다.
졸라덱스 제네릭이 시장에 진입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은 30% 인하되기 때문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알보젠의 제네릭 출시를 가장 중요한 사업상 위험으로 인식했다. 알보젠도 자체적으로 제네릭을 개발해 출시하는 것보다 경쟁하지 않는 대신 대가를 제공받도록 담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양측은 협상과정을 거쳐 2016년 9월 말 계약기간(2016년 10월 1일~2020년 12월 31일) 동안 국내에서 제네릭을 생산·출시를 하지 않는 대신 오리지널의 독점유통권을 알보젠에 부여하는 계약을 체결헸다. 양측 간 합의는 계약 만료일 이전인 2018년 1월 12일에 파기되면서 담합이 종료됐으나 알보젠은 졸라덱스 등 제네릭을 현재까지 출시하지 못했다.
GSK-동아, 조프란 제네릭 철수 및 경쟁 제한 대신 이례적 인센티브의 판매권 계약
2011년 있었던 관련 사건은 GSK가 개발한 항구토제 조프란(성분명 온단세트론)을 둘러싼 담합행위에 대한 것이다.
당시 동아제약은 1998년 GSK의 제법과는 다른 온단세트론 제법특허를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뒤 제네릭 온다론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GSK는 제법특허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갖고 조프란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었으며, 특허만료일은 2005년 1월 25일이었다. 동아제약은 1998년 9월 조프란의 90%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온다론을 출시했고, 1999년 5월 조프란 대비 76%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며 판매활동을 강화했다.
치열한 경쟁 상황이 예상되자 GSK는 동아제약에 특허 침해 경고장을 발송했다. 이후 동아제약은 1999년 5월 자신의 특허가 정당하다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고 GSK는 1999년 10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며 양사간 특허분쟁이 발생했다.
그러나 2000년 4월 동아제약이 온다론을 철수하고 향후 항구토제와 항바이러스 시장에서 GSK와 경쟁하지 않는 대신, GSK는 동아제약에게 신약 판매권을 부여하고 이례적인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합의하면서 양사는 모든 특허분쟁을 취하했다. GSK는 동아제약에게 조프란의 국공립병원에 대한 판매권과 당시 국내 미출시 신약인 발트렉스의 독점 판매권을 제공했다.
계약에 따르면 조프란은 목표판매량의 80%만 달성해도 2년간 매출액의 25%, 3년째는 매출액의 7%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발트렉스는 판매량과 관계없이 5년간 매년 1억원씩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수준이었다. 당시 인센티브는 목표량의 100% 이상을 달성한 경우, 초과달성량에 대해서만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양사는 특허분쟁을 취하하고, 제네릭 철수와 경쟁하지 않기로한 합의를 실행하고, 이 합의를 담은 판매권 계약을 계속 갱신하면서 공정위에 적발된 2011년 10월까지 담합을 계속 유지·실행하고 있었다. 공정위 경제분석 결과 두 회사의 담합으로 GSK가 올린 부당매출은 약 160억 원에 달했다.
GSK-동아, 정당한 특허권 행사 해당여부 쟁점…광범위하게 경쟁 제한 문제
GSK-동아제약 건에서 위반행위 당시 오리지널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지 않아 특허 분쟁이 있었고, 제네릭이 이미 출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에 양사간 합의가 정당한 특허권 행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당시 공정위는 GSK가 특허침해소송에서 동아제약이 특허를 침해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확인했다. 동아제약에게 GSK와 경쟁할 수 있는 어떠한 제품도 개발·제조·판매하지 못하게 해 광범위하게 경쟁을 제한한 것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GSK가 특허기간 만료 후까지 제네릭 진입을 제한했고, 특허를 갖고 있지 않은 경쟁제품(조프란 및 발트렉스와 약리성분을 달리하는 모든 경쟁제품)까지 개발·제조·판매를 막아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비경쟁조항이 GSK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체결한 동일‧유사 계약과 비교할 때,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에 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4호를 적용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판 '역지불합의'의 첫 사례로 기록됐다. 역지불합의란 오리지널사와 제네릭사가 특허분쟁을 취하하고 경쟁하지 않기로 하는 대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를 말한다.
이 사건으로 공정위는 특허분쟁 과정에서 당사자간 부당한 합의를 통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는 위법임을 명확하게 밝혔다.
AZ-알보젠, 미출시 제네릭의 시장 진입 제한도 경쟁제한적 합의로 위법 판단
아스트라제네카-알보젠 건에서 오리지널의 특허가 이미 만료돼 특허권 행사여부는 쟁점이 되지 않았으나 출시되지 않은 제네릭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것이 문제됐다.
알보젠 내부 메일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와 합의하기 직전, 알보젠은 2019년 3분기 졸라덱스 제네릭이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알보젠 내부 메일에는 "예상했다시피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우리의 졸라덱스 제네릭 출시를 막고자 하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점을 이용해 보다 좋은 계약 조건을 얻어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우리는 중동부 유럽지역에서 우리의 졸라덱스 제네릭으로 아스트라제네카에 큰 타격을 준 바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폴란드, 불가리아 등의 시장에서 졸라덱스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스트라제네카 내부 메일에는 "본 건은 가장 유력한 복제약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의도 또는 결과를 갖고 거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경쟁적 이슈에 해당한다"고 기재됐다.
이 사건 유통계약서에는 "유통권자는 계약 기간동안 또는 유통권자의 귀책사유로 본 계약이 종료된 후 6개월 동안(둘 중 더 이른시점까지) 자사 또는 자사의 계열회사가 국내에서 경쟁 제품의 상업적 제조, 패키징, 마케팅, 프로모션, 판매, 유통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을 것임을 아스트라제네카에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두 회사의 합의 이후 알보젠의 졸라덱스 제네릭 개발 일정표에는 제네릭 출시 일정이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합의로 변경됐다고 기재됐다.
결국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은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었던 잠재적 경쟁자인 알보젠 측의 시장진입을 제한한 경쟁제한적 합의라 판단하고, 생산·출고 제한 합의에 대한 조항(구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3호)을 적용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를 취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경쟁제한적 합의로서 위법함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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