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4.21 13:00최종 업데이트 25.04.21 13:00

제보

정부 '전문의 중심병원' 추진, 현실은?…간호사 업무 부담 가중·PA 처방 비일비재

대학병원 숙련 간호사 이탈, 신규 간호사 근무환경 악화 '악순환 반복'…중소병원은 불법의료 사각지대로

4월 21일 열린 보건의료노조 기자회견. 사진=보건의료노조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정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의 중심병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 현장은 간호사들에게 의사의 업무가 전가되며 그 업무 부담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는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원래도 의사가 부족했던 중소병원까지 이어져 중소병원은 PA에 의한 처방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등 불법의료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1일 보건의료노조가 대선 공약화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현장 간호사들의 이 같은 증언이 나왔다.

이날 중앙대병원 지부 최상미 사무장은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인력 공백으로 전 보다 더 극심해진 대학병원 간호사의 업무 부담 현실을 설명했다.

최 사무장은 "전 근무자에게 인계받고 닥친 업무를 하나씩 쳐내다 보면 근무 내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집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앉을 시간 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압박 스타킹을 신어도 다리가 붓는다. 그 붓기와 피로가 가시기도 전에 자고 일어나 출근, 또 자고 일어나 출근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장은 "간호사니까 당연히 힘든 거 아니냐고 다 알고 들어간 거 아니냐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간호사도 똑같은 사람이다"라며 "우리는 왜 스스로를 갈아가며 일해야만 하나? 턱없이 부족한 간호 인력은 한 명의 간호사에게 더 많은 환자를 감당하도록 강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열심히 하면 점점 나아지겠지 내가 일을 못하는 탓이겠지라며 자기 위로하며 버텨온 시간은 극심한 업무 부담과 피로로 이어져 결국 많은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숙련된 간호사들의 이탈은 남은 이들의 부담을 가중하고, 신규 간호사들에게는 더욱 열악한 환경을 제공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간호사의 강도 높은 업무 부담은 지난해 2월 의대 정원 증원 이후 전공의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정부가 방치하며,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실질적으로는 간호사에게 업무 부담을 전가하면서 더 심해졌다.

이에 최 사무장은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하면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해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숙련된 간호사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스페인, 프랑스, 아이슬란드, 벨기에 등 유럽 주요국들 또한 병원 노동자들의 근무시간 단축을 이미 시행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밤샘과 불규칙한 교대 근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빠르게 소집되고 있는 간호사들의 회복을 위해서 주 4일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이어 부평 세림병원지부 송주현 지부장은 서울 대형병원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한 중소병원의 실태를 전달했다.

송 지부장은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대학병원 환자들이 넘어오면서 중소병원에 외래 진료와 수술은 늘어났다. 하지만 중소병원은 의사가 늘 부족했다. 야간에 환자 상태 악화를 보고해도 오더를 받을 의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겨우 오더를 받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가 별도의 콜 없이 처방 전문 PA가 알아서 처방하도록 지시하는 등 불법 의료의 사각지대가 만연하다고도 전했다.

송 지부장은 "노조는 주 4일제를 외치지만, 중소병원은 온전한 주 5일제라도 지켜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며 "중소병원은 규모의 경제에 취약하다. 수도권 중소병원의 경우 대형 병원들이 수도권에 본원을 짓겠다고 하면서 두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임시 공휴일, 대체 공휴일과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에도 외래 진료를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병원이 지역의 환자와 주민을 위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 병원의 공익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영난으로 폐원 위기에 놓인 중소병원들은 환자들이 찾지 않는 중소병원은 인력, 시설, 장비 부분에 대한 재투자 여력도 떨어져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며 중소병원 근로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6.4 대통령 선거 주요 공약 요구로 ▲의사인력 확충으로 공공·지역·필수 의료 마련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제도화 ▲보건의료산업부터 주4일제 도입 ▲공공병원 '착한 적자' 국가책임제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공공병원 확보, 강화 ▲공익 참여형 의료법인 제도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을 80%로 상향 등 10대 정책 37대 세부 과제를 발표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