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폭행 처리 관행은 응급의료법 취지 무시…설명 안 했다고 민∙형사 처벌하더니 설명은 진료 아니란 이중 잣대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사진=아주대병원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교수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경찰, 검찰이 응급의료법 위반이 아닌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에서 발생한 교수 폭행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단순 폭행으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청구했다.
폭행 피해자인 A교수가 응급의료법을 적용해 엄벌에 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수사기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조치를 이해할 수 없었던 A교수는 국민신문고에 경찰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고, 검찰엔 진정서를, 법원엔 응급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하는 엄벌 탄원서를 냈다. 아주대병원 교수회도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과 함께 법원에 정식재판을 요청하는 탄원서 제출에 나섰으며, 14일 현재까지 2500명 가량이 동참한 상황이다.
의료계는 응급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응급의료종사자를 상대로 한 폭행임에도 응급의료법이 적용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인데, 이는 수사기관이 응급의료법의 관련 조항을 매우 좁게 해석한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응급의료법 제12조 1항은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와 구급 등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 이송, 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 기재, 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 손상하거나 점거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A교수에 대한 폭행이 A교수가 가정폭력 가해자이자 환자 보호자인 B씨에게 환자 상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이에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의 과정에 발생한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의대 교수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응급의료법을 적용하지 못하면 향후 현장에 미칠 여파가 클 것”이라며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할 수 있도록 탄원서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는 응급실에서 발생한 의료진 폭행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이 단순 폭행죄를 적용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라고 해석했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변호사)는 “응급의료법을 적용하면 형이 세지다보니 경찰이 적용법조를 바꿔서 단순 폭행으로 보내는 일은 꽤 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라며 “응급의료를 더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근 의사의 설명 의무를 중요하게 보는 재판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을 진료가 아닌 것으로 취급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 이사는 “진료는 단순히 손발이 움직이는 것뿐 아니라 문진이나 환자, 보호자에게 상태를 설명하고 앞으로 진료 방향에 대해 협의하는 것도 포함된다”라며 “실제로 의사가 사전에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지 않으면 진료에서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으로 봐서 법원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나. 수사기관이 이중 잣대를 갖고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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