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도입 20여 년이 지나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로봇 수술의 급여화 필요성을 놓고 의료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강경 수술 비용은 보험 적용을 받으면 200~300만원 수준, 로봇 수술은 1000만원을 상회한다. 비싼 비용 탓에 급여화 주장도 나오지만 정부는 로봇 수술이 급여화되기 위해선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더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3일 충북 오송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 센터(MIC) 오송 캠퍼스에서 열린 메드트로닉 ‘로봇 수술 연구·교육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는 로봇 수술의 급여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의 토론이 벌어졌다.
보험 미적용 탓 로봇 수술 확산 지체…일본∙대만은 급여화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형우진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은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해 급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형 이사장은 "로봇 수술이 도입되고 초기에 많이 늘다가, 최근에는 정체기다. 보험 급여가 되지 않은 영향"이라며 "일본,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보험 적용이 되면서 거의 모든 암 수술은 로봇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하고 있는 위암 수술의 경우 병원마다 차이가 많지만, 어떤 병원의 특정 의사들의 경우는 40~50% 정도를 로봇 수술로 하는가 하면 어떤 의사들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형 이사장은 "현실적으로 급여 문제가 환자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 환자에게 이득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비용 문제가 먼저 들어오면서 (로봇 수술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술 가치 제대로 인정받아야…급여화하면 신기술 적용 어려워
반면 대한산부인과로봇수술학회 김대연 회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은 급여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섣부른 급여화가 신기술이 현장에 적극 활용되고, 환자들이 최고 수준의 치료를 받는 것을 되레 어렵게 할 거라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수술방 효용성이 같은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수술 하는 걸 의미한다면 수술도 빨리해야 하고 수술방 정리도 신속하게 해야 한다"며 "과연 그게 효율적일까. 병원 입장에선 그럴지 몰라도 환자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고의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비용 문제가 중요하다. 수술방 간호사나 수술장을 청소하는 분들이 열심히 일했을 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줘야 하듯이 수술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회장은 또 "의사들이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바로바로 써야 하는 데 급여화를 해버리면 쓸 수가 없다"며 "결국 환자 입장에선 수술을 통해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게 중요한데 의사들이 그걸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퍼스트 무버' 위한 시스템 마련 고민 필요
신기술 도입과 관련해 대한민국 의료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나아가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외과학회 이강영 이사장(세브란스병원장∙대장항문외과)은 "패스트 팔로어로서의 사회적 시스템과 퍼스트 무버로서 가져야 하는 시스템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특정 기술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활용할지에 대한 근거를 반드시 국내에서 생성된 근거만 채택할 것인지, 외국에서 검증된 내용도 채택할 것인지 등 사회적 동의를 어떤 기제로 수용할지에 대해 혼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선 학계와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다음에 그 기술을 현장에 도입할 때 비용을 누가 어떻게 지불할지도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예를 들어 대장암 분야 로봇 수술과 관련해 현재는 환자에게 이득이 있어야만 비용이 지불되는 구조"라며 "그런데 (특정 기술이) 수술하는 의사가 안정된 환경에서 수술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대해선 현재는 증명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새로운 기술이 의료계와 사회에 주는 장점을 폭 넓게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