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환자단체, 보정심 등 주요 국가정책위원회 참여하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견제 목소리…남인순 의원실 "다양한 환자단체 지원 위한 것, 오해 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환자안전법에 이어 환자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환자기본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가운데 그간 모호했던 '환자단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되며 일부 환자단체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 보건의료 관련 위원회에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환자단체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타 환자단체들을 배제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다만 법안을 대표발의한 남인순 의원 측은 해당 법안이 그간 적절한 법적 지위를 갖추진 못했던 환자단체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내용이며, 특정 단체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비롯한 22명의 의원이 '환자기본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당시 남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상급종합병원중심·공급자중심 의료개혁에서 벗어나, 국민중심·환자중심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현행 법률에서는 환자의 제반 권리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이 부재한 실정으로, 환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환자기본법안’ 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행 법률에는 환자의 권리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기본법이 부재한 실정이며, 현행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에 필요한 사항을 주로 규정하고 있어 환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남 의원은 환자가 환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환자 또는 환자가 조직한 환자단체가 환자정책 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환자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복지부 장관은 환자의 권익 증진을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환자정책에 대한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해 결과를 공개하고 환자정책을 위한 연구사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해당 법안에는 그간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 단체 사이에서 정체성이 모호했던 ‘환자단체’에 대한 정의와 규정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제4장 ‘환자단체’에서는 환자단체의 업무를 △환자의 투병 관련 상담·교육 △환자의 불만, 피해에 대한 상담 및 관계 기관·단체 연계 △환자정책에 대한 조사·분석 △환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한 개선방안 조사·연구로 정하고, ▲환자의 건강 보호, 투병 및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할 것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과 인력을 갖출 것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환자단체만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복지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등록된 환자단체는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보호 육성 대상이 되며, 국가와 지자체는 예산 범위 안에서 환자단체의 사업활동 또는 운영이나 그 시설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도 있게 된다.
또 법안에서는 환자의 건강 보호, 투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을 종합·조정하고 심의·의결하기 위해 복지부장관 소속으로 ‘환자정책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환자단체가 환자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해 다양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처럼 그간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환자단체’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향후 정책 결정에서 참여를 법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환자단체 안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기종 대표를 중심으로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등 9개 단체가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해당 법안 발의 즉시 "환자가 진료 객체나 보건의료행위 수혜 대상이 아닌 보건의료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자 중심 보건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밑바탕이 되길 바란다"며 "환자기본법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비교적 영세한 타 환자단체들은 이렇게 법적으로 인정된 환자단체만이 국가 정책에 참여가 허락되면서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모 환자단체 관계자는 "현재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비롯해 웬만한 보건의료 관련 자문 단체와 위원회에 환자단체연합회가 자연스럽게 참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질환과 질병을 가진 환자단체를 심사해 물갈이 하겠다는 것은 기존에 기득권을 가진 환자단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영세한 환자단체들은 사라지거나 기존의 환자단체연합회에 흡수돼 모든 권력이 집중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의료계 관계자도 "그간 환자단체의 개념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었다. 정말 '환자'를 위한 단체가 맞는지 목적과 순수성에 의심이 되는 단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단체에 대한 정의를 통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인원 수는 적지만 순수하게 활동하는 단체들까지도 정리가 돼 문제는 기득권을 가진 일부 환자단체들에 의해 모든 것이 좌지우지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오해라는 입장이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일반 법률에는 ‘환자단체’라는 것이 없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 지자체 위원회에 '환자단체'가 아닌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이나 소비자 기본법에 따른 비영리 민간단체 혹은 소비자 단체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어 환자를 대표한다는 지위가 없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현재 환자단체 대부분은 자생력이 없어 제약사나 의료기기 회사 등의 기부금에 의존하면서 독자적인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환자기본법을 통해 환자단체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기로 한 것이며, 일부 오해와 달리 특정 단체를 염두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정되는 단체의 범위를 상당히 넓혀놓았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환우회 숫자가 약 1500개로 지나치게 난립해 있고, 2014년 조사에서 이 환우회 중 정관과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환우회는 단 85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향후 어떠한 기준으로 환자단체를 인정할 지는 하위법령에 위임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관계자는 "일부 단체들이 환자단체 인정 기준에 이견이 있다면 하위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특정 환자단체를 법정 단체로 규정한다는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오히려 다양한 질병군별 환자단체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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