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18 14:02최종 업데이트 23.04.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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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있던 건데?” 롯데·카카오 해명에…허탈한 헬스케어 스타트업들

알고케어·닥터다이어리 기자회견서 답답함 호소 "경쟁 제품 안 만든다며 접근하고 투자사 임원 영입하기도"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 닥터다이어리 송제윤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롯데, 카카오 등 대기업에 아이디어를 탈취당했다고 주장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대표들이 정부·국회의 적극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와 닥터다이어리는 1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타 산업계 스타트업들과 함께 ‘대기업 아이디어 탈취 피해기업 기자회견’을 열었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를 상대로,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헬스케어를 상대로 문제제기에 나섰다. 이날 함께 참석한 스타트업들 중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 키우소는 농협경제지주, 팍스모네는 신한카드와 아이디어 탈취를 두고 분쟁 중이다.
 
이들은 특히 대기업들이 기존에도 국내외에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가 있었다며 도용 의혹을 부인하는 현실과 피해 기업에 지워진 입증 책임이 무겁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알고케어 "도용 입증 어렵고 '기존 유사 제품 있다' 주장 수용되는 현실 답답"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영양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알고케어 정지원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아이디어를 도용당했지만, 이후 대응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개선이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지난 2021년 수 차례 미팅을 가지며 받아간 자료와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자사의 ‘뉴트리션 엔진’을 베낀 제품을 내놨다고 주장해왔다.
 
정 대표는 먼저 국내에서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2018년 기존의 기술 탈취 뿐 아니라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조항도 부정경쟁방지법 내에 신설됐지만, 강제성이 없는 시정권고가 전부고 그마저도 실제 이뤄진 사례는 채 10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아이디어 도용이 사실상 인정되기 힘든 셈”이라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디어 도용을 입증하려해도 그 증거는 다 가해 기업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들의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 대해 유사한 제품이 해외에도 이미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현실도 비판했다. 실제 롯데헬스케어는 도용 논란이 일어난 직후 이전부터 해외에서도 유사 제품과 사업모델이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알고케어는 해외 제품은 도용 의혹 제품과 다르며, 설령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면죄부가 될 수 없단 입장이다.
 
정 대표는 “(도용 기업들은) 논란이 일어나고 나면 그 때가 돼서야 예전에 해외에 유사한 것들이 없었는지를 찾고, 비슷한게 있으면 면책을 받는 구조”라며 “이 역시 지금까지 시정권고가 10건 밖에 안됐던 이유다. 우리사회가 이런 경우를 보호할지 말지를 사회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직원들이 몇 년간 밤낮으로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결과인데, 대기업들은 우리 얘기를 듣고 시행착오 없이 지름길로 가는 셈”이라며 “처음에는 경쟁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안심시키며 접촉하다가 문제가 되면 말이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닥터다이어리 "5개월 걸쳐 협업 후 '표절'…투자사 임원이 카카오헬스케어 입사"

지난 2016년부터 모바일 기반 혈당 관리 플랫폼을 운영해온 닥터다이어리 송제윤 대표는 카카오헬스케어가 자사의 서비스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닥터다이어리와 접촉하며 구체적 사업모델, 사용자 데이터, 매출 채널 등 핵심 자료들을 받아갔는데, 최근 카카오헬스케어가 발표한 당뇨 관리 사업내용과 범위가 이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유료 멤버십,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통한 관리, 당뇨 커뮤니티 운영, 인공지능(AI) 음식 기록 및 혈당, 의료기기 연동, 맞춤형 건강 리포트 등의 핵심 기능이 동일하다”며 “단순히 한 두가지 사업이 겹친다면 우연일 수 있지만 이는 표절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카카오헬스케어 역시 해외에 이미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송 대표는 그간의 협업 내용 등을 설명하며 재차 반박했다. 특히 자사에 투자한 투자사 중 한 곳에 근무하던 임원이 이후 카카오헬스케어로 입사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카카오브레인과 5개월에 걸쳐 협업을 했는데, 이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실제 협업 내용이 카카오 고위층에도 전달됐던 것으로 전해들었다”며 “지난해 초에는 이전부터 우리 회사에 투자했던 투자사에 근무하던 한 임원이 카카오헬스케어에 입사했는데, 문제가 된 해당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송 대표는 또 “부정경쟁방지법 등 다양한 관련 법규가 현존하고 있지만, 현행 법규는 영업기밀 및 특허침해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사실상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특허증명 책임도 전적으로 피해자에게 지워 사실 인정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해외 유사 제품이 면죄부 돼선 안 돼…형사처벌 규정 신설해야
 
아이디어 등 권리 탈취를 당한 중소기업·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재단법인 경청도 대기업들이 타사의 기존 제품 등을 근거로 도용 의혹을 부인하는 관행에 대해 비판했다. 또, 아이디어 도용에 대한 형사처벌 필요성도 주장했다.
 
재단법인 경청 박희경 변호사는 “대기업들이 해당 사례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굳이 국내 스타트업들에 접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들은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다가 대표들과 만나서 정보를 얻고, 나중에 문제가 되면 열심히 유사 사례를 조사한다”고 했다.
 
이어 “스타트업들과 접촉이 없었다면 백지부터 시작해서 개발에 상당 시간이 걸릴텐데, 그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며 “현재 아이디어 침해는 외형적 유사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얼마나 비슷한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사성이 있다면 스타트업들의 도움으로 얼마나 기간이나 시행착오를 줄였는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또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선 아이디어 침해, 데이터 부정사용, 성과물 침해의 경우 형사처벌 규정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다른 부정경쟁행위 유형과 특별히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해당 유형들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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