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지난 26일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인천 지역 산부인과 전문의 A씨에 대한 상고심(2018도1306)에서 무죄를 확정하자 대한의사협회가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의협은 “의료과오와 관련한 민사상의 과실 책임과 달리 형사상의 엄격한 과실책임법리를 적용한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1심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주의의무 위반으로 자궁 내 태아가 사망한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한 사례다. 당시 법원은 해당 의사에게 금고 8월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법원은 “태아의 심박동수 감소를 발견하고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더라도 태아의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입증책임이 있는 검사가 인과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25일 검사가 상고장을 제출해 상고심이 진행됐다.
당시 의료계는 해당 재판부에 8035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고 ‘전국 산부인과 의사 긴급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료계는 해당 산부인과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의 누명을 벗고 승소할 수 있도록 법리 적용의 부당성을 알리고,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반영한 공정한 판결이 내려질 것을 촉구했다.
의협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과오 사건에 있어서 의사에게 형사상 업무상 과실치사의 책임을 물으려면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기존 판례의 태도가 다시 확인됐다. 향후에도 이러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해당 의사가 겪었을 고통을 우리 모든 의사 회원들이 같이 느껴왔다.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는 판결이 나오게 돼 다행이다”라며 “향후 사법기관 관계자와 법조인들이 의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의료계가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협은 특히 최근 일련의 의료과오와 관련한 민·형사 판결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최근 폐암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 알려진 한 의사의 억울한 사례도 들었다. 의협은 "해당 의사는 폐암 환자를 진료하던 중 뇌 MRI에서 14㎜의 병변을 발견했다. 당시 머리 결절이 작고 구체적 증상이 없는 만큼 머리를 열어 조직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러나 편측마비 후유증이 남으면서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게 됐다"고 했다.
의협은 “이 의사는 결과적으로 민사소송에서 패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고, 형사소송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 결정이 내려졌다. 의료계는 이이런 판결을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공분하고 있다”고 했다.
의협은 “민사소송은 변론의 전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고려해 원고 또는 피고가 주장하는 사실의 진위를 입증책임의 분배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반면 형사소송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없는 한 법관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 대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라고 했다. 의협은 의료과오 사건에서 의료진에게 부당한 책임을 묻는 사례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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