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7.18 18:16최종 업데이트 18.07.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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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재사용금지 의료용품 확대·의료사고 보험가입 의무화 등 법안 '반대'

인체조직자문위원 등에 의료계 참여 필요성 제기…환자안전사고 60일 이내 보고에 반발

법안 개정에 앞서 적절한 수가 및 보상, 법·제도 및 체계 정비 등 마련 주장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하고 의료기관에서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나 의료배상공제조합 가입을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18일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최근 발의된 법안들에 대해 협회측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재사용 금지,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일회용 의료용품 확대 '반대'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에는 재사용 금지 대상 의료용품을 '일회용 주사 의료용품'에서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협은 '일회용 의료용품'에 대한 분류가 애매하고 감염관리에 대한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법안이라고 반대했다.

정 대변인은 "의료관련 감염에 대한 일선 의료기관의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며 "그러나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과 처리에 적절한 수가 책정과 보상은 마련돼 있지 않다. 모든 감염관리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해당 개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감염의 모든 원인이 의료용품 재사용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소독·멸균처리 후 재사용이 가능한 의료용품 사용까지 위축시켜 폐기물 감축과 재활용 촉진을 장려하는 기존 정책과도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의료폐기물은 2013년 14만4000톤에서 2017년 20만 7000톤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해 전체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어 보다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 후 재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모든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을 금지하려면 우선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 의료용품 전체에 대한 적절한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건강보험 재정과 기금마련 등 예산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회용 의료용품과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 등에 대한 적절한 수가를 마련하거나 비급여 청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용품 폐기 처리비용을 제외하더라도 관절경적 회전근개 봉합술의 일회용품 구매가는 드릴 20만원, 절삭기 20만원, 아스로케어(Arthrocare, 미세 주사바늘) 55만원, 펌프용튜브 10만원, 봉합용바늘 20만원 등 총 125만원이 소요된다"며 "그러나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수가는 관절경재료대의 경우 수술당 4분의 1수준인 32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뇌, 척추 수술을 위한 뼈 제거 과정에서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절삭기 비트(팁)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들 절삭기 비트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일부만 수가로 인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신경차단술, 파괴술, 고주파술에서 사용하는 각종 특수바늘(천추천자침, 경막외천자침, Chiba needle, 골생검침, 고주파 바늘 등)과 무균 알코올, 일회용 소독포, 주사기 등 치료재료에 대한 수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일회용 의료용품의 명확한 개념 정립과 범주 설정, 각과에서 사용하는 의료용품 중 일회용 의료용품과 재사용 가능한 의료용품의 분류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의료기술 변화, 신의료기술 개발에 따른 신규 의료용품의 분류체계 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소모품의 경우 일회용과 재사용 가능한 의료용품이 혼재돼 사용되고 있다. 일률적으로 모든 일회용 의료기구에 대한 재사용 금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회용 의료기구에 대한 분류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선 의료기관의 혼란과 무분별한 자원 낭비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는 의료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져 한정된 재원 속에서 의료비 지불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의료체계에서 그 피해가 다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반드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선량한 의료인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 수 있는 이번 개정안 같은 규제강화 법안보다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의료인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요청했다"고 했다.

의료기관의 의료사고배상보험·공제조합 가입 의무화 '반대'

앞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모든 의료기관이 의료사고를 대비해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이나 의료배상공제조합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의협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재적 성격과 수익자부담의 원칙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의무가입의 실효성 ▲의료분쟁조정법 손해배상금 대불 제도와 중복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 연구 및 개발의 선행 필요 등의 이유를 들며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 대변인은 "의료기관은 사실상 강제수가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서비스는 공급자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할 수 없는 공공재적 성격이다"라며 "공공재로부터 이익을 받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비용을 부담하는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분쟁의 조속한 해결, 안정적 보상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운영,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불가항력(무과실) 의료사고 보상, 손해배상금 대불 제도 등을 시행해 공급자인 의료기관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려면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폐지,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에 관한 100% 국가재정 부담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의료기관이 부담하게 될 책임보험 보험료에 상응하는 수준의 위험수가 반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일부 손해보험사와 의료배상공제조합에서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의료배상공제)을 운영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료기관 가입률은 저조한 편이다. 이는 의료기관의 책임회피가 아니라 책임보험의 실효성과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는 책임보험의 경우 자기부담금 1000만원, 보상한도액 3억원의 보험상품 가입시 1000만원 이하의 의료사고는 보상받지 못한다. 사망·장해사고 발생시 3억원까지만 보상돼 나머지 금액은 결국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같은 종합보험 가입시에 형사책임 면책 규정이 없어 보험가입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은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수단이 되지 못한다"며 "원가 이상의 적정수가 보상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비례의 원칙(수단의 적합성)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그는 또 "의료분쟁조정법의 손해배상금 대불 제도는 대불금 재원을 의료기관에서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경우 중복된다"며 "의료기관에 무과실 의료사고 보상의 대불금 지급까지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로 책임보험을 가입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의료기관에게 2중 3중으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항시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 의료행위는 상대적으로 사고 발생률이 높고 건당 지급되는 손해배상금액(의료기관 보상금액)도 높다"며 "고액의 보험료와 낮은 보장률의 상품 설계를 하지 않으면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험상품은 상품가치가 떨어져 낮은 가입률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판매된 상품의 운영에서도 사고 발생률과 보상금액 예측에 실패하자 과거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계약의 인수중단과 함께 보험상품 자체를 폐지했던 적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 할 경우 손해보험사는 손해율 급등시 의무보험임을 악용해 급격한 보험료 인상, 보상기준 상향 및 보상항목 축소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기 전에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각 전문과별 특성에 따른 적절한 보험료 산정, 실제 위험을 담보할 수 있는 자기부담금과 보상한도액이 설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사고 발생시 제한적 형사책임 면책규정 등 책임보험(강제보험) 가입의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보험상품 개발 및 관련 제도 정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인체조직안전관리자문위·장기등이식윤리위, 의료계 전문가 참여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인체조직안전관리자문위원회와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구성을 공무원 외 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하는 내용으로 인체조직법과 장기이식법에 대한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의협은 각 위원회에 의료계 전문가 참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대변인은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해 두 위원회 일정비율 이상을 공무원이 아닌 민간위원 참여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며 "다만, 위원회의 업무 성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일부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 타 직역 등이 참여할 개연성이 상당하다. 의료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조직의 기증․관리 및 이식 등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는 인체조직안전관리자문위원회나 장기등의 적출 및 이식과 뇌사판정 등을 논의하는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는 "위원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갖춘 의료인을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해야 한다"며 "각 정부 위원회마다 의료계 위원이 확대된다면 의료분야 전문가의 전문적인 역량이 충분히 활용해 효율적으로 현안대응능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60일 이내 보고 '반대'

또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추진하고 있는 환자안전기준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전했다. 개정안에는 수술장, 시술장, 중환자실 등에 대한 외부인 출입 관리와 복장·보호구 착용 관리 기준을 추가하고, 환자안전사고 발생시 60일 이내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 대변인은 "현행 환자안전법상 ‘환자안전사고’의 정의가 불명확하다. 보건의료인의 입장에서 어떤 사건을 환자안전사고로 선별해 보고해야 할 지 혼선이 올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조차 존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자율보고의 효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무보고를 신설하기에 앞서 우선 현행 자율보고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현재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의 경우 기존의 신고의무만으로도 의료인력 및 행정력에 큰 부담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정부 지원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의료기관에 대한 새로운 규제나 의무부담만을 강조하는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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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mrkwon@medigatenews.com)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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