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법제이사 "판례 따라 개원의 근로자성 인정 어려워" VS 김재연 법제이사 "노조법 개정, 가능성 열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노란봉투법 입법에 따른 개원의 노동조합 설립 가능 여부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들이 격돌했다.
관련 법률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향후 의사노조 설립 추진 과정에서 개원의들의 노조 가입 가능 여부가 의사노조 추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 제정으로 개원의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 열려
8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진행된 의료정책포럼에서 역시 '의사노조가 필요하다'는 대전제 아래 개원의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개원의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는 주장의 골자는 최근 추진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3조 개정안)'제정이다.
법 개정에 따라 우선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이 삭제됐다. 이에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뿐만 아니라 순수 자영업자 성격을 가진 개원의가 포함된 단체도 노조의 법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사용자' 정의가 확대되면서 개원의를 정부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와 수가결정에 의해 근로하는 노동자, 정부는 사용자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협 김재연 법제이사는 포럼에서 "개원의는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와 수가 결정에 의해 수익과 근로 환경이 결정된다"며 "정부가 의료 수가나 필수 의료 정책 등을 통해 개원의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구조적으로 통제한다고 판단될 경우, 개원의 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직접적인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8일 진행된 '의사노조의필요성과 함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료정책포럼 모습.
국가가 개원의 진료 직접 감독하지 않아, 사용자-근로자 나누기 힘들어
반면 현행 법률 체계와 판례를 살펴봤을 때, 법원에서 개원의가 노동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에 재하청 과정에서 원청기업이 교섭 단계에서 숨지 말고 협의를 하라는 취지일 뿐, 개원의가 갑자기 근로자로 재분류되긴 힘들다는 취지다.
변호사인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의료계가 정부의 강력한 관리를 받고 있다는 견해에 공감한다. 그러나 현행 법률과 판례상 개원의 근로자성을 인정받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원의 진료 소득에 급여와 비급여가 섞여 있고 국가가 직접 지도,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단을 사용자, 개원의를 근로자로 단순히 나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원에서 보는 (정부와 의사 간) 사용자와 근로자성은 직장에서 직원을 부릴 때처럼 그런 수직적이고 지시관계가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사들이 보기엔 부당할 수 있지만 법원에선 의사들이 합의하에 (정부와) 계약을 맺은 것인데 왜 근로자이냐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 협상 과정에서 숨지 말고 협의를 하라는 취지다. 반면 의사는 급여를 받는 것은 월급 형식이 아닌 공단에서 수평적 계약에 따라 돈을 받는다. 이후 다시 고용한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는 구조"라며 "새로운 법률 해석은 필요하겠지만 쌓인 판례에 따라선 노란봉투법이 입법됐다고 해서 (개원의가 근로자가 되기 보단) 사업자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당장 개원의 노조 출발 어렵다면 '명예노조원' 개념 도입부터
'노조 찬성'과 '협회 지원'이라는 대전제를 깔긴 했지만 전성훈 이사가 '쉽지 않다'는 비관적 견해를 내놓자 포럼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포럼 사회를 맡은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은 "전성훈 이사 발언이 의협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의협이 개원의 노조를 법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재반박도 등장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노란봉투법에 의해 충분히 개원의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당장 법률상 힘들다면) 개원의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의협이 노력해야 하지 않나. (지역의사회들을 대신해) 그런 부분을 대행하며 도와주는 것이 의협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당장 개원의 노조가 쉽지 않다면 '명예노조원' 개념을 우선 도입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주 회장은 "개원의 노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리면 돌아 가는 방법도 있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노조원이 아닌 이들의 가입도 허용된 상태이니 우선 전공의, 교수, 봉직의 중심의 전국의사노조를 만들고 개원의나 의대생은 명예노조원으로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의사노조라는 빅텐트가 우선 가동되고 노조에서 집단 행동 등이 진행될 때 개원의도 명예노조원으로 함께 움직이면서 점차 정식 노조원으로 인정 받는 방식이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