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원장님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입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환자들의 평소 건강 상태를 확인해주고 아픈 것이 싹 낫도록 약을 처방해주십니다. 혹시라도 더 큰 질환으로 위험이 있으면 검사를 더 받아보게 하거나 큰 병원에 가보라고 알려주십니다. 환자들은 동네의원에 다니면서 아픈 것도 싹 낫고 동네의원 원장님들과 함께 건강을 지켜나갑니다.
의료전문매체 메디게이트뉴스는 지난 연말 동네의원을 이용해본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동네의원 이용 일반인 수기 공모전, 우리 동네의원 원장님을 칭찬합니다’에서 입상한 작품 21개를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회복의 취지로 진행하며, 일차의료기관의 중요성도 일깨워보고자 합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상금을 후원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소아과도 궁합이 있다는걸 알게 된다. 이리 저리 유목민처럼 이 병원 저 병원 떠돌다보면 약이 잘 듣는 병원, 혹은 의사선생님이 친절한 병원. 시설이 좋은 병원 등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고, 그것이 맞으면 아이가 성장하면서도 꾸준히 그 병원을 이용하게 된다.
나 또한 터울진 두아이를 키우면서 큰애와 다르게 잦은 감기로 고생했던 늦둥이 둘째가 돌 무렵쯤 소아과 유목민으로 여기 저기 떠돌다, 동네에서 제법 오래된 소아과를 지인에게 소개 받았다.
나이가 조금 지긋한 의사 선생님과, 솔톤으로 상냥하게 인사하는 간호사님들, 이상하리만큼 소아과임에도 어르신들이 많은 겉보기엔 참 신기한 병원이였다.
항상 아이와 다른 소아과를 가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뭔가 시원 시원한 설명이 부족하고 시간에 쫒기듯 흔히 말해 '기계처럼 아이를 대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수 없었는데, 이 병원은 참 달랐다. 이 선생님은 참 달랐다.
아마 선생님은 나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지 못하실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이는 태어날때부터 오른쪽 발가락 5.6번째 합지증으로 돌 지날 무렵 수술을 했다. 그 수술 때문에 아이에게 한참 죄책감에 시달렸고 너무도 힘든 시기였다.
그 무렵에 찾아간 병원이었는데, 선생님께서 문득 날 보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엄마가 너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니깐, 훌륭하게 잘 자라야해.”
사실 별말이 아닐수도 있지만, 그 순간 나의 모든 짐이 내려 앉는 듯했다. 내 마음 속에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나 미안함으로 힘든 무엇인가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위로해 준다는 것, 그 따뜻한 말에는 분명 엄청한 힘이 있다. 지치고 힘든 마음을 단번에 치유하는 명약 중의 명약이다.
그렇게 나는 그 선생님에게 고마움이 가득했다.
병원에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선생님은 내가 누구 엄마인지, 우리 아이들이 누구인지 입구에서부터 마주쳐도 이름을 먼저 부르셨다. 차트도 보지 않은 채 우리 가족 뿐 아니라, 다른 가정의 아이들까지 모두 외우는 듯 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은 누가 들어가도, 어떠한 질문을 해도, 진료가 길어져도 다 설명해 줌으로서 처방에 대한 궁금증이나, 질병에 대한 궁금증을 설명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누구도 선생님에 진료가 길어져 대기가 늘어나도 투덜대지 않는다. 아마 다들 나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적어도 진료실에 들어서는 순간은 선생님께서 단순히 기계처럼 환자를 대하는 게 아닌, 가족처럼 대하면서 존중해 주고 치료해 준다는 걸 말이다.
가끔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진료를 보러 오신다. 그러면 선생님은 항상 바쁘셔도 문 입구까지 직접 어르신들 거동을 옆에서 도우며 함께 걸어 나오신다. 그 과정에서도 싫은 티를 내거나 힘들어하지 않으신다.
어떤 날은 태어난지 몇 달 되지 않은 아이들도 이름을 부르며 앉아 주시기도 하신다. 물론 코로나 이전의 모습들이지만, 최대한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과 소통하고 인연을 이어 가신다.
그래서 이 소아과는 온 가족이 주치의처럼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무조건 약이 다 잘 듣고 빨리 치유되는 건 아닐것이다. 조금 더디고 불확실하게 진행되는 과정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이 있으면 또 우리는 선생님과 상의하고 조절해 간다. 선생님께서 그걸 불편해 하거나 싫어하는 내색을 하지 않으시니 소통으로 서로 다시 신뢰하며 치유하게 된다.
나는 이 병원이 단순한 치료목적이 아니라, 오래된 사랑방 같다. 고1 학생인 큰 아이도 늘 이 병원을 이용한다.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으면 “공부하기 힘들지?”란 위로부터 듣는다며, 무거운 가방이 한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몸 뿐만이 아닌, 마음의 치유까지 같이 받는 곳, 정말 사랑방 같다. 가볍게 다녀가는 동네 소아과 의원이지만 뭔가 마음 한 가득 담아오는 느낌이 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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