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현지조사를 받은 후 자살한 안산의 비뇨기과 J원장.
고인이 현지조사를 받은 것은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로 청구했다는 것인데, 대표적인 게 '사마귀 제거술'이었다.
고인 뿐만 아니라 상당수 의사들이 비급여 진료비를 급여로 청구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상태다.
지난 2012년 A의원은 개원 초기 사마귀, 점, 주근깨 등을 시술한 후 진료비를 급여로 청구하다 151일 업무정지, 8개월 면허정지처분을 받았다.
2014년 B의원은 레이저 수술에 대해서는 비급여로 청구하고, 바이러스성 사마귀 등의 상병으로 진찰료, 주사료, 처치료 등을 급여로 청구하다 업무정지 141일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안산의 개원의 P씨는 "나도 가끔 사마귀 제거 시술을 하는데 비뇨기과 원장이 자살한 사건을 접한 뒤부터 시술 하기가 두렵다"면서 "급여기준이 헷갈리다보니 느닷없이 현지조사를 받는 게 아닌지 솔직히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사마귀 제거술 급여기준이 어떻길래 의사들이 착오청구 우려를 제기하는 것일까?
사마귀 제거술의 급여기준은 이렇다.
환자가 사마귀로 인해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급여 대상, 그렇지 않으면 비급여 대상이다.
건강보험법의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시행규칙 별표2 '비급여 대상'에도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실시 또는 사용되는 행위·약제 및 치료'로 나와 있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환자를 치료했다면 비급여로 청구해야 한다.
심평원은 손, 손가락, 발바닥 등에 사마귀가 생겨 글을 쓰거나, 걷거나, 무언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불편함이 있으면 급여로 인정하고, 손등, 전박부 등에 난 것은 비급여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만약 손등, 발등, 발바닥의 경계선에 난 사마귀라도 환자가 통증이 있고, 일생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급여로 청구해야 할지, 환자에게 전액 비급여해야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실제 실수가능성 커
의사들은 여기에다 사마귀 제거와 염증 치료 등을 병행하면 둘 다 비급여로 청구해야 하는지, 염증 치료만 급여로 청구해야 하는지, 둘 다 급여 가능한 것인지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마귀 제거술 비용 역시 비상식적이다.
만약 발바닥에 난 3개의 사마귀를 제거했다고 치자.
1개 제거할 때 요양급여비용이 2만원이라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총 진료비는 6만원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요양급여기준은 인접한 사마귀가 2개면 50%를 인정해 150%, 3개 이상이면 200%까지만 비용 청구할 수 있다.
사마귀를 10개 제거하든, 20개 제거하든 3개 뺀 수가만 인정한다는 의미다.
심평원도 헷갈리는 '사마귀 제거술'
이렇다 보니 심평원 관계자도 사마귀 제거술 급여기준을 헷갈려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기자가 26일 사마귀 제거술 급여기준을 묻자 자신 있게 "손, 발에 있으면 무조건 급여에 해당되고 그 이외 부위는 비급여"라고 설명했다.
기자가 재차 확인을 요청하자 심평원 관계자는 그 때서야 자신이 잘못 알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심평원이 이 정도인데 의사들은 오죽할까!
급여기준이라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보니 의사들은 면허정지처분을 각오하고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사마귀 제거 시술을 잘못해 숱한 의사들이 환수, 면허정지, 과징금 처분을 받고 있지만 복지부와 심평원은 2000년에 고시된 급여기준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안산 비뇨기과 원장과 같은 비극이 얼마나 되풀이돼야 급여기준을 상식적으로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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