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17 07:53최종 업데이트 23.11.1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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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성형 등 돈 되는 인기과로 향하는 의사…"필수의료 위기, 의학전문직업성 되돌아볼 때"

병든 한국의료, 의사의 도덕적 해이가 기름 부어…윤리학회 "철저한 자기규제‧동료평가를 통해 의사 전문성에 대한 신뢰 회복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미용‧성형 등 일명 '돈 되는 인기과'로 의사들의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정작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는 부족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서 의사의 '의학전문직업성'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필수의료 관련 각종 대책들에 우선해 효율성에 매몰 돼 '돈만 좇는', '워라밸만 챙기는' 의사라는 프레임은 의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만큼, 의사 스스로 직업 의식을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대한윤리학회가 2023년 특집논문에 '필수의료의 위기와 의학전문직업성'을 실고 현재 우리나라 의료 위기를 진단하고 그 처방을 제시했다.

한국 의료 위기…보건의료정책 '불합리성'에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 더해져

학회는 우리나라에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의 죽음, 공공의료의 몰락, 전공을 포기하는 전문의들, 비급여 시장으로 뛰어드는 젊은 의사들의 증가 등 한국 의료가 병들고 있는 증상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정부는 지난 18년째 그대로인 의대 정원을 건드리려 하고 있다.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가 의사 수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판단을 근거로, 의대 정원을 늘리면 늘어난 의사들이 자연히 필수의료나 지방의료 쪽으로 흘러갈 것이고 현재의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의사들은 문제의 본질이 '낮은 수가'에 있으며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없는 필수의료 과를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론하고 있다. 주요 바이탈과 전문의의 인구 대비 숫자를 미국과 비교하면, 신경외과 3.5배, 외과 1.7배, 산부인과 1.6배, 흉부외과가 1.3배 많으나 이들 상당수가 개원가로 빠져나가 전공과 무관한 진료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낙수효과에 대한 정부의 기대는 '순진한 발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근본 원인인 저수가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난 의사들도 똑같이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신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 등 '워라밸과'로만 몰려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학회는 이 외에도 △의료소송 급증과 완벽을 요구하는 판결 △의사단체의 부실한 자율규제 노력 △부실한 의료보험과 막장 실손보험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확장 등도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논문은 이에 대해 "한국 의료의 위기는 철학없는 보건의료정책의 불합리성을 박리다매, 3분 진료로 버티던 의사들이 비급여진료라는 워라밸 높은 분야로 쏠리게 된 점, 여기에 '빅5병원'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실손보험으로 인한 환자와 의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기름을 부은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과잉 진료, 환자유인 등 '비전문직업성' 모습 보이는 의사들…믿음 회복 노력이 최우선돼야

학회는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려면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런 면에서 '의사됨'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에 발표된 '한국의 의사상'에 따르면 의료전문직의 역량과 도덕적 가치를 '환자 진료', '소통과 협력', '사회적 책무성', '전문직업성'과 '교육과 연구'라는 다섯 영역으로 기술했는데, 그 중심에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두었다.

학회는 "제도 탓, 수가 탓 수준을 넘어, 환자를 유인하거나 근거 없는 처방 등 의도적인 과잉진료를 당연시하는 의사들에 대한 소문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비전문직업성은 결국 탈전문화로 이어진다"며 "탈전문화가 가속화되면 의사의 진료 독점권과 자율권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의사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심각한 재앙이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학회는 "의학 전문직업성의 수호는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수호해야 할 시작점이자 마지막 보루이다. 의사들은 전문직의 핵심요소인 고도의 전문지식과 술기로 환자를 돌보되, 철저한 자기규제, 동료평가를 통해서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중병으로 판명이 난 한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처방은 정원이냐, 수가냐 같은 근시안적 미봉책이 아니다. 효율성에 매몰된 '믿음'을 되살리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최우선 순위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정부-의료계-시민단체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 과제 안에는 행위별수가제, 매출액 기준의 인센티브, 도덕적 해이를 유혹하는 실손보험, 근거 없는 비급여 진료 등에 대한 대수술도 포함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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