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국시 거부에 인턴, 공보의 등 수급 정책에도 빨간 불...여당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선 도발, 단호한 결단 요구할 것"
의사국시 실기시험 재접수 응시기한이 6일 자정까지였지만 본과 4학년 의대생들은 만장일치로 여전히 국시 응시 거부를 선언하면서 파업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은 파업 중단과 현장 복귀를 선언하면 병원으로 돌아가면 해결되지만,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는 내년 인턴, 공보의 등의 수급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책당국과 수련병원은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의료정책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40대 의대 응시자 대표 의결에 따라 의사 국가시험 거부 유지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선포했다. 복지부는 이날 자정까지 재응시 불가를 통보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대협 비대위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안과 관련해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거나 철회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정부와 여당의 언론보도가 계속되자 '파업 지속'으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재접수 응시자에 한해 시험기간을 11월 이후로 늦추더라도 의사국시 본시험과 일정이 겹쳐 사실상 준비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밝혔다.
의대협 비대위는 “4일 대한의사협회-당정의 졸속 합의 이후에 이어지는 복지부와 여당의 표리부동한 정치 행보에 많은 회원이 분노했다. 협회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단체 행동을 유지한다. 젊은의사들의 요구안은 빠른 시일 내에 성명문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조승현 위원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연대를 굳건히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의료현안 대응을 논의하겠다 의대교수들도 단체행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정상화 단체행동' 의대생 530명은 6일 성명서를 통해 “끝까지 국시 거부와 동맹 휴학을 통해 의료정책 4대 악법 철회(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은 “대한전공의협의회의 파업 5단계 로드맵 및 파업 중단 결정으로 많은 분들이 분노했을 것이다. 한달 간의 파업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인가”라며 “처음 우리는 4대 악법 저지를 위해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일부 지도부의 단독행동과 밀실 합의, 외부의 압력으로 4대 악법은 단 하나도 저지되지 못했다. 우리의 단체행동마저 강제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며 파업 지속 의지를 밝혔다.
정부와 수련병원은 무엇보다 국시 거부 응시 재접수 연장이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을 통보하면서도 의대생들의 여전한 국시거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학생들은 6일까지 재접수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금년도 실기시험 응시는 어렵다는 점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실기시험에 응시할 학생들은 오늘 밤 12시까지 시험 접수를 모두 완료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 수련병원장은 “국시 거부는 단순히 학생 하나가 시험을 일 년 뒤로 미루고 유급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라며 “당장 내년에 인턴 수급 정책에 영향을 주고 공보의와 군의관, 나아가 신입생 정원에도 영향을 줄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원래 계획했던 대로 7일 오전 7시에 진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별로 파업 지속 여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일선 전공의들이 합의문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데다, 얻어낸 것이 없다는 데서 파업 지속을 원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경상대병원, 아주대병원, 영남대병원, 이화의료원 전공의 선생님들은 투표 후 파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다수의 병원에서도 투표가 진행 중인 상태다.
대전협 비대위 박지현 위원장은 “7일 오후 1시 온라인으로 전체 전공의 대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전공의 복귀 시점은 이날 간담회 이후에 재설정하겠다”라며 "간담회에서 파업 유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렇게 급격히 변화되는 상황 속에서 전체 회원 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라며 "또한 아무리 선출된 대표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전공의가 의견을 표출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대표들의 투표결과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는 점 또한 공감한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협상 실무 당사자였던 민주당 조원준 전문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대생들이)아무리 살펴봐도 국시 거부를 왜 계속하는지의 이유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표면적으론 의사결정 과정에 배제됐다는 것인데 본인들의 협상권한을 위임한 의협이 협상을 통해 결정했는데 시험을 거부하는 사유가 되는 건가. 그냥 답정너 맹목적 투쟁은 아니었던가“라고 되물었다.
조 위원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스스로 명분이 없다는걸 인정하면서도 상황을 방치하고 가겠다는 건 사회 구성원 전체에 대한 경멸이자 집단적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도발”이라며 “이렇게까지 간다면 국민들도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정부에 대해 단호한 결단을 요구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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