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6.13 09:05최종 업데이트 24.06.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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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도 와 닿는 '혼합진료 금지' 후폭풍…산모 통증시술 병용 제한에 임산부 "부글부글"

복지부 주장과 달리 병용 사용, 전 세계적 추세로 알려져…무차별적 '혼합진료 금지'에 환자 피해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과 함께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으로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혼합진료(급여+비급여) 금지'가 뒤늦게 환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출산할 시 무통주사와 함께 사용되는 국소마취제 일명 페인버스터가 '비급여'라 당장 7월부터 이를 병용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만삭 임산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산모와 의사,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급여기준 개정안을 확정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정부 발표 당시 '혼합진료 금지'로 인한 문제를 지적해 온 의료계는 단순히 산부인과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향후 환자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비급여인 '페인버스터' 급여 무통주사와 병용사용 금지 급여기준 개정 추진
 
보건복지부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개정 행정예고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달 10일 보건복지부가 수술(개흉·개복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ontinuous wound infusion, CWI)의 급여기준을을 개정하는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개정을 행정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수술 부위 혹은 수술부위 주변의 신경조직에 국소마취제(CWI) 일명 '페인버스터'의 사용을 무통주사로 불리는 통증자가조절방법(Patient control analgesics, PCA)을 사용할 수 없는 환자로 한정해 사실상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의 병행 사용을 막았다.

사실상 복지부가 산모들의 마취 시술 선택권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통증이 심한 제왕절개 등 수술을 거친 산모들에게서 필수적이었던 병용사용 금지에 산모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복지부는 산모들의 반발이 커지자 11일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수술 부위로의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입 급여기준과 관련해 산모와 의사,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급여기준 개정안을 확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페인버스터를 다른 통증 조절 방법과 함께 사용하는 것은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관련 학회 및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행정예고 시 제기된 산모와 의사들이 선택권을 존중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과 앞서 수렴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해당 시술법의 급여기준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병용 사용 의학적 근거 부족하다는 복지부…제왕절개 수술 후 타 진통제 추가 사용은 전 세계적 추세

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통증이 극심한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 실제 분만 현장에서 전문가의 결정에 따라 전신 통증 조절을 위해 PCA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무통주사로 알려진 PCA의 주입만으로는 통증 조절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오심과 구토, 두통 및 장 운동 지연 등의 부작용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 떄문에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과 의존도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제왕절개 후 다중적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통증을 치료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권고되는 추세"라며 "이 다중적 방법에는 경막내 혹은 경막외 오피오이드 주사,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수술 부위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CWI) 등이 대표적"이라고 복지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최근 제왕절개 수술 환자에서 CWI 사용 연구를 시행한 결과 수술 후 통증 조절 효과가 우월하고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해 다른 진통제 추가 사용도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제왕절개 산모가 수술 직후 통증이 적은 경우 조기 보행이 가능해 회복도 빠르고 모유수유도 조기에 적극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통증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혼합진료(급여+비급여) 금지' 정책에 산모 시술 선택권 제한…무차별적 정책에 환자 피해 우려

그렇다면 복지부가 급여기준 개정을 준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올해 2월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담긴 급여와 비급여를 병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 방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CWI시술이 '페인버스터'로 불리며 대중화됐다. 2016년에는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비급여였던 CWI가 선별급여로 등재되며 본인부담률이 80%로 줄었다.

따라서 현재 많은 병원이 PCA를 일차적인 통증 조절법으로 사용하면서 CWI를 병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CWI의 효과를 직접 느낀 산모들을 통해 '페인부스터'가 입소문을 타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술 건수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 회장은 정부의 병행사용 금지에 대해 "정책 변화에 가장 두려워하고 염려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출산을 앞둔 임산부"라며 "산모들이 실질적으로 필요성을 느끼는 통증 시술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저출산 시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 임산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알려진 혼합진료 금지 조치가 단순 출산을 앞둔 산모들에게만 와닿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데 남용돼 보험료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 필수의료 인력 이탈 등을 야기한다며 급여와 비급여 진료를 병행하지 못하도록 했지만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항목별로 필요한 '혼합진료'가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김 회장은 "정부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혼합진료 금지는 일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항목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모든 비급여를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혼합진료 금지를 추진하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무차별적 혼합진료 금지의 피해는 의료진이 아닌 환자에게 간다"고 지적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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