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의사 진료실에 놓인 책상 서랍을 주목하자.
특히 최하단 서랍엔 흥미로운 물건이 많다. 지인의 진료실에 놀러 갔다가 무심코 그 서랍을 열면 (기자의 비과학적인 통계상) 3명 중 2명은 항상 '그 약물'이 있었던 것 같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샘플'이라며 슬그머니 놓고 간 '약물'.
친구들 모임에 가져가는 날엔 한결같이 "의사 친구 둔 보람을 인제야 느낀다"라며 나를 추켜세워준 바로 '그 약물'.
먹으면 하체에 없던 힘이 들어가 '슈퍼 파워'라도 갖게 해줄 것 같은 '그 약물' 말이다.
비아그라 특허만료의 사회학적(?) 의미
남성은 여성과 아주 다르다.
남성은 배부르고 생각할 틈만 있다면 항상 섹스를 머릿속에서 담아둔다고 생각해도 좋다.
남성들은 여성과 다르게 성적인 욕구 차이가 크지 않다.
대부분 비슷하게, 항상 넘쳐나 주워담기 바쁘다.
그 넘쳐나는 욕구가 단지 여러 장벽에 부딪혀 실현하는 데 애를 먹을 뿐이다. 그중에서 육체적 제약은 가장 큰 고통이다.
<출처 : http://singletrackworld.com>
'욕구와 육체의 미스매칭', 다시 말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은 남성에게 재앙이다.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Sildenafil)로 대표되는 PDE5i(Phosphodiesterase type 5 inhibitor)의 출현이 위대한 이유다.
고통을 덜어주거나 생명 연장을 위한 것이 아닌, 단지 삶을 즐겁게 해주는 약이 출현한 것이다.
<비아그라 광고> '세상을 다르게 보라(See the world differently)'는 말은 '모든 곳이 침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자동차조차도 말이다. '길고 늠름하게' 표현된 빨간 스포츠카에도 주목하라.
하지만 비아그라의 높은 가격은 또 다른 장벽이었다.
혹자는 '경건하고 아름다운 행위'를 위한 투자 비용으로 몇 만원이 대수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섹스에 자주 노출되는 '잘 나가는 남성'에게 몇 만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본인한테 '그 기회'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평범한 남성들은 기회비용을 따져 약물의 처방을 고려한다.
여전히 성욕이 넘쳐나는데도 말이다. (지금은 '마음'만으로 연애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며 승자독식은 남녀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어쨌든 비아그라의 특허 기간은 끝났고, 많은 제약업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의 카피약을 지칭하는 말)을 출시했다.
후미진 버스 터미널 화장실 소변기 위엔 어김없이 이런 광고가 있다.
제네릭이 풀리면서 이젠 이런 '짝퉁'에 혹할 이유가 없어졌다.
유명 영화 제목을 한 글자만 틀어서 B급 에로 영화 제목으로 갖다 붙이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제약회사는 이것을 벤치마킹한 듯한 이름을 들고 나왔다.
<출처 : 나무위키>
B급 정서를 연상시키는 이름에 걸맞게 가격은 3천원대까지 떨어졌고, 실데나필은 드디어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고 복용을 한 번 고려해볼 수 있는 약물이 되었다.
비용이라는 허들 앞에서 고민하던 '욕구만 있던 환자들'도 단돈 몇 천원으로 여성에게 남성성을 과시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남성의 욕망은 끝이 없다. 더 오랫동안~
비아그라로 유명한 실데나필만이 유일한 발기부전약은 아니었다.
연이어 타다라필(Tadalafil, 상품명 시알리스), 바데나필(Vardenafil, 상품명 레비트라)이라는 PDE5i 계열의 성분이 개발되어 실데나필과 경쟁을 하게 되었다.
이들 약물은 '약물을 삼키면 언제부터 발기가 가능한가?', '약물의 효과는 몇 시간이나 지속하는가?',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가?'라는 질문에 서로 다른 대답을 제시하며 차별점을 부각했다.
특히 지속시간을 강조한 시알리스는 남성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
"약효가 36시간까지 가능"
주말 내내 발기할 수 있다고 해서 'Weekend Pill'이라는 애칭까지 붙었다(당연하게도 36시간 동안 발기가 멈추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시알리스 광고> 금요일 밤에 복용하면 일요일 오전까지 '가능'하다.
이 약물이 올해 9월에 특허가 만료된다.
현재 국내 발기부전 시장은 약 천억원 정도(2014년)인데 시알리스정이 2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실데나필 제네릭인 '팔팔정'과 비아그라 오리지날이 쫓고 있다.
실데나필이 그랬듯 타다라필 역시 특허가 만료되어 제네릭이 쏟아지면, 오리지날 품목의 시장점유율은 줄겠지만 타다라필 전체의 시장 파이는 커질 것이다.
<시알리스 광고> 타다라필은 실데나필과 다르게 양성전립선비대증(BPH)에 대한 적응증도 획득했다.
매일 저용량(5mg) 복용하면 BPH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9월만 바라보는 타다라필 제네릭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많은 제약 업체에서 제네릭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미의 '팔팔정' 성공이 '출시초 마케팅' 때문이라고 생각한 일부 제약업체는 벤치마킹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리고 타다라필 제네릭 출시를 앞둔 제약 업체는 실데나필 때처럼 이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많은 업체는 여전히 '각인'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해피롱(삼진제약)', '토네이드정(일동제약)', '헤로스정(제이알피)', '탄탄정(화이트제약)', '타오르(대웅제약)', '소사라(마더스제약)'에서 '불티움(서울제약)', '일라정(영진약품)', '바로타다(신풍제약)'까지.
다른 업체의 '관심'을 받는 한미는 기존 비아그라 제네릭과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구구'라는 (비둘기가 연상되긴 하지만) 이름을 결정했다.
안국약품이 정한 '그래서'라는 상품명은 처음 듣고 나면 그 이름처럼 'so what?'이라는 반응을 만들지만, '그래, 서'라고 절묘하게 쉼표를 하나 찍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 회사들은 약물 흡수, 보관 & 복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제형에도 신경 썼다.
실데나필에서 선보였던 필름형 제형을 준비하는 회사(씨티씨바이오, 서울제약, 광동제약, CMG제약, 씨엘팜)가 있는가 하면, 발기부전약에선 처음으로 과립형(안국)을 고려하는 곳도 있다.
이젠 오래가는 약을 싸게 처방받을 수 있다.
생동성 시험에 의문을 품는 일부 의사는 제네릭을 여전히 '밀가루'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의사들도 비급여 시장에서 벌어지는 무한 경쟁의 '가격 덤핑'에는 장사 없다.
오리지널 약의 특허 만료와 제네릭을 만드는 제약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덕에 약물의 문턱은 낮아지고, 저렴한 약을 찾던 환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남성들은 9월이 되면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서든, '의무방어'를 위해서든 아메리카노 한 잔 값으로 주말을 버틸 수 있다.
<출처 : http://www.browndaily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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