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눈물 보인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전 대표 "지금이라도 정부는 전공의가 자부심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달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는 끝내 지키지 못한 생명을 보내고 구석에서 자책하며 눈물을 흘리는 젊은의사들의 현장을 옆에서 지켜본적이 있나."
사직 전공의인 박재일 전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가 30일 이번 의료대란 사태를 회상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는 전공의 1년차 시절 주치의를 맡았던 환자를 떠올리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입장을 바꿔 젊은의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공의들의 수련·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묵살하고 오히려 정책 추진을 위해 전공의를 악마화시켰다고 강조했다.
박재일 전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는 이날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긴급 심포지엄에서 "정부는 2020년 당시 의대 증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4년만에 국민과 약속 저버렸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로 논의구조를 변경하고 전문가 의견은 묵살했고, 보정심에서 소속위원들에게 마저 정책 결정을 통보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이런 과정은 전공의들의 추가 수련 의지를 꺾기 충분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전공의는 전문가인자 수련생, 노동자다. 그러나 정부는 피교육자로서 전공의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직업선택의 자유 등 노동자로서 기본자유도 강탈했다"며 "젊은의사들은 삶의 터전이었던 병원 밖으로 내몰린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정원 증원 규모가 조정되면 전공의들이 복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나 치료방법이 잘못된 것을 조정하지 않고 타협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는 근거중심 의학을 배웠다. 근거가 없는 치료가 타협에 대상이 되는 것이 젊은의사로서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전면 백지화나 원점 재검토는 정부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초기 진단 자체부터 다시 논의해자는 것이다. 방향성이 잘못됐기 때문에 다시 살펴보자는 상식적인 얘기지만 정부는 의료계에 통일된 안이 없다며 문제해결을 회피하고 있다"며 "만성저수가로, 이대목동병원 사태 같은 형사처벌로 인해 생긴 고질적 의료문제를 의대정원 2000명만 늘리면 다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박재일 전 대표는 전공의 시절 한 환자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정부가 정말 현장 의료인들과 소통해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내과 1년차 주치의를 맡았을 때 장기입원 중인 환자가 생각난다. 그 환자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매일 좋아지지 않는 수치를 알려드릴 때마다 많이 울었다. 나 역시 정규 근무 이후에도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머리를 짜냈지만 결국 한 달동안 환자를 퇴원시켜 드리지 못했다"며 "2년 뒤 완치 후 암병동에 외래를 다니는 환자분을 다시 뵀다. 이런 환자들 곁에 있고 싶어 내과에 지원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의들을 악마화하면서 국민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정부는 끝내 지키지 못한 생명을 보내드리고 구석에서 자책의 눈물을 흘리는 젊은 의사들의 현장을 옆에서 본 적이 있나"라며 "회복한 환자들의 감사 인사와 편지를 평생 마음 속에 품고 내일을 다짐하는 젊은 의사들은 힘든 수련 과정이지만 사명감으로 일한다. 이런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박 전 대표는 "의료개혁의 올바른 방향이 무엇일지 고민했는데 지나고 나니 전공의들은 전 국민의 공공의적이 됐다. 점차 몸을 기댈 곳이 사라지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의 진실된 목소리를 듣고 입장을 전면 재검토해달라. 전공의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피과가 있다면 시스템 개선을 통해 모든 전공의가 소신껏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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