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9.12 08:55최종 업데이트 24.09.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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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위한 인턴 2년제, 비수도권 전공의 50% 확대?…“정부 수련환경 개선책 근거 없어”

인턴 수련 질 담보 위해 책임 전문의, 지도 전문의 재정적 지원 필요…전공의 배정, 전문학회와 의견수렴 후 배정해야

11일 열린 대한의학회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책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인턴 2년제, 비수도권 전공의 50% 확대 등은 모두 근본적인 수련환경 체질 개선 없는 수박 겉핥기식 대책으로, 오히려 수련환경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대한의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지적했다.

의학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등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객관적 자료 생산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 인력추계검증, 기초의학진흥, 전공의 수련환경 지역의료, 필수의료 등 5개의 정책연구 TF를 구성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의학회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위원, 전문과목학회 수련담당이사, 관련 전문가 등 13명으로 구성된 수련환경 TF가 수련교육 현안에 대해 의학계의 합리적 제안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 확보를 위한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턴 2년제 인턴 98% 반대…인턴제도 문제 수련 기간 때문 아냐, 지도전문의 재정지원 필요

먼저 박용범 수련교육이사는 의학회가 올해 7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전국 인턴, 전공의, 전문의 1415명을 대상으로 ‘메디스태프’를 통해 실시한 ‘인턴 수련제도 및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개원면허제와 인턴 2년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인턴 수련 2년제에 대해서는 인턴 98%, 전공의 1~4년차 97%, 전공의 5년 이상 9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체계적인 인턴수련을 위한 표준 교육안이나 지침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턴 80%, 전공의 1~4년 80%, 전공의 5년 이상 79%가 찬성한다고 밝혔고, 병원 내 술기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인턴 88%, 전공의 1~4년 88%, 전공의 5년 이상 84%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현행 1년제 인턴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나 1년이라는 기간이 핵심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수련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다고 현행 인턴제도 문제점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련프로그램의 질이고, 이를 좌우하는 것은 수련프로그램 내용 지도 전문의, 평가, 운영 주체, 재원과 지원 시스템이다“라고 지적했다.

박 수련교육이사는 “우리나라 수련 환경의 문제는 인턴을 관리하는 지도 전문의들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도전문의들은 대학병원 교수들이다. 이들은 대학병원에서 50% 이상을 진료에 시간을 써야 하면서 동시에 연구도 하고, 논문도 내야 승진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학회나 위원회 일도 해야하고 그 다음이 의과대학 학생 교육이다”라며 “다음이 레지던트, 인턴 교육이다. 그렇다보니 사실 인턴 교육은 소홀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당직까지 서야하는 상황이라 교수들이 인턴 교육까지 신경쓰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수련과정의 표준화와 질 개선을 위해 인턴을 전담으로 지도할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를 두되 이들을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학회 천편일률적 수도권, 비수도권 전공의 5:5 배정…인기과, 비인기과 빈익빈 부익부 심화

뒤이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윤신원 수련이사는 정부가 올해 1월부터 지역과 과목별 의료인력 불균형을 지적하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전공의 배정 비율을 당초 6대 4에서 5대 5로 조정하겠다고 한 전공의 배정 관련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윤 수련이사는 “지난해 이로 인해 진통을 겪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은 5.5대 4.5가 됐다. 정부는 향후 5대5를 넘어 27.6대 72.4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며 “인구 변화와 진료량 측면에서 올바른 정책인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율이 50.6대 49.3으로 거의 비슷하지만 모든 전문진료과목의 진료‧수련 인프라는 6~7대 3~4였다.

윤 수련이사는 “전공의 연차별 수련 교과 과정에 대한 지도 감독은 법령에도 대한의학회 산하 수련교육위원회 및 각 전문학회가 주관한다고 정해져 있다. 그러나 5대 5 정책의 현실은 수련평가위원회와 전문학회, 수련병원 간의 강한 대립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련현실과 전문과목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정책이며, 이는 학회와 수련실태조사를 무용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 감원 시 적은 TO로 남은 비인기과 전공의들의 업무는 과중되고, 그로 인해  기피과의 지원율은 더욱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해져 빅5 병원으로 전공의들이 더 몰리게 되고, 이로 인해 큰 갈등과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에서도 지도 전문의 확보 또는 의견 수렴 없이 정책이 수행되면서 인기과와 비인기과의 수련환경 평차가 심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 수련이사는 “소아청소년과의 지원율이 최하위인 이유는 비수도권 TO배분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지원율 30% 중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원율이 약 8:2다. 비수도권 5대 5 배분은 적어도 지원율이 80% 이상이 되는 과에서나 효과가 나올 수 있다”며 “무리한 5대 5 유지는 비수도권 지원율 개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학회별로 원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에 대한 의견이 갈렸는데, 65대 35를 주장한 과는 성형외과, 정형외과,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였고, 60대 40을 주장한 과는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영상의학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과 등이었다.

결론적으로 의학회는 정부의 2024년 전공의 정원 배정 5.5:4.5가 수련현황과 수련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극히 관료적인 정책으로, 의료인력 불균형 해소, 필수의료 비수도권 지원율 증가 등 모든 측면에서 실효성이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향후 5대 5 또는 그 이상으로의 강행은 수련의 측면, 수련교육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학회는 정부가 전문학회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신중하고 충분한 합의 후 각 전문과목의 특성에 따라 현실적인 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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