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27 15:24최종 업데이트 24.08.2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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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처한 근본 문제는...잡일 떠맡는 피 교육생 아닌 수련 과정의 전문직 인식 개선부터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전공의 교육에 대한 개선책이 포함돼 있다. 물론 지난 30년간 전공의 교육에 대한 논의는 있었으나 정부의 지원이나 전공의 신분에 관한 개선은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로 아주 미미하다. 

의료제도(Health Systems)라면 반드시 환자 진료에 관한 영역뿐 아니라 인력양성과 인적자원의 개발과 조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도 '세부 전문의'를 통한 기술적 진보에 가려 마치 신기루 현상처럼 전공의 교육이나 신분의 현대화는 진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사 집단의 조직화가 이미 19세기 말에 이뤄진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도 의사 단체의 조직화에 대한 부분이 미숙하고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를 필요로 한다. 

PARO 뿌리 알면 전공의 문제 해결 열쇠 보여

전공의 단체 협상이 사회적으로 규범화돼 있는 나라 중 자료 획득이 비교적 용이한 캐나다의 사례를 보면, 캐나다 전공의는 주(Province)별로 전공의 이익단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온타리오주 전공의 조합은 PARO(Professional Association of Resident of Ontario)로 명명하고 표기하고 있다. 이들 전공의들과 단체 협상 대상은 온타리오주 교육병원(Ontario Teaching Hospitals)이다. 

전공의들이 근로자로서, 그리고 피교육생으로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공정한 관계 설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PARO의 존재 가치이며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현재의 PARO는 과거 인턴이 존재하던 제도하에서 PAIRO(Professional Association of Interns and Residents of Ontario)라는 이름으로 지난 1973년에 설립됐다. 인턴과 레지던트 그룹이 교육 프로그램에서 직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집단적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인식하면서 설립의 원동력이 됐다. 

당시에 전공의들은 심한 과로에 시달리기도 했으며, 특히 열악한 저임금 처우 등 전공의들이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위해 마땅히 협상할 공식적인 기제가 부족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대 인턴 급여가 약 500원 정도였는데 그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값은 30원 정도였다. 

이후 1970년대 들어서 우리나라 수련병원의 인턴, 전공의 급여는 국립대병원 기준으로 세후 1만5000원~2만 원 정도 수준이었다. 

전공의 삶의 질 = 환자 안전 문제 동일시

PAIRO는 초창기에 과도한 근무 시간과 부적절한 보상 및 더 나은 근무 조건의 필요성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PAIRO는 1974년에 전공의 근무 시간, 당직 일정 및 급여에 대한 기본 조건을 명시한 최초의 단체 협약을 시작했다. 

PAIRO는 회원 수와 이에 따른 영향력이 커지면서 병원과 대학, 그리고 온타리오 정부와의 논의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PAIRO는 공정한 보상, 합리적인 근무 시간 및 전공의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같은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전반적인 레지던트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PAIRO의 중요한 업적 중 하나는 전공의 근무 시간을 단축시킨 것으로 이는 환자 안전과 전공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최대 연속 근무 시간의 제한과 적절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뿌리를 지닌 PAIRO는 이후 2015년에 단체의 이름을 현재의 'PARO'로 단일화했다. 

현재 캐나다 온타리오주 전공의협회(PARO)는 온타리오 교육병원의 모든 전공의를 대표한다. 단 연구직에 종사하는 전공의나 외국의 위탁생은 제외하고 있다. 

PARO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단체에 소속돼 있는 전공의 회원의 회비로 충당되는데 굳이 회비를 걷을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매년 처음 지급되는 급여에서 자동으로 회비로 징수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체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어려움과 그러한 고민은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캐나다 퀘벡주의 경우 법으로 매년 면허기구와 이익단체인 의사회에 활동 의사라면 매년 의사에게 지급되는 첫 번째 급여에서 자동 공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PARO가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점은 전공의들이 지니고 있는 '이중적 지위'에 대한 인정이다. 즉, 전공의는 인증된 의과대학의 전공의 과정에 등록된 졸업 후 학생(Post-Graduate Student)인 동시에 병원에서 필수 의료 서비스 기능을 수행하는 피고용 의사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학생으로서 그리고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신분 보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정부도 나서서 '정책적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한다. 

잡일 떠맡는 피 교육생 아닌 수련 과정의 전문직으로 대우해야

전공의의 관할권, 임금, 근무 조건 및 복리후생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해 전공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한 협의는 졸업 후 교육자문위원회(Post-Graduate Consultation Committee)에서 맡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PARO가 임명한 전공의 3인, 의과대학협의체가 임명한 3인, 그리고 온타리오교육병원협회가 임명한 3인과 온타리오주 보건부가 임명한 공공 대표(Public Representative)들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공공 대표가 맡고 있다. 공공 대표 역할에 대한 보상은 위원회가 담당한다. 

자문위원회의 역할은 말 그대로 자문이고 특정사안에 대해 강제화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오로지 전원 만장일치가 됐을 때 새로운 정책이나 규정의 정착은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와 유사한 기능을 갖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구조와 너무나 대비된다. 

무엇을 하든 우리나라는 관료에 의한 통제가 기본이다. 전공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과 실무에 대한 이해가 중시되고 의과대학은 전공의 교육에 대한 책무가 존재한다. 현재 온타이로주에는 모두 6개 의과대학이 있으며 대학병원별로 'Medical Center Committee'를 구성해 대학별로 해당 세부 사안을 논의한다. 

병원전공의위원회는 전공의 대표 2인, 병원 대표 2인, 그리고 COFM(Council of Ontario Faculties of Medicine)측 대표 2인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전공의 교육이 의과대학의 책임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직비는 주중과 주말, 병원 내(in-hospital call), 그리고 응급의학과처럼 집(home call)과 야간 근무가 당직으로 분류된다.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최소 4시간 근무가 발생했다면 이것 역시 야간 당직 근무로 인정한다. 
 

전공의들은 근로 협정을 기반으로 특히나 환자 안전을 위해 허용된 최대치를 초과해 당직이나 교대 근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설령, 당사자 간에 합의했다 해도 어떤 전공의도 근로 협정에서 허용된 최대치를 초과해 근무했다면, 콜 근무를 한 경우에도 콜 수당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교대 근무 전공의는 교대 근무로 분기당 31회 이상의 당직 수당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제약도 적용받고 있다. 

전공의 행정업무 수당
수석 전공의는 자신의 휘하에 6명의 전공의에 대한 직무를 수행할 때 연간 4119.27캐나다달러가 보너스로 제공된다. 그러나 전공의 수는 과별로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어 6명의 규모가 안되는 경우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고연차 전공의(Senior Resident)가 행정업무 수당(Administrative Bonuses) 2060.15캐나다달러를 청구할 수 있다. 수당 지급은 임상실습 학생지도, 저연차 전공의 지도와 교육활동에 부수적인 책임에 대한 보상이다. 

전공의 휴가
전공의들에 대한 휴가는 매년 4주가 보장된다. 여기에 전문의 시험 관련 휴가를 1주일 정도 요청할 수 있다. 단, 사전에 병원에 문서로 요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캐나다의 면허시험이나 전문의자격 시험과 관련, 전문직무를 위한 휴가(Professional Leave)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매해 성탄절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첫 주 사이의 2주간의 기간 동안에 주말을 포함한 총 5일간의 휴가도 보장된다. 전공의가 근로자로서 받는 혜택(Benefits)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구체적이고 다양하지만 일일이 다 소개하기가 어려워 생략한다. 

전공의 근무 80시간을 고수하는 미국과 캐나다의 제도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간 5주가 넘는 휴가, 그리고 근로자로서 혜택, 전공의 교육과 근무를 위한 협상 구조와 계약 등은 전공의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동반돼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이미 전공의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존속 여부에 대한 심도 있는 재평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공의들이 선진화된 근로 조직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전공의들에 대한 단체적 활동에 대한 지원도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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