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2.15 07:53최종 업데이트 23.02.1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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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의사는 착하지 않은 기득권'으로만 몰아가는 거대 민주당의 입법 폭거

[칼럼] 안덕선 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거대한 몸집으로 심각한 정치적 중병을 앓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상태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민주당은 복지부가 보기에도 무리한 입법인 간호법을 패스트트랙을 이용해 겁 없이 본회의에 직상정한 것이다. 요지부동과 복지부동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복지부가 버티는데, 이런 법안이 잘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민주당도 예상은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미 대한간호협회에 입법 공수표를 떼준 처지에 본회 상정을 하지 않을수도 없는 딱한 처지가 이유일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 이래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민주당의 보건의료정책의 미숙함이 다시 재연되고있는 중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정권 교체를 민주화에 대한 자신들의 성과로 해석하고 선거 결과에 도취했다. 실제 득표율보다는 승자독식에 의해 다수당이 된 결과 자신들이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승자인 민주당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신종 이데올로기인 착한 임대인, 착한 가게, 악한 재벌 등 사회를 '착한'과 '나쁜'으로 구분했고, 자신들을 바로 '착한' 집단 그 자체로 인식했다. 간호사는 착한 집단이었으나 의사는 착하지 않은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간 것이다. 

미국의 정치 평론가 앤디 보로위츠(Andy Borowitz)는 익살스러운 정치적 풍자로 유명하다. 그는 정치가들은 자신들이 매우 똑똑한(smart)척을 잘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권의 착한 집단과 기득권 집단의 구분정책과 근거가 없는 세계 최고의 K방역은 대표적인 똑똑함의 자기도취와 자기애적 증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코로나가 곧 종식될 것이라던 희망 고문의 말실수를 만들어낸 똑똑한 인재는 누구였는지 궁금하다. 말썽 많은 문케어가 망케어가 된 현실은 벌써 잊은 것인지. 한점의 부끄러운 일이 없이 살았다는 당 대표가 보여주는 선택적 건망증이 정책적 실패를 잊은 채 다시 당 차원의 의료정책에 재현되고 있다. 

'착한' 척하는 정당에 점잖게 반대해 돌아온 건 반민주적인 법안 뿐  

현 대한의사협회는 '착한 척 하는 정당'에 착하게 대화를 하면 정말 따스한 의료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한 것일 수 있는데, 실제로 착한 민주당은 독한 투쟁으로 오늘의 다수당의 지위를 획득했다. 착한 소통이나 부드러운 대화는 아마도 김정은과 함께 한 시간이 유일하게 보인다. 착하고 성실하게 보이는 의협 회장에게 민주당은 고약한 선물을 보낸 셈인데 의사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하지도 않아 한다. 의협이 착한 체하는 정당의 정책에 점잖게 반대하면 민주당은 의사단체만 아직도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악성 댓글도 알아서 잘 달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 후 잠깐 자성의 시간을 갖는 듯했으나 자신들이 거대야당임을 잊지 않고 의원 수를 바탕으로 집권 정당의 권력을 초월하는 수퍼맨 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국민만을 생각하는 착한 문재인 정권에 대항해 유일하게 도전했던 의사 집단에 대한 앙금이 아직 남아있었는지, 아니면 2000년 의사 파업을 이유로 의협 회장단을 구속해 면허를 뺏고 오랜 기간 고난의 세월을 안겨준 민주당의 전통을 이어 가려고 하는지 내친김에 의사면허취소법으로 의사 집단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현재의 민주당 원로들이 만들어 놓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 행정명령은 실제로 근로자의 파업권을 박탈한 법으로 2022년 우리나라의 노동 자유지수(labor freedom index)는 175개국 중 99위이고 세계노동기구(ILO)와 협약에 의한 국제노총의 노동권 지수도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최하위 5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 환경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의료 환경도 마찬가지다.

업무개시 행정명령은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못지않은 비민주적 악성 법률로, 민생과 수출이 우선인 나라에서 독재주의의 산물을 선호하는 역설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착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이 기득권 의사 집단의 파업으로 집행부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의사면허를 뺏고 형사범을 만들어내는 반민주적이고 반인륜적인 법안을 서슴없이 발의한 것이다.

정작 '착한' 국회의원은 국회가 열려 있으면 나쁜 일을 해도 체포도 할 수 없는 신의 축복을 받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전문직 간에는 직종간 형평성은 고려되지 않는 모양이다. '착한' 정당은 친절하게 변호사와 형평성을 고려해 의사도 형사처벌로 면허취소를 해야 한다는 주장만이 국민의 뜻이라고 우기고 있다. 아마도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니면 국제적이고 현대적인 의사 면허관리에 무지한 것이 이유인지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의사 탄압법을 만든 것이다. 정작 변호사는 자율징계권이 있는데 반해 형평성을 맞춘다는 의사단체는 자율징계권도 주지 않고있다.  

다행히도 이번 법안에는 의료과실로 인한 형사처벌은 면허취소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제야 의료의 형사범죄화가 보여주는 반사회적 변화를 인지한 것으로 판단된다. 의료의 형사범죄화는 필수의료 붕괴의 중요한 원인이다. 그럼에도 변호사와 의사의 직종과 직무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를 정치인에게 침착하게 설명을 잘 해줘야 하는데, 이런 역량도 K정치와 K민주주의의에서 의사단체가 갖춰야 할 역량이다.  

의사면허취소법, 의사에게 과도한 규제 부여해 법의 형평성에 어긋나 

변호사의 직무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부동산 매매나 이혼부터 사기, 의료사고, 살인사건 등 형사범의 변호, 대기업 합병과 인수, 국가 전복이나 구속된 전직 대통령을 변호하는가 하면 조폭을 변호하기도 하고 법 지식을 활용해 대장동 같이 부정한 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법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 자체를 바꾸는 일에도 관여한다. 법무부 차관이 음주 폭행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을 얼마 전 목도하기도 했다.

변호사는 취업의 범위도 훨씬 넓어 단독 개업부터 법무법인 그리고 영리, 비영리, 학교, 정부 기구 등 민간과 공공 영역을 가리지 않고 사회 속에 존재하는 모든 단체(organization, cooperation)의 취업이 가능하다. 

변호사는 법적 방어권이라는 명목으로 보여주는 법의 한계와 허술한 점을 잘 알고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 유능한 변호사는 곧 기술적으로 법망을 피하는 고도의 적법한 처리가 가능하다. 변호사의 작은 일탈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위해도 가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변호사의 직무 수행에 있어서 광범위한 윤리성과 공정성의 확보는 의사와 형평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로 보인다. 변호사는 법을 잘 알고 법이 생계의 기본으로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일정한 형벌 이상의 전과 사실을 결격사유로 하는 것이 타당성을 얻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질병이 대상인 의사는 변호사에 비해 직무 범위가 너무나도 작아 보인다.

의료과실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분명 의사면허취소법은 의사에게 과도한 규제를 부여하는 법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노동 자유나 권리에 대한 후진국 지표를 보유한 우리나라는 현대적인 의사 면허관리제도도 매우 후진적인 모습이다.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살인, 강간 등 중범죄에서 형기 동안 자연히 면허는 소실된다. 형기를 마치고 나면 이미 수년이 지나 실제로 면허 재발급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형사처벌로 인해 의사면허가 자동으로 취소되지 않는다. 반드시 면허기구의 심사가 있고 재생 가능한 경우는 별도의 조항이나 재교육 조건을 붙여 다시 한번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의사가 형사처벌로 면허를 취소당해야만 한다면 다른 직종의 면허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최소한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과 약사를 포함한 다른 보건의료직 전체도 형평성의 적용 받아야 마땅하다. 형평성의 문제에서 간호법으로 포장된 간호사법이 타당하다면 사람을 뜻하는 사(師,士)를 뺀 물리치료법, 안경법, 치과법, 한방법, 임상병리법, 방사선법 등 모든 보건의료직에 대한 각각의 법이 필요하다. 이런 사실에도 고집센 민주당이 간호법만을 고집하니 다른 보건의료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간호법이 통과되면 20개 보건의료직종 법안 변경도 필요 파장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핵심 법안인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은 내용은 다르나 두 법안의 범주는 의료인 규제(health profession regulation)로 복지부 장관의 표현대로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체계를 흔드는 내용이다. 간호법은 간호업무 범위를 규정하고 간호인력과 근무환경 처우개선 등의 내용이지만, 실제로 간호사법인데 의료법에 맞춰 간호법으로 명명돼 있다.

민주당 주장대로 간호법이 지극히 현재 필요한 내용이라면 국시원에서 국가시험을 보고 면허를 부여하는 보건의료직 모두 각 각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선진국과 같은 'Regulated Health Professions Act' 법체계로 변경해야 한다. 20개가 넘는 직종에 대한 법안 변경은 언젠가 필요할 것인데 아마도 최소 수년의 소요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인 직업에서 힘들고 착한 분야가 간호 분야뿐일까? 사회갈등 해소책으로 내놓은 입법안이 오히려 엄청난 사회갈등을 이미 만들고 있다.

'착한' 민주당이 원하는 것이 의료인력에 대한 현대적인 법체계라면 전체 보건의료인에 대한 법체계에 대한 큰 그림부터 그리는 것이 출발점이지 한개의 특정 직종을 위한 애매한 입법이 아니어야 한다. 

착한 체에 더해 아는 체까지 잘하는 거대 야당과 다정하게 했던 착한 소통의 결과가 의협과 정부의 소통마저 불편하게 하고 무의미하게 변질시키고 있다. 의사에 대한 기본권 제약 등 악한 결과가 예측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의사 집단은 미완으로 마무리한 문 정권과의 악연의 불씨를 다시 살려 나갈지 귀추가 매우 궁금하다.

이번에는 고립된 의사단체가 아닌 무리한 입법에 분노하는 다른 보건의료인 단체가 같이 할 것으로 보여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착한' 정당이 보여주는 의사와 변호사의 직무 형평성에 대한 심각한 편견과 비뚤어진 시각은 착한 치료법으로 해결 불가능해 보인다. 괴상한 이데올로기에 엮인 이상한 법안에 집착하는 방탄 정당과 더 이상의 착한 소통에 대한 미련은 빨리 떨쳐버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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