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2.19 07:24최종 업데이트 22.12.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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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사과학자 지원금 미국의 30분의 1…의대생 기초의학 선호도도 2%에 불과

의사과학자 양성 국회 토론회, "파격적 재정지원·병역특례 부여 필요...충분한 보상 기전·직업적 비전 제시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은 16일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연구비와 장학금 지원 등 경제적 유인책부터 병역 특례, 학·석·박사 연계 과정 등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16일 공동 주최한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편을 통한 의사과학자 양성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에서다. 

10년 뒤 의사기초학자 교실 당 1명 이내 줄어…사실상 인력양성 어려운 수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내 환경 조성이 미흡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특히 의사과학자들이 졸업한 이후에도 그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있지 못하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기초의학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의과대학 졸업생 중 기초의학을 선택하는 숫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향후 10여년이 경과하면 의대 기초학교실의 의사기초의학자의 숫자가 교실 당 1명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이진석 의료관리학교실 교수팀이 의대생 1만270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기초의학에 대한 선호도는 2%로 꼴지 수준이었다. 내과계가 67.6%로 가장 높았고 기피과로 불리는 외과계도 30.4% 수준인데 비해 참혹한 수준이다. 

미래도 밝지 않다. 기초의학 교육과 재정이 꾸준히 줄고 있는데 다 정부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초의학과목 중 단독과목 강의·실습 시간은 2014년 1200시간에서 2020년 729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기초의학교실 평균 실습비도 동기간 680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신찬수 이사장은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임상의사과학자의 경우 직업 불안정성과 연구기획 부족을 이유로 연구를 포기하고 있다"며 "경제적 유인책과 연구지원 펀딩 부족에 더해 연구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주요 대학병원의 경우 하루 평균 임상 환자를 약 100여명 진료해야 한다. 임상의사과학자들이 임상 현장을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의과학대학원 등을 통해 의사과학자도 배출되고 있지만 연구비 수주가 어려워 의사과학자로 안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신찬수 이사장

의사과학자 위한 예산 지원 턱없이 부족…한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개발에 고작 예산 5%

상황이 이렇지만 관련 정부 예산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은 의사과학자를 1950년부터 국가 시스템을 통해 양성하기 시작해 전체 의과학자가 1만4000명에 이르며 이중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비를 받는 의사 숫자는 8200명에 달한다. 

일본도 1996년부터 양성을 시작해 2008년 의사과학자가 약 4000~5000명까지 꾸준히 증가했고 영국은 2015년 MD-PhD 양성 계획을 통해 연간 30명에서 향후 100명까지 의사과학자 확대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미국이 연간 약 1000명 정도 지원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연간 35명 지원에 그치고 이마저 2016년부터 신규선발이 중단돼 미국의 약 30분의 1 수준"이라며 "지원 규모도 인건비성 단순 지원에 그치고 연구활동 지원책은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연구환경 조성책도 부실하고 장기적 목표와 철학도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우 소장은 "미국 NIH 한해 예산은 58조4000억원 수준으로 이중 84%는 외부 연구비 지원에 쓰인다. 30만명이 넘는 연구자와 2500여개 대학과 의과대학에 지급된다"며 "10%는 자체 연구비에 지원되며 6000여 연구자에게 지급된다. 미국 NIH가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으로 95%를 집중하는 반면 한국 국립보건연구원(NIH)은 고작 5% 예산만 연구에 쓰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학제 개편·연구중심의대 지원하고 의학연구기관 설립돼야

전문가들은 충분한 보상 기전과 더불어 직업적 비전을 제시하고 학제개편과 병역문제 해결 등 범부처 차원의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신찬수 이사장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선 범부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교육부는 의대 6년제 등 학제개편과 인력양성에 힘쓰고 보건복지부는 임상연구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연구 지원을, 국방부는 전문연구요원 등으로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과대학 학부생과 학석사, 학석박사 연계 프로그램과 전공의·전일제 박사학위 과정 등 다양하고 질 높은 전주기적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연구비와 장학금 등 연구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단기적 유인책부터 학위 취득 후 독립된 연구자로 자리잡을 때까지 연구비를 대폭 지원하고 진료부담을 줄이고 연구참여 시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연구전임의, 연구전담 임상교수 등 직위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지원사업으론 ▲연구중심의대와 ▲개인지원사업 ▲의대-과기특성화대 콘소시엄사업 ▲별도 의학연구기관 설립 등이 제시됐다. 

신 이사장은 "전주기적인 융복합 연구 활성화를 위한 공과대학, 자연과학대학, 보건대학원과 다학제적 융합연구 프로그램 설계와 운영을 함께 해야 한다"며 "의사과학자 배출을 위한 인재개발 파이프라인을 제시하고 연구 전념 학기 운영 등을 보장하고 임상과별 혹은 내·외과별 의사과학자 펠로우십 프로그램이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 원장도 "배출된 인력이 실제 그들이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여건 조성이 핵심"이라며 "정부 지원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데만 초점을 두지말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의사과학자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부분, 예를들어 미국의 국립보건원과 같은 의학연구기관을 국내에서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의사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젊은의사들의 연구 참여 기회를 확대시켜줄 필요가 있다"며 "현재 예방의학과 병리학 전공의 등 임상의학과 기초의학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일부 전공의의 경우 기초의학 분과로 분류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관련 사업 연구비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의사과학자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예방의학과 전공의의 복리후생과 교육기회, 임금 지급 등에 있어 예방의학 전공의는 대학의 단순 조교 신분으로 분류돼 세전 연봉 기준 약 1500만원 이상 차별이 존재한다"며 "예방의학과 전공의의 의료원으로의 일괄 소속 변경과 병원 내 예방의학과 신설 등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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