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사이트 다비디 보트만 CEO “단시간 교육으로 언제 어디서든 심초음파 검사 가능...내년 초 유럽서 출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심혈관질환은 암을 제치고 전 세계 사망원인 1위 질환이다. 매년 1800만명 가량이 심혈관질환으로 목숨을 잃는다.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심혈관 질환은 사망원인 2위에 올라있다.
국내의 경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은 2002년 대비 2018년에 4배 가량 늘었고, 사망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심혈관질환의 조기 진단 및 예방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
이스라엘 기업 ‘울트라사이트(Ultrasight)’가 개발한 심초음파 실시간 인공지능(AI) 솔루션은 그런 점에서 이목을 끈다. 심초음파는 심혈관질환을 조기에 찾아내는 데 효율적 수단이지만 숙련된 의료진이 충분치 않고, 학습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울트라사이트의 AI 솔루션은 심초음파 비전문가들도 반나절 가량의 트레이닝만 받으면 양질의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일 의료기기산업 전문기자단과 만난 울트라사이트 CEO 다비디 보트만(Davidi Vortman)은 “초음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휴대성을 가진 데다 양질의 영상을 촬영할 수 있지만 배우기가 어렵다”며 “의료진은 초음파를 처음 배울 때 카카오맵 없이 낯선 곳에서 운전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하는데, 결국 CT나 MRI와 달리 시행자의 숙련도에 따라 영상의 질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오진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0년 발표된 국내 한 연구 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467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장에서 초음파를 사용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로 절반 이상이 교육 부족(63%), 기술 부족(54%) 등을 꼽았다.
울트라사이트의 AI 소프트웨어는 이 같은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했다. 기존에 시판 중인 휴대용 초음파 기기와 연결하기만 하면 태블릿, 스마트폰 등의 화면 상에서 실시간 가이드와 이미지 품질 평가를 통해 비전문가들도 손쉽게 심초음파 검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셰바 메디컬 센터(Sheba Medical Center)에서 진행된 임상 연구에 따르면 미숙련 의료인 3명은 울트라사이트의 AI 솔루션에 대해 8시간 교육을 받은 후 61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초음파를 시행했다. 이후 이들이 촬영한 영상과 숙련자들이 촬영한 영상을 미국 심장내과 전문의들이 평가하도록 했는데, 영상의 질적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측이 밝힌 이 솔루션의 또 다른 장점은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울트라사이트는 단순히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구상의 어느 지역을 넘어 우주에서도 이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비디 보트만 CEO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 화성을 탐사할 우주비행사들을 대상으로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GE헬스케어와 협력해 관련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트라사이트의 AI 솔루션은 조만간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에서 CE 마크를 획득했고, 내년 초 유럽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내년 중에는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 병원을 상대로 연간 구독료를 받는 방식으로 시작해 향후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의료인들이 시행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다비디 보트만 CEO는 “아직 한국 시장에 언제 선보일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과 협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기 진단이 활발해진 암처럼 앞으로 심혈관질환도 접근성이 높아진 초음파를 통해 조기 진단과 예방이 늘고 이는 곧 의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