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무혐의 처리했지만 검찰이 기소·민사에선 6억 5000만원 배상 판결…"제2의 이대목동 신생아 사건 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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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로 서울의대 교수가 형사 불구속 기소된 사건과 관련해 당시 병원에서 근무하던 산부인과 전공의도 함께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 결과, 현재 수도권 분만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B씨는 약 8년 전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가 출생 직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사건으로 최근 A 교수와 함께 민·형사 소송에 휘말렸다. 사건 당시 B씨는 전공의 신분이었다.
민사 재판에서는 최근 1심에서 6억5000여 만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사건의 경우 경찰은 의료진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으나, 산모 측이 이의를 제기했고 검찰이 경찰의 결정을 뒤집고 기소를 결정하면서 재판으로 이어졌다. 이때 민사 재판에서 제출된 대학병원 교수의 자문 결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과 같은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당시 교수와 전공의 등 의료진이 구속되면서 의료계에 큰 충격을 줬고, 이후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본격화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 역시 젊은 의사들의 산부인과 기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서 산과 전임의는 9명에 불과하고, 최근 전공의 복귀 과정에서도 산부인과 전공의 복귀율은 낮았다”며 “이 같은 산부인과 기피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법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소송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사 소송에서 10억원이 넘는 배상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환자 측이 더 큰 배상이나 합의금을 위해 형사 소송을 병행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가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정부 보상금 상한을 기존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했지만, 법원 판결에서 정해지는 배상금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형사 기소까지 이어질 경우 거액의 배상금과 형사 처벌 위험을 동시에 감수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분만을 맡으려는 의사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산부인과 교수는 “분만 과정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기소까지 한다면 누가 산과 의사를 하려 하겠느냐”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