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명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 다 할 것"…가치기반 의료로 대대적 상대가치점수 제도 개편 예고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책무이며, 국민 보건만을 생각한 정책적 결정이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에 대해서도 실제로 교수들이 진료 현장을 이탈할 가능성은 적다고 일축하며, 국민을 향해 만에 하나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18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후퇴하지 않겠다"고 재차 의료개혁의 의지를 공고히 했다.
박 차관 "의대 교수 사직 가능성 높지 않아…국민, 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날 박 차관은 전공의 진료 현장 이탈이 5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입원‧수술 등 전반적인 의료 이용이 전공의 근무지 이탈 이후 감소했으나 지난 4주간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 입원 환자는 소폭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6일 전국의과대학교수비대위원회가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거듭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들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진료하는 교수님들이 실제로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국민의 믿음을 부디 저버리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전공의에 이어 교수까지 현장을 떠날 경우에 대한 정부 대책을 묻는 질문에 박 차관은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하고 있지만 교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나게 되면 우리나라 중증 진료 의료체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러한 현실이 일어나리라고 믿고 싶지 않고, 상상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리고 박 차관이 전날인 17일 모 방송에서 '대한민국의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 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날라 치료하겠다. 발생하는 모든 비용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발언한 데 대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상징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 자꾸 현장을 떠날 거라고 걱정들을 많이 하시는데 현장 교수들을 뵈면 실제로 사직서를 내더라도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하셨다"며 "사직서를 내고 현장을 떠나겠다고 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니 국민들은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당부 말씀을 드린다. 정부가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직서는 수리가 안 되고 있다. 여전히 (해당 전공의들은)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에 따라 진료 의무가 현재 발생해 있는 상태이다. 사직서와는 관계가 없다. 사직서는 한 달이 지나도 발효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도 전공의 신분이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을 들며 "전공의가 사직을 하게 되면 수련 개시일까지 기간이 1년 경과해야만 지원이 가능하다"며 "전공의들은 3~4년이라는 총 수련 기간을 채워야 하는 의무가 있으므로, 지금 한 달을 떠나면 나중에 돌아와서 이를 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같은 날 오전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모 방송 인터뷰에서 "의대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을 열고 주제에 상관없이 논의를 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박 차관은 "정부의 입장은 변함 없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저희는 모든 논제에 대해서 대화 가능하다고 말씀을 드렸고,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물론 증원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하신 내용을 자세히 보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대화를 하겠다는 내용이다. 저희가 의사 결정한 것은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한 것이고 1년여 기간 동안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누어서 결정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월 19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는 3월 15일까지 총 1414건의 상담이 있었고, 그중 509건은 피해사례로 신고·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509건의 피해 신고 사례 중에서는 수술 지연 신고가 35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료 취소 88건, 진료 거절 48건, 입원 지연 23건으로 집계됐다. 진료 과목별로는 외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 외과 계열이 전체의 39%인 197건으로 많았다.
박 차관은 "이에 따라 수술과 입원 조치가 이루어진 사례는 15건, 수술 일정 예약이 이루어진 사례는 4건이었다. 진료 거부나 설명 의무 위반 등 법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85건의 행정지도도 이루어졌다"며 "신고자가 희망한 총 174건에 대해서는 법률 상담을 지원했으며, 주요 내용은 수술 지연에 따른 검사 비용 보상 56건, 질병 악화 우려 37건, 의료과실 의심 14건, 소득활동 차질 7건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행위별 수가제도' 문제 지적…건강보험 상대가치점수 제도 대대적 개편 예고
박 차관은 뒤이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상체계인 수가 지불제도의 개편을 예고했다. 현 행위별 수가제도는 행위량을 늘릴수록 수익이 생겨 치료의 결과보다는 각종 검사와 처치 등 행위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치료 성과나 의료비 지출 증가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복지부는 현 상대가치 제도가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대기 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의료의 특성을 반영하고, 행위량보다는 최종적인 건강 결과나 통합적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보상하는 성과나 가치 기반의 대안적이고 혁신적인 지불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구체적으로 "(상대가치점수의) 개편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고 그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한다. 올해부터 제3차 상대가치 개편안을 적용하고 있고 앞으로는 2년 주기로 제4차 상대가치 개편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3차 상대가치 개편안은 중증 수술 분야의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였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제4차 상대가치 개편 시에는 필수의료 분야의 입원, 수술, 처치에 대해 대폭 인상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근거 중심의 상대가치점수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표준원가 산정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원가 산정 기준이 되는 패널 병원을 현행 100여 개에서 근거 창출이 가능한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상대가치 개편 작업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에 정부, 전문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상반기 준비를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또 정부가 2028년까지 필수의료에 투자하기로 한 10조원 중 5조원은 난이도와 업무강도가 높아 의료 공급이 부족한 화상, 수지 접합, 소아외과, 이식 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와 심뇌혈관 질환 등 내과계 중증 질환 등 분야에 투입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조원 중 3조원은 저출산 등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 분야에 집중 투입하며, 2조원은 심뇌 네트워크, 중증 소아 네트워크 등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투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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