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박민수 전(前) 보건복지부 차관이 가톨릭관동대학교의 객원교수에 임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동 대학교의 의대교수협의회는 즉시 성명서를 발표해 총장이 임명을 당장 취소하고 그 책임자가 경위를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알다시피 박민수는 윤석열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차관으로 있으면서 의대정원 증원 등 무리한 정책을 기획하고 억지로 밀어붙여 의료대란을 야기했던 장본인이다. 그가 단순히 상명하복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각종 행정 명령 등을 주도해 왔다는 것은 2025년 11월에 감사원이 발표했던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 감사 결과'에도 잘 나와 있으며, 이에 의협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지난 정부의 관료 5인을 고발할 때 박민수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그는 의료대란의 진행 과정에서 카데바 수입, 전세기로 환자 이송, 무자격 외국의사 수입,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여자의사 비하 발언 등 수많은 막말을 퍼부었다. 특히 의료계의 미래인 전공의들에 대해서 ‘기계적인 (면허처분) 법 집행’, ‘전공의 복귀가 늦어지면 손해배상 책임’ 등의 발언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이렇듯 젊은이들의 가슴을 후벼판 사람이 대학 강단에 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장차관 등 요직을 거친 관료가 더 이상 승진을 못 하는 경우, 부처 산하의 기관이나 공기업 등에 특채가 되거나 대학 교단으로 잠시 물러나 있다가, 정권이 바뀌거나 해서 기회가 오면 다시 정관계로 복귀하는 일은 우리나라 정치의 하나의 공식처럼 돼 있다. 그렇다 보니 순수한 학문의 전당이 돼야 할 교단이 정치적으로 오염되는 일이 적지 않다.
더구나 이번에 박민수를 객원교수로 임명한 가톨릭관동대학은 그 안의 의과대학 학생들이나 수련병원의 전공의, 교수들까지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곳이다. 구성원들의 뼈아픈 상처는 물론이고 교육과 수련의 파행이 아직 제대로 치유되고 있지 못한 상황을 모를 리가 없는 학교 측이 그를 반드시 임명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은 지난 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인 의료대란의 책임자로서 낙인이 찍혀 있고 또 대검찰청에 형사고발까지 되어 있지만, 언젠가 정치적 지형이 바뀌면 다시 정관계로 화려하게 복귀를 하고 자신을 채용해준 곳에 보은을 해줄지도 모른다는 장밋빛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인가.
학생들의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의료대란이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의 국무총리나 보건복지부 장관, 여당 대표 등이 의료계를 향해서 사과를 했지만, 거의 유일하게 사과를 하지 않은 사람이 박민수 전 차관이었다. 다시 말해 박민수는 아직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의사들에게 겉치레로라도 사과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기반성이 없는 사람을 강단에 세운들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며칠 전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이재명대통령이 축사를 통해서 의료대란 과정에서 고생했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렇듯 의료대란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나 현 정부를 막론하고,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과 그 실패에 대해서 인정하고 의료계를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문제들은 다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2년의 의료대란으로 큰 상처를 받고 아직 학교에 있는 의대생들의 마음은 어떻게 보듬어 줄 것인가. 아무리 직접적으로 그의 강의를 듣지 않는다고 해도, 자기 학교의 교수로 임명되어 같은 시공간에 있다는 것은 미처 아물지 못한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를 깨달았다면 즉시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건 바로 그런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가톨릭관동대학교는 박민수의 객원교수 임명을 취소하고, 지난 2년 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던 의대생과 전공의, 교수님들께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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