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회 일각에서 비판 제기 "회의서 주무 임원 책임 회피…의협 회무 시스템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검체검사 위탁 기준 고시 제정안을 전격 연기하고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시적 미봉책에 그치면서 의료계 내부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사항이 제2의 의약분업 사태로 불릴만큼 중차대한 문제지만 의협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의협이 사실상 고시에 합의해준 수준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검체 위탁검사시 의료기관이 검사료의 10%인 검체검사위탁관리료 외에 수탁기관으로부터 별도 할인을 받기 어렵도록 하는 고시 제정안이 확인되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컸다.
이에 의협은 지난 18일 관련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고 학회와 산하의사회 등과 합의안이 도출되기 전까지 고시 재검토 및 연기를 복지부 측에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의협 관계자는 "이번 사안이 정부의 의도대로 강행되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 지난 11일 정부와 간담회에서도 의료계 내부에서 충분히 협의하기 전까지 고시 시행을 연기해달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 중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18일 대표자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연기를 요청하기로 한 것이지, 고시 연기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 연기도 의협이 아닌 내과의사회가 요청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요청하게 된 것은 의료계 내부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며 "내부 의견 일치 없이 고시 제정안이 진행된 사안에 대해선 의협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회의 분위기는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비쳐지지 않았다. 의협은 제정안을 전격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호도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는 회원과 대의원들을 속이는 행위"라며 "당시 회의에선 고성이 난무하는 등 매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의협이 사실상 검체검사 위탁 기준 고시 제정안이 나오는데 협조했다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로 이번 사안에 대한 의협의 후속대처가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통상적으로 보건복지부에서 고시안을 내놓을 때 절대 혼자 할 수 없다. 의협의 동의가 있어야 일이 진행된다"며 "더 중요도가 낮은 회무에서도 의견조회가 다 됐는데, 이번에만 누락된 것이 희한하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회의 당시 의협의 주무 부회장은 이 사안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주무 이사는 병원 일을 핑계로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내과의사회 등이 노력하고 있는데 의협 집행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 의협 중앙대의원은 "이번 일은 회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고시 시행을 미뤄달라고 요청하더라도 고시는 엄연히 고시일 뿐, 언제라도 시행될 수 있다"라며 "최근 의협 내부적으로 대변인이 사표를 내는 등 뒤숭숭한 것 같다. 회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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